[부동산공시價] 부동산 보유세와 조세평등주의 간 이슈 ③ 독일, 대만, 일본

독일·일본·대만, 우리나라와 비슷: 과세가격에 따른 과세표준 산정 외부 인력 위탁 없이 부동산 세제 담당 공무원이 모든 업무 진행 더는 외부 전문가에 의존하지 말고, 지방정부에 전문성 갖춘 인재 유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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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세자에 대한 검증이 사실상 어려운 ‘부동산 공시가격’의 근거를 보다 상세히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됨에 따라 국회예산정책처(이하 예정처)는 지난 24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부동산 보유세 과세가격의 이슈 및 시사점’ 보고서를 발간했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보유세는 국세인 종합부동산세와 지방세인 재산세 등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과세가격으로는 부동산 공시가격을 활용하고 있다. 즉 공시가격의 산정 규모에 따라 세부담 수준이 결정되는 것이다. 반면 해외 주요국의 부동산 보유세와 과세가격 운용 현황을 살펴보면 지방세로 과세하는 특징을 나타낸다.

독일 부동산 보유세, 과세가격 평가 일괄 진행·부동산 종류 구분

독일은 부동산세(Grundsteuer)와 제2주택세(Zweitwohnungsteuer) 2가지로 운용되고 있다. 두 보유세는 모두 지방세로, 독일의 기초자치단체인 게마인데(Gemeinde)가 과세권자다. 독일 부동산세는 지역관할 세무서가 확정하는 부동산의 단위 가치에 기본세율과 징수율을 곱하여 산출하는데 현재 사용하는 부동산 단위 가치는 1964년에 정한 금액이다. 다만 오는 2025년부터는 2022년 1월 1일을 기준으로 재평가된 금액이 적용될 예정이다. 나아가 독일은 지역관할 세무서(Finanzamt)에서 과세가격 평가를 일괄적으로 진행하며, 세무서는 그 과세 평가 업무에 대해 외부 기관이나 전문가에게 위탁하지 않고 모두 과세 담당 공무원이 맡고 있다.

부동산세는 부동산을 보유할 때 부과되는 조세다. 연방법인 ‘부동산세법(Grundsteuergesetz, GrStG)에 근거해 부과 및 징수되고 있으며, 독일의 모든 게마인데에서 공통적으로 적용하는 세목이다. 부동산세의 과세 대상은 게마인데 내에 존재하는 부동산을 소유할 경우 해당된다. 납세의무자는 부동산의 단위 가치가 확정되는 시점의 당해 부동산 소유자가 되며, 소유자가 여러 명일 경우 연대납세의무를 진다. 부동산세의 과세 대상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 부동산세법(GrStG) 제2조는 부동산세의 과세 대상을 ‘농업과 산림업용 재산’ 그리고 ‘그 외 모든 부동산(토지 및 건축물)’으로 나뉘며, 통상적으로 전자를 ‘부동산세A’, 후자를 ‘부동산세B’라고 부른다.

제2주택세는 게마인데 구역 안에 있는 제2주택(거주·숙박·개인의 삶을 목적으로 하는 주택)에 부과된다. 이는 기본법 제105조 제2a항 및 해당 게마인데의 지방세 조례에 근거하고 있으며, 모든 지자체가 부과하는 보유세가 아닌 지방정부가 선택적으로 조례에 의해 과세하고 있다. 제2주택세의 납세의무자는 과세하는 주에 제2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자를 대상으로 하며, 여러 명이 공동으로 소유하는 경우 연대납세의무를 진다. 또 제2주택세의 과세표준은 임대계약서에 근거한 순수 임대료에 따라 산정되며, 세율은 15%이다. 만약 계약에 따른 임대료 산정이 어려운 경우 유사한 다른 주거지의 임대료를 참고하여 결정하기도 한다.

한편 지난 2018년 부동산 평가방식에 위헌판결을 받은 이후 독일 연방정부는 평가 방법 및 부동산 단위 가치를 2022년부터 7년마다 재평가해 고지하기로 했다. 주별로 평가방식을 채택할 때는 ▲연방모델 ▲수정지가세모델 ▲순수면적세모델 ▲면적계수모델 ▲면적입지모델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일본 부동산 보유세, 고정자산세로 토지와 건물에 일괄 운용

일본은 기초자치단체의 세목인 고정자산세(固定資産)로 부동산 보유세를 운용하고 있다. 고정자산세는 과세기준일인 매년 1월 1일을 기준으로 토지(논·밭·택지, 광천지·연못·산림·목장·노지·기타 토지 등), 건물(가옥·주택·점포·공장·발전소·변전소·창고·기타 건물 등) 및 상각자산을 과세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납세의무자는 과세기준일 당일 토지나 건물 등을 실제 소유한 자로, 토지의 경우 토지등기부 등에 등기(등록)되어 있는 자, 건물의 경우 건물등기부 등에 소유자로 등기된 자에 한한다. 또한 고정자산세의 과세표준은 고정자산의 가격이며, 이는 ‘적정한 시가’로 여겨져 그대로 평가액으로 적용된다.

일본은 부동산 평가와 관련하여 목적에 따라 표준지에 대한 공시지가 및 기준지가, 상속세 평가액, 고정자산세평가액, 감정평가액 등 표준화된 4개 가격이 존재한다. 이 가운데 고정자산세평가액이 보유세의 과세표준으로 활용되고 있다. 공시지가는 국토교통성 토지감정위원회가 매년 3월 공시한다. 고정자산세평가액은 기초자치단체의 시정촌(동경도는 23구)의 고정자산평가원(固定資産評) 및 고정자산평가보조원(固定資産評補助員)에서 담당한다.

대만 부동산 보유세, 토지 건물 나누지만, 평가는 지자체 소속

대만은 건물에 대해서는 방옥세(房屋稅)를, 토지에 대해서는 지가세(地價稅)를 부동산 보유세로 과세하고 있다. 방옥세는 건축물에 과세하는 지방세로, 산식에 의해 계산된 건물의 현재가치에 세율을 적용하여 산출한다. 건물의 현재가치를 계산할 때 감가상각이 중요한 요소로 적용되며 준공 후 경과 연수에 따라 과세표준이 매년 감소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지가세는 농지를 제외한 토지에 과세하는 지방세로, 납세자별로 관할지역 내 모든 토지에 대한 과세가격을 합산하여 초과누진세율로 과세한다.

방옥세의 과세 대상은 토지에 부속되어 경제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는 건축물로 주거용과 비주거용을 모두 포함하며, 완전히 독립된 형태의 건물 이외에도 다른 건물의 이용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부속 건물(창고, 승강기, 비상계단, 시스템에어컨, 차고지, 지하 주차장 등)도 포함한다. 납세의무자는 원칙적으로 건축물의 소유자이며 월 단위를 기준으로 1년 중 보유기간에 따라 해당 기간의 금액만큼 소유자가 세금을 부담한다. 만일 소유자가 명확하지 않은 건축물의 경우에는 해당 건물의 거주인 또는 사용인이 납세의무를 부담하고, 신탁재산일 경우 수탁자(형식적 소유자)가 원칙적인 납세의무자가 된다. 방옥세의 과세표준은 부동산 시가가 아닌 일정한 산식에 의하여 과세당국에서 산출하는데, 이를 건물의 현재가치라고 한다. 건물의 현재가치는 지방자치단체 내 부동산평가위원회에서 책정한 단가를 기준으로 면적 및 내용연수 등을 반영하여 계산한다. 즉 새로 지은 건물일수록, 면적이 클수록, 주변 상권이 발달하고 도로와 인접할수록 방옥세가 증가하도록 설계되어 있는 것이다.

지가세는 지가(地價)가 규정된 농지를 제외한 모든 토지(도시 및 비도시지역 포함)에 대해 부과한다. 원칙적으로 납세의무자는 과세기준일 시점에 토지등록부에 등록된 토지 소유주다. 그러나 전권(典權) 설정된 토지는 전권자(典權者)가, 공유지인 경우 토지 관리인이, 신탁재산인 경우 형식적 소유자(수탁인)가 납세의무자가 된다. 또 점유 허가를 받은 토지의 경우 점유 허가를 받은 자, 개간 승인을 받은 토지의 경우 경작권을 가진 자 등이 납세의무자가 된다. 나아가 지가세의 과세표준을 규정지가라고 하며, 이는 납세의무자가 신고한 금액과 과세 관청이 공시한 공고지가를 비교해 신고 금액이 공고지가의 120%를 초과하는 경우 공고지가의 120%로, 공고지가의 80% 미만을 신고하는 경우 공고지가의 80%로 설정한다.

방옥세는 관할 과세당국이 건물 현재가치를 최종 결정하며, 해당 가격은 부동산평가위원회에서 산정한 단가(승인단가, 核定單價)를 기준으로 관할 지방 공무원이 일정한 산식을 통해 계산하여 납세자에게 고지된다. 지가세는 지방 정부의 지가평의위원회(地價評議委員會)가 산정한 공고지가(公告地價)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는 15~16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시장 또는 부시장 등이 위원장을 맡는다. 위원들은 토지 전문가, 부동산감정평가사, 도시계획 민간 전문가 및 토지·재정·세무·도시계획·건설 담당 공무원 등으로 구성한다.

우리나라와 주요국들의 차이, 부동산 공시가격의 중요성이 달라

세계 주요국들의 부동산 보유세는 대부분 지방세로 운용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부동산 보유세의 과세가격과 관련하여 많은 국가에서는 자체적으로 또는 지방 정부 내 산하기관을 두고 독립적으로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다르게 부동산 과세가격에 대한 운용 주체 및 평가인력이 일원화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개별토지나 개별주택은 지방자치단체에서 과세가격을 결정하지만, 가격 산정의 기초가 되는 표준 부동산 가격은 국토교통부에서 공시하고 있다. 또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경우 국토교통부에서 전수조사를 통해 가격을 공시한다. 과세 평가 인력 역시 세계 주요국은 자체 전문인력을 통해 평가하지만 우리나라는 부동산 유형별로 과세가격의 운용 주체가 달라 평가인력이 분산된다. 즉 표준 부동산의 경우 국토교통부의 의뢰를 받은 외부 평가기관(한국 부동산원, 감정평가법인 등)에서 과세가격을 평가하며, 개별 부동산은 상대적으로 전문성이 낮은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이 표준 부동산 가격을 기준으로 과세가격을 산정한다.

물론 국내의 이원적 체계는 부동산 공시가격 자체를 종합부동산 및 상속·증여세 과세에 활용할 뿐만 아니라 수용, 건강보험 등의 영역까지 폭넓게 활용하기 때문에 공시가격체계의 공신력 제고를 위한 목적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또 전체 주택에서 공동주택이 차지하는 중요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주거 특성에 기인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공동주택과 같이 전수조사가 가능한 영역에서는 전수조사를 시행하고, 토지 및 단독주택 등 개별주택의 경우와 같이 전수조사가 가능하지 않은 영역에서는 표준개별 방식의 평가를 진행해 평가체계 역시 이원화됐다. 예정처는 부동산 공시가격의 공신력을 높이기 위한 중앙정부의 목적과 노력이 있었음에도 납세의무자들에게 부담을 안기고 납세 순응도를 떨어트리는 상황에 대해 엄중히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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