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 4 자율주행차 시대 오는데, ‘총체적 난국’ 못 벗어난 韓 ①
정부, 로드맵 발표 등 자율주행자동차 위한 ‘선제적 노력’ 이어가 과태료 책임 소재 불분명 등 문제 여전히 산재 韓, 레벨 4 자율주행자동차 준비하기엔 역량 부족한 듯
최근 글로벌 사회에서 모빌리티 혁신의 상징으로 언급되고 있는 자율주행자동차에 대한 산업적 투자와 정책적 지원이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자율주행자동차는 교통서비스 변화의 동력이자 차세대 자동차 산업의 핵심 기술로서, 우리나라도 국정과제에 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를 포함하는 등 관련 기술 개발 및 투자, 입법적 노력을 다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자율주행자동차의 안정적 상용화를 위한 기술적・산업적 제반 조성 및 정책적 정비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지난 2019년 4월 ‘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자동차관리법’,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도로교통법’ 등 여러 법령의 개정과 정비를 이루고 있음에도 사실상 ‘4레벨 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에 대해선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 위해 다방면 노력 다한 정부
우리 정부가 자율주행자동차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지난 2015년이다. 당시 정부는 제3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자율주행차 상용화 지원 방안’을 제시해 자율주행자동차의 개념과 자율주행 수준별 단계를 정립하는 등 자율주행 관련 정책의 기초를 다졌다. 그해에 자율주행자동차의 정의를 법제화한 ‘자동차관리법’ 개정이 이뤄지기도 했다.
그러다 정부는 지난 2018년 ‘자율주행차 분야 선제적 규제혁파 로드맵’을 발표하며 △운전 주체 △차량 장치 △운행 △인프라 등 4대 영역에서의 30개 규제 개선과제를 제시했다. 해당 로드맵은 사후적 문제 해결 차원이 아니라 신산업의 발전 단계를 미리 예측해 문제가 불거지기 전 규제를 제정하려 했다는 점에 큰 의의가 있다 할 수 있다.
이후로도 정부는 △’미래자동차 산업 발전전략·2030 국가 로드맵’ 발표 △’자율주행자동차 윤리 가이드라인’ 제정 △’제1차 자율주행 교통물류 기본계획’ 발표 △’자율주행차 규제 혁신 로드맵 2.0′ 발표 △’BIG3 산업별 중점 추진과제: 미래차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디지털 전환 고도화 추진’ 발표 △’모빌리티 혁신 로드맵’ 발표 △’자동차 산업 글로벌 3강 전략’ 수립 등 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를 위한 다방면의 노력을 다해왔다.
노력했지만, “레벨 4 준비하기엔 역부족”
IT분야 전문가들은 완전 자율주행 시대의 문이 열리기 위해선 레벨 4 이상의 자율주행자동차가 상용화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자율주행 레벨 4는 ‘운전자나 승객의 조작 없이도 자동적으로 운행될 수 있도록 설계된 자동차’를 의미한다. 혹자는 아직 자율주행 레벨 3도 완전히 완성되지 못한 상황에서 레벨 4를 준비할 필요가 있겠느냐 물을 수 있으나, 전문가들은 “단순 자동차 업계뿐 아니라 타 산업 분야의 측면으로 접근했을 때 레벨 4 이상의 자율주행기술이 가져올 변화를 사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입법적 조처를 통해 자동차 산업을 넘어 산업계 전 분야에 걸친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는 소리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노력에 한계는 명확했다. 자율주행과 관련한 법·제도적 과제를 체계화하고 기술 발전을 촉진하는 데 미흡했단 것이다. 현재 자율주행 레벨은 미국자동차공학회(SAE: Society of Automotive Engineers)가 제시한 자율주행 기술 수준 단계에 따라 △운전자 보조 △부분 자동화 △조건부 자율주행 △고등 자율주행 △완전 자율주행 등 총 5단계로 구성된다. 여기서 우리 정부는 ‘고등 자율주행’ 단계인 ‘레벨 4’ 이상 자율주행을 위한 입법 조처를 거의 해내지 못했다.
우선 레벨 4 자율주행차가 과속, 신호 위반 등 교통법규를 위반했을 때 과태료를 부과할 대상이 명확하지 않다. 이는 현행 도로교통법이 인간 운전자만을 법규 위반의 주체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레벨 3 이하 자율주행차의 경우 특수 상황이 발생할 경우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하기 때문에 운전자에게 책임을 따질 수 있으나, 레벨 4부턴 운전자의 개입이 거의 없기 때문에 현행법상으론 운전자에게 법규 위반을 따질 수 없다.
자율주행차 사고가 발생했을 때 배상의 주체나 규모를 따지기 위한 법적인 근거도 미비하다. 법조계는 자율주행차 사고를 판단하는 근거 법을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제조물책임법·자동차관리법 등으로 보고 있는데, 이 법들 또한 운전자 주행을 중심으로 설계된 법안인 만큼 레벨 4 자율주행자동차 사고를 판단하기엔 부족한 부분이 많다.
2020년 4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이 개정되긴 했으나, 이 역시 레벨 3 자율주행자동차 수준에 머물러 있다.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은 자율주행 기록 장치 설치를 의무화함으로써 이를 토대로 한 정보를 통해 자율주행자동차 조사위원회에서 책임 소재를 따지겠다는 게 골자인데, 결국 자율주행차 조사위원회의 조사 역시 운전자가 위급 상황에 개입했는지 여부를 검증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레벨 4 자율주행자동차 사고를 판단하기엔 역부족이란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