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전세사기, 미꾸라지 한 마리가 흙탕물 만든다?

동탄 일대 ‘깡통전세’ 대란에 전세 수요 급감 용인 수지에 이어 신분당선 따라 판교, 정자역까지 확산 추세 서울 남부 일대, 대전·세종·충남에서도 대책 세워야

160X600_GIAI_AIDSNote
지난 7일간 ‘전세사기’ 관련 키워드 클라우드/출처=데이터 사이언스 경영 연구소(MDSA R&D)

화성 동탄신도시 일대에 이른바 ‘깡통전세’ 대란이 터지면서 전세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

동탄역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주 오피스텔 250채를 보유한 부부가 전세보증금 반환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사건 탓에 전세 수요가 급격하게 얼어붙었다고 설명한다. 해당 부부는 전세보증금 반환이 불가능한 만큼 “경매에서 낙찰받으라”는 문자를 세입자들에게 돌린 후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주(職住)지구, SRT교통편, 신설 단지, 요건 다 갖췄는데 전세 신뢰가 ‘바닥’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동탄역 일대가 SRT교통편을 비롯해 다양한 대중교통이 자리잡고 있는 데다 분당 일대의 판교, 정자역 일대보다 가격도 저렴하고, 주변에 상권과 직장들이 몰려있어 그간 2030 직장인들의 오피스텔 수요가 매우 높았던 지역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오피스텔 전세 입주 시 자칫 ‘깡통전세’로 전세 대금을 모조리 잃을 수 있다는 소문이 확산하면서 전세를 월세로 돌리고 싶다는 문의만 빗발치는 상황이라고 토로한다.

같은 상황은 동탄역뿐만 아니라 1동탄 지역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 접근이 용이한 2동탄 지역과 달리 1동탄 지역은 주변 지역 직장을 가진 직장인들의 수요가 높은 곳이었으나, 역시 ‘깡통전세’ 사건이 터진 이후로 전세 문의가 사라졌다는 것이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하소연이다.

한 관계자는 “전세금을 확 낮춘 물건만 거래될 상황”이라며 “자칫 전세가 사라지고 월세 위주의 시장이 될 가능성도 높다”는 의견을 내놨다. 특히 지난해 이자율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저금리 대출로 전세 입주를 했던 기존 세입자들마저 월세로 전환을 희망한다는 전화를 하루에도 2~3건씩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깡통전세’ 두려움, 자칫 다른 지역으로 번질 수도

인근인 용인 수지구 동천동에서 15년째 중개업소를 운영하고 있다는 ㄱ씨도 시장의 두려움이 확산되고 있는 데 대한 우려를 표한다. 지난주부터 동천동 일대에서도 전세 수요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신분당선 동천역 인근에 있는 신축 오피스텔에 대한 전세 수요가 있었으나, 지난주부터는 전세보다 월세를 찾는 수요가 부쩍 늘었다고 설명한다. ㄱ씨는 동탄에서 시작된 ‘깡통전세’에 대한 두려움이 동천역 일대까지 확산된 상황이 신분당선을 타고 정자, 판교역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인근 지역 중개업소들과의 통화에서도 확인한 바 있다고 답했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서도 같은 분위기가 나타난다. 지난 2021년 인근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으로 인해 약 2천 세대가 인근 지역으로 이사하면서 당시 대규모 전세수요가 몰렸던 동작구 사당동과 서초구 방배동의 경우 전세가격이 약 30% 정도 하락했다는 것이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7억5천만원까지 치솟았던 사당동 일대의 84㎡ 아파트 단지는 현재 4억5천만원~5억원 부근에 전세가격이 형성되어 있다.

최근 인근 지역 부동산 중개 건을 진행한 바 있다는 ㅇ씨는 “방배동 쪽은 주인들이 대출을 받아서라도 전세금을 돌려주겠다는 경우도 있고, 세입자들도 거꾸로 대출 이자를 받는 방식으로 전세 계약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반면 사당동 쪽은 아무래도 집값이 더 저렴하다 보니 은행 대출도 더 힘들고, 세입자들이 대출 이자 주겠다는 걸 선호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최근 ‘깡통전세’와 관련된 반응에 대해서도 “사당동 쪽은 사실 걱정하는 경우가 많다”며 “14억에 매물로 내놨던 84㎡ 아파트가 10억 선도 무너진다는 말들이 나오는 상황이라 전세보다 월세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7일간 ‘전세사기’ 관련 키워드 네트워크/출처=데이터 사이언스 경영 연구소(MDSA R&D)

미꾸라지 한 마리가 흙탕물 만든다?

동탄에서부터 용인 수지 및 서울 남부 지역 일대까지 부동산 중개인들은 ‘깡통전세’ 건에 대해 대체로 “미꾸라지 한 마리가 흙탕물 만든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근 들어 전세 사기에 대한 각종 보도가 나오며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 ‘깡통전세’ 사건이 기름을 부었다는 것이다. 이자율 상승 등으로 전세 수요가 월세 수요로 대체되고 있는 상황에 ‘깡통전세’ 사건까지 터져 전세 수요가 더 크게 줄어든 것이, 자칫 전세가 월세로 대체되는 신호탄이 되는 것 아니냐는 설명이다.

인터넷 언론, SNS, 커뮤니티 등에서 수집한 빅데이터 여론의 반응에서도 ‘깡통전세’에 대한 우려가 나타난다. ‘전세사기’ 관련 키워드에 ‘경매, ‘피해자들’, ‘대책’ 등의 문제 인식에 대한 키워드가 직접 관련되어 나타나고(이상 하늘색 키워드 그룹) 이어 ‘보증금’, ‘정책’, ‘우선’ 등의 키워드가 정부의 빠른 대응을 요청(이상 붉은색 키워드 그룹)하는 모습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전·세종·충남 등지에 최대 2만 가구가 깡통전세에 노출되어 있는 상태인 데다 서울 남부의 동작구, 관악구, 금천구, 구로구 등지에서도 깡통전세가 우려가 있는 만큼 당분간 전세 수요 급감을 막을 수는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이번 사건으로 전세가 없어지고 월세로 대체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일시적인 사건으로 없어질 만한 제도는 아닌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감시를 주문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