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패권 시대의 특허분쟁, 휘말릴 것인가 대응할 것인가 ③

기업 경쟁력 보호 위해 지속적인 특허침해 모니터링 필요 특허침해 인지했을 경우 특허권·소요 비용 검토 후 경고장 발송해야 철저한 준비 없이 고소하면 오히려 피해 본다, 대리인 선임·자료조사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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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기업의 기술경쟁력과 제품의 품질이 향상될 경우 국내외 경쟁사나 해외 타기업에서 특허를 침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기업은 기술을 보호하고 사업성을 유지하기 위해 보유 특허 중 중요한 특허는 선별해 권리를 계속 유지해 나가야 하며, 특허권 행사뿐만 아니라 특허소송에 피소될 때를 대비해 자사 특허에 대한 침해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비일비재한 특허침해, 어떻게 발견하고 침해 사실을 입증하나?

특허침해 사실은 ▲시장 출시 제품·전시회 출품 제품·경쟁사 카탈로그나 홈페이지의 판매제품 조사 ▲거래관계에 있는 국내외 대리점·실시권자·판매업자 등으로부터 정보 수집 ▲국내외 전자상거래 사이트·거래처·소비자 불만 등을 통한 정보 입수 등의 방법을 통해 상시로 발견할 수 있다. 만일 기업에서 특허침해 피해 정보를 입수할 경우, 사내 관련 조직(발명자 포함 개발팀, 영업·마케팅팀)뿐만 아니라 향후 분쟁이 예상되는 국가(지역)에서 해당 기술 분야의 경험이 많은 대리인도 선임해 특허침해 여부에 대한 분석을 상세하게 진행해야 한다.

특허침해 여부를 입증하려면 먼저 시중에서 침해 의심 제품을 구하거나, 카탈로그 또는 침해 의심 제품 생산·판매자의 홈페이지 등에 게시된 제품 정보를 분석해야 하며, 이 내용을 토대로 특허 청구범위 비교표(Claim chart)를 작성해 특허침해를 입증할 수 있다. 비교표 작성 시에는 침해 의심 제품이 자사 특허 청구항에 기재된 각각의 구성요소 전부를 침해하는지 확인해 손해배상을 청구할지, 현재 보유하고 있는 특허의 청구범위를 보정할지 판단해야 한다. 특허가 방법에 관한 것인 경우, 침해 의심 제품만으로는 특허침해 입증이 어려우므로 이때는 각국의 특허법상 특허침해 추정 규정을 활용해야 한다. 한국은 특허를 침해했다고 의심받는 자가 특허침해가 아님을 증명해야 하며, 미국에서는 재판부에서 관련된 사항을 조사하고 판결한다.

특허권 행사 전 특허의 유효성과 권리행사의 효과성 신중히 검토해야 

다만 다른 기업의 특허침해 사실을 발견했다고 해서 특허권을 즉시 행사하면 안 되며, 특허의 유효성과 권리행사의 효과성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일단 권리행사(경고장 발송, 소송 제기, 형사고소 등)가 시작되면 시간과 비용이 장기간 소요될 뿐 아니라 자사의 사업적 평판에도 불리한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특허소송으로 인해 해당 특허가 무효화될 경우 막대한 비용만 소모되고 아무것도 얻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으므로, 해당 특허에 특허 무효 사유가 존재하는지 점검해 침해 의심 제품이 실제로 특허를 침해하는지 여부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특허의 유효성 검증을 위해 기업에서 자체적으로 무효자료 조사를 할 수도 있고, 특허대리인 또는 전문조사기관(한국특허기술진흥원, WIPS 등)을 활용할 수도 있다. 다만 기업에서 유효성 검증 관련 자료들을 회사 이메일 등을 통해 전달할 경우, 미국의 디스커버리(Discovery, 미국 재판부에서 소송 당사자 간 공정한 공격과 방어를 위해 소송 관련 양측 보유기록을 제출하게 하는 절차)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특히 분쟁 발생 전에 검토했던 특허 분석 자료 중 ‘대리인-의뢰인 간 비밀유지특권(Attorney-Client Privilege)’의 보호를 받는 자료나 대리인의 업무상 산출물 특권(Work Product Privilege)의 보호를 받는 자료는 증거 제출 의무가 없으므로, 특허 분석 자료가 가급적 디스커버리에 대한 보호 대상이 되도록 철저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

이에 더해 기업은 경영진, 특허 담당 부서, 영업·마케팅 부서, 연구개발 부서 등과 함께 사업적 또는 금전적 이득, 소송 대응 비용 등 여러 가지 유무형 이익과 손실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해 침해 의심 제품 생산·판매 기업에 대한 특허권 행사 여부와 방법을 논의하고 결정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특허권 행사의 사업적 또는 금전적 이득을 검토할 때 침해 대상 제품의 과거 매출액과 향후 예상 매출을 기반으로 침해 금지로 인한 자사의 영업적 이득과 손해배상액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특허침해 인지 후 기업에서 취해야 할 액션

자사 기술에 대한 특허침해 여부가 특허무효성 측면과 비용·효과 분석 측면에서 확실하고, 권리를 주장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특허권자는 특허 침해자에게 경고장을 발송해야 한다. 경고장에는 ▲침해 대상 특허의 특허 번호 ▲특허침해 대상의 특정 ▲침해 금지 및 라이센스 등 요구사항을 기재하여야 하며, 특허청구범위 비교표(Claim chart)를 첨부해 더욱 강력한 경고장으로 구성할 수도 있다. 경고장은 침해 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시작점이 될 수 있으며, 고의 침해를 입증하기 위한 보조 수단의 역할을 하는 법률적 효과를 가진다. 단 경고장의 내용이 사실이 아니거나 법률적으로 명백한 오류가 있을 때 역소송을 당할 수도 있어 경고장 발송 여부 및 작성에 대한 실무는 대리인이나 전문가와 협상해서 진행해야 한다.

경고장 발송 이후 특허소송을 결정했다면 소송에 사용할 특허, 특허침해 발생지, 주요 구제 방법 및 소송비용 대비 승소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소송 국가, 재판지역, 대리인을 선정해야 한다. 만일 검토 과정에서 승소를 통해 얻어낼 수 있는 손해배상액이 소송비용보다 적거나 원하는 금액이 아니라면 소송의 실효성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해 보아야 한다. 물론 기업 대 기업의 분쟁에서는 손해배상액의 크기보다 침해 금지(제품의 생산 판매 금지)를 법원으로부터 받아내는 것이 기업경쟁력 면에서 더 효과적일 수도 있기 때문에, 손해배상액의 크기만으로 소송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소송을 제기할 지역은 국가별, 지역별로 상이하기 때문에 어떤 나라(지역)에서 소송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지 확인하고 결정해야 한다. 대다수의 경우 증거 조사가 용이하고 높은 손해배상액을 받을 수 있는 미국에서 소송하길 원하지만, 미국은 그만큼 소송 소요 비용이 많이 들어 독일에서 권리행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

경고장에 이어 특허 침해자에게 소장(complaint)을 제출할 때는 특허침해 사실을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한다. 재판부가 피고의 특허침해를 합리적으로 추측할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대부분의 국가는 특허침해에 대해 민사상 구제만 허용하고 있지만, 한국과 일본에서는 특허법상 특허침해에 대해 형사고소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니 관련된 부분도 확인해야 한다. 한국 특허법에서는 특허권이나 전용실시권을 침해한 자에 대하여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특허법 제225조 제1항). 중국에서는 행정적 구제를 실시하고 있는데, 각 지방특허청이 특허침해 및 특허를 사칭하는 행위에 대한 행정적 구제를 진행하고 있어 침해당했을 때 행정구제가 청구되면 약 4개월 이내에 침해 중지 명령 결정이 내려져서 신속한 구제가 가능하다. 형사 단속은 특허 사칭 행위에 대해서만 실시한다.

특허권 침해에 대한 형사고소는 처벌의 수준이 높아 피고소인에 대한 강력한 압박 수단이 될 수 있으며, 민사소송에서 불가능한 압수수색도 가능해 증거 수집에도 용이하다. 다만 소송은 신중히 진행돼야 할 것이다. 핵심은 피고인에 대한 형사적 제재가 아니라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특허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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