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과의 전면전 선포한 정부, 한국판 ‘좀비랜드’ 막을 수 있을까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를 검·경·관세청 등 840명으로 구성, 범정부 수사역량 결집 e-로봇 활용해 인터넷 마약 불법거래·광고 사이트 24시간 감시한다 중독재활센터 확대, 민간중독재활시설(DARC, 전국 4개)에 재정지원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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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검찰청검찰방송

4월 18일 정부가 국무회의를 열고 「마약류 관리 종합대책 추진성과 및 향후계획」을 논의했다. 최근 마약류관리종합계획, 범부처 마약류대책협의회 격상 등 다양한 대책에도 불구하고 최근 강남 학원가 마약 사건, 연예인 마약 과다복용 사건 등 국내에서는 마약 관련 범죄가 지속적으로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이처럼 과거 ‘마약 청정국’으로 불렸던 한국에 약물 남용과 중독이 증가하는 가운데, 미국의 마약 규제 정책에서의 시사점을 통해 한국에 적용할 수 있는 문제 해결 방법과 통찰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지난 11월부터 시작된 집중 단속으로 4개월 동안 한국에서 5,800명이 넘는 마약상이 체포됐으며, 300kg 이상의 마약이 압수됐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검거 건수는 24%, 압수된 마약은 55% 증가했다. 압수된 마약의 양은 306.8kg으로, 필로폰 소비량을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국민 천만 명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양이다.

윤 대통령은 “마약류 중독은 나와 내 가족,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는 질병이자 범죄이므로 마약류 범죄는 반드시 처벌한다는 각오로 강력하게 수사-단속하고, 마약류 중독자가 하루빨리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치료-재활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종합적 접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마약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범정부적 역량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대검찰청검찰방송

「마약류 관리 종합대책 추진성과 및 향후계획」

정부가 발표한 계획은 마약류 관리의 흐름에 따라 △입국 감시 △유통 차단 △사법 처리 △치료 및 재활 △교육 및 홍보로 구분하여 구성된다. 정부는 감시인력 확충, 특송화물 검색시스템 구축, 첨단 마약탐지장비 도입 등을 통해 마약류가 국경을 넘어 밀반입되는 것을 방지할 계획이다. 마약범죄 수사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마약범죄특별수사단은 검찰, 경찰, 관세청 등 840명으로 구성된다. 각 기관의 마약 수사관들이 초동 수사부터 재판 과정까지 전국의 마약 범죄에 공동 대응한다. 특히 청소년 대상 마약류 공급 등 인터넷 마약류 유통과 대규모 밀반입-수출입 사범을 중점적으로 수사해 범죄수익을 끝까지 추적하고 완전히 박탈할 계획이다.

마약사범 기소유예의 경우 기존에는 마약류 강도, 투약량 등 검찰 내부규정에 따라 치료-재활 조건을 부과했으나, 시범사업으로 의사 등 마약류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식약처 운영)가 기소유예 대상자의 중독 정도를 평가하고 그 의견을 토대로 치료-재활을 조건으로 기소유예를 처분할 수 있도록 한다. 아울러 치료보호기관으로 지정된 24개 병원이 마약류 중독 치료 기능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사업 운영 및 치료지원 단가를 인상하고, 치료보호 의료수가를 검토할 예정이다. 또한 치료보호가 종료된 중독자를 의료진이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치료와 재활을 연계하는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마약류 퇴치 홍보를 위해 ‘마약 끝의 신호, SOS’라는 슬로건을 바탕으로 대국민 캠페인을 전개하고, 개별 누리집에 흩어져 있는 마약류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통합 누리집도 구축한다. 이로써 ‘마약 복용 10년 후 자신의 모습 상상하기’ 등 가상-증강현실을 활용한 체험형 교육을 확대해 청소년의 관심을 유발하고 교육의 실효성을 제고하고 교원 연수 프로그램에 마약 교육을 포함해 교원의 역량을 강화할 방침이다.

사진=대검찰청검찰방송

‘마약 좀비’ 횡행하는 미국의 통제 방식

최근 SNS 등에 소위 ‘좀비’라고 불리는 마약 중독자들이 미국의 거리를 배회하는 영상이 흔하게 돌아다닐 만큼, 현재 미국은 밀반입된 불법 제조 펜타닐로 인해 매년 수만 명이 사망에 이르는 등 심각한 상황이다. 최근의 ‘블루 로터스 작전’과 같은 대규모 압수 작전을 비롯한 헌신적인 법 집행 노력에도 불구하고, 밀매업자들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압수된 마약을 쉽게 대체했다. 펜타닐은 생산량에 자연적인 제한이 없는 합성 약물이기 때문에 고위급 밀매업자들은 압수된 마약을 금세 대체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터무니없이 저렴한 가격을 자랑하는 펜타닐은 극소량만으로도 치사량에 이르는 만큼 밀반입 양이 적은 탓에 국경에서도 통제하기 어렵다. 펜타닐 공급에 대한 최대 형량을 높이고, 국경 통제를 두 배로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장기적인 공급 차단에 효과가 없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초당파적, 양원제, 다기관으로 구성된 합성 오피오이드 밀매 퇴치 위원회는 불법으로 제조된 펜타닐로부터 국경을 봉쇄하는 것의 한계를 인정하고 있다. 미국에서 소비되는 펜타닐의 엄청난 양을 고려할 때 합성 오피오이드 시대의 마약법 집행 목표를 제고하고 오피오이드 거래와 관련된 피해를 줄이기 위해 법 집행 자원을 현명하게 배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법 집행 기관이 공급을 차단할 수 있다는 비현실적인 기대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지역, 국가 및 국제 수준에서 불법 시장과 관련된 폭력, 부패, 자금 세탁 및 기타 폐해를 줄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미국에서 제기되고 있다.

공급 차단보다 ‘소비자 처벌’ 강화해야

이는 한국에도 적용 가능한 사안이다. 가장 주목할 만한 접근 방식은 피해 수준에 따라 마약 밀매자, 딜러, 시장을 구분하는 것이다. 일부 딜러는 폭력적인 활동을 하는 반면 그렇지 않은 딜러도 존재한다. 법 집행 기관이 단순히 유통되고 있는 마약만을 쫓는 것에서 벗어나 폭력적이고 부패한 조직을 추적하는 데 집중한다면 보다 표적화된 효과적인 마약 범죄 대응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 현행 마약류 관리법상 마약 범죄는 단순 투약이나 소지만으로 1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으나, 대부분 기소유예에 그치는 등 가볍게 다루어지고 있는 만큼 소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도 필요하다. 즉 공급 차단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더불어 예방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청소년에게 마약의 위험성에 대해 교육하면 마약 사용과 중독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의 약물 남용 저항 교육(D.A.R.E.)과 같은 프로그램은 청소년들이 약물에 대해 정보에 입각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다.

미국이 국경을 넘나드는 합성 마약에 대한 흐름을 통제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한국도 마약 공급 방지만을 목표로 삼는 대신 불법 마약 시장과 관련된 피해를 줄이고, 마약 수요 근절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폭력, 부패, 자금 세탁 및 마약 밀매와 관련된 기타 범죄 활동 차단과 마약류 관리 처벌 강화가 도움이 될 것이다.

마약계의 블루오션, 한국

전문가들에 따르면 그간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대규모 마약 사건이 적어 마약에 대한 인식이 낮은 데다 세관의 검사도 약하기 때문에 마약계의 블루오션으로 꼽힌다. 또한 한국은 경제 규모가 크고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인 수도 많아 마약 밀반입 경로를 구축하기 쉽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한편 최근 마약 관련 사건이 증가함에 따라 마약 사범에 대한 법률 대리 시장의 수요도 높아지는 등 ‘법조계의 블루오션’이 될 것으로도 예상된다. 다만, 해당 시장은 전관들과 수사기관에 국한될 가능성이 높다. 법무법인 인피니티의 박성진 변호사가 변호를 맡았던 배우 유아인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국내 최고의 마약 전문 검사로 꼽히는 박 변호사는 대검찰청 마약-조직범죄부장과 차장검사, 검찰총장 권한대행 등을 역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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