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처럼 경기도 택시 기본요금 1천원 인상, 서울 시민들은 심야택시 외면 중

경기도 택시, 다른 지자체처럼 택시 기본요금 4,800원으로 인상 서울시 택시요금 인상한 뒤 시민들 대다수 심야버스·지하철 이용 택시 수요량 < 택시 공급량, 경기도 수요예측 철저히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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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가 오는 7월 1일 오전 4시부터 택시 기본요금을 3,800원에서 4,800원으로 1,000원가량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심야할증도 적용 시간을 1시간 당겨 오후 11시부터 오전 4시까지로 늘리고 할증요율 역시 20%에서 30%로 높이겠다고 전했다. 앞서 서울시에서 택시 요금을 인상한 데 이어 경기도 역시 소폭 인상을 예고했지만, 구체적인 발표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기도 택시, 기본요금 1,000원↑ 심야할증도 오후 11시부터 시작

경기도는 지난 4월 열렸던 소비자정책위원회를 통해 경기도의 특성을 고려해 심야할증 등을 수정한 ‘택시요금 인상 경기도 절충안’을 의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최종 절충안에 따르면 택시업계, 도민, 도의회,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해 현행 요금 요율 대비 22.56%를 인상했다. 이번 인상안은 2019년 5월 이후 4년 2개월 만이며 연료비와 인건비 상승 등으로 가중된 택시업계의 경영난을 해소하고 법인 택시 운수종사자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이뤄졌다. 본래 서울시나 다른 지자체들의 택시요금 인상 시기와 맞추려고 했으나 도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고려해 반년가량 요금 인상 시기를 연기한 것이다.

인상안은 도민들의 택시 이용 시간 등 통행 방식과 도내 시군별 택시 수급 상황 등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표준형(수원, 성남 등 15개 시군)’은 기본거리를 기존 2km에서 1.6km로 400m가량 단축했으며, 거리‧시간 요금을 132m‧31초에서 131m‧30초로 단축했다. ‘가형(용인, 화성 등 8개 시군)’은 기본거리를 200m 단축한 1.8km로, ‘나형(이천, 안성 등 7개 시군)’은 기본거리(2km)를 현행대로 유지한다. 거리·시간 요금 역시 현행 유지해 지역별 요금 격차를 완화하도록 조정했다. 이번 요금 조정으로 가형의 경우 표준형 대비 요금 부담 비율이 기존 109.1%에서 108%로, 나형의 경우 120%에서 118%로 감소했다. 경기도는 표준형에 비해 가형과 나형의 요금 부담이 아직도 큰 만큼 계속해서 격차를 줄여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체 택시의 0.7%를 차지하는 모범·대형 승용 택시는 기본요금(3km)을 기존 6,500원에서 7,000원으로 인상한다. 또한 추가 거리 요금은 144m마다, 시간 요금은 35초마다 200원씩 오르도록 조정했다. 경기도에서는 운행하지 않는 소형·경형 택시 또한 향후 보다 다양한 종류의 택시로 도민의 편의를 높이기 위해 기본요금 인상안에 포함했다. 이로써 소형택시는 3,500원, 경형 택시는 3,400원으로 결정됐다. 이와 함께 이번 요금 인상이 택시 종사자의 처우개선과 이용객 서비스 향상으로 이어지도록 다양한 시책 또한 시행될 예정이다.

인상안에 따라 요금 인상 이후 6개월 동안 법인 택시는 운송 수입 기준금을 동결해야 하며, 신규 입사자에게는 10만원, 재취업자에게는 20만원의 지원금을 회사에서 지급해야 한다. 늘어나는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개인택시 통역 서비스와 법인 택시 분실물 센터 운영 역시 추진하며, 법규를 위반하거나 민원이 발생한 운수종사자에 대해서도 조합에서 특별 교육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제출하도록 했다. 김효환 경기도 택시 교통과장은 “택시요금 인상은 생활 물가와 업계 종사자들의 생계에 직결된 문제로 여러 이해가 부딪히는 사안이었지만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도의 실정에 맞는 조정안을 마련할 수 있었다”며 “업계와 도민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택시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미 택시요금 올렸던 서울시, 심야시간 대 이용률 감소

한편 서울시 역시 택시 요금을 대폭 인상했다. 지난 12월 1일 현행 밤 12시~새벽 4시로 운영되던 심야 할증은 밤 10시부터로 변경됐고, 승차난이 심해지는 밤 11시~새벽 2시에는 심야 할증 기본요금을 현행 4,600원에서 5,300원으로 인상했다. 올 2월에는 기본요금도 3,800원에서 4,800원으로, 기본거리도 2㎞에서 1.6㎞로 조정됐다. 또한 거리 요금도 132m당 100원에서 131m당 100원, 시간 요금은 31초당 100원에서 30초당 100원으로 조정됐다. 조정 사유는 코로나19 팬데믹 완화로 인한 택시 수요 증가에 턱없이 부족한 택시 공급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승객수가 급감하자 대다수 택시 기사들이 업계를 이탈해 오토바이를 이용한 배달업, 물류택배업 등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이에 택시 업계에서는 택시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요금 인상 및 택시 운전사들에 적절한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승객들은 택시요금 인상 소식에 택시보다 버스나 지하철 등 다른 대중교통으로 발길을 돌렸다. 심야버스 역시 공급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은 당초 택시 업계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가격 저항이 큰 것으로 보인다. 경력 21년의 택시 기사 A씨는 “금요일, 토요일 밤에는 매일 15만원에서 20만원씩 챙겨갈 수 있었는데, 요금 인상 후 새벽까지 10만원도 못 챙겼다”며 푸념을 늘어놓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2월 택시요금 최종인상 후에 서울의 택시 공급량은 일평균 약 1만1,600대 증가했지만, 일부 시민들은 택시 대신 대중교통을 선택하며, 할증까지 적용되는 심야시간대 버스와 지하철 이용량이 함께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실제로 공공요금, 물가 인상 등의 요인과 겹쳐 요금 인상 후 택시 운행 건수는 되려 감소한 상황이다.

지난 3월 서울개인택시조합은 요금 인상의 영향으로 택시 기사들의 운행 건수가 감소했다고 밝혔다. 요금 인상 전인 1월 1~10일 하루 50만6,954건이던 개인택시 운행 건수는 인상 후인 2월 1~10일 하루 49만4,562건으로 약 1만2,000건 줄었다. 시간대별로 보면 할증 시간대 역시 11만7,684건에서 11만6,413건으로 감소했으며 비할증 시간대도 38만9,269건에서 37만8,148건으로 감소했다. 서울 법인 택시 기사들은 지난해 11월 해제된 개인택시 3부제(2일 근무, 1일 휴무) 재시행을 요구하며 단체 행동을 나서기도 했다. 승객 수요가 감소했으니 그만큼 택시 공급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개인택시 기사들이 3부제 재시행을 반대하고 있어 택시업계 내부 갈등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인상된 택시요금, 늘어난 심야 대중교통 이용률: 경기도는 서울시 상황 지켜봐야 할 것

반면 버스 및 지하철 이용 건수는 늘었다. 특히 지난해 12월 큰 폭으로 택시 요금이 오른 오후 10시 이후의 탑승객이 증가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2월 셋째 주 심야버스 일평균 승객수는 1만6,414명으로, 기본요금 인상과 심야 택시 할증이 적용되기 전인 지난해 11월 셋째 주(1만3,362명) 대비 23%가 늘었다. 둘째 주를 기준으로 비교하면 2월 1만6,041명, 지난해 11월 1만3,463명으로 19%가 늘었다. 오후 10시 이후 지하철 승객 수 역시 지난 1월 첫째 주 320만394명에서 2월 첫째 주 335만4,104명, 2월 둘째 주 349만4,974명으로 증가세다.

이뿐만 아니라 서울시에서 지난 3월 마포(합정)~종로~동대문 9.7㎞ 구간에 자율주행 버스를 시범 운행하기로 결정한 뒤 구체적인 일정을 잡기도 시작했다. 서울시는 국토교통부에 ‘자율주행 시범운행지구’ 지정을 요구했고, 실무위원회 회의를 거쳐 6월경 자율주행 사업자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사업자 선정 후에는 기술 능력 검증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며 이르면 10월경 일반 시민도 탑승이 가능하다. 심야 자율주행 버스 운행 시간은 0시부터 오전 5시까지로, 총 3대의 차가 투입된다. 요금과 배차 간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차차 노선을 청량리까지 3.5㎞가량 늘릴 계획이다.

이처럼 심야에 택시 외에도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대중교통 수단이 마련되면서 시민들의 심야 이동에 큰 불편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문제는 늘어난 택시 공급량 대비 수요가 떨어진 만큼 ‘서울시에서 이 간극을 어떻게 해결하는가’일 것이다. 전문가들은 택시 수요와 공급,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자들의 위축심리를 포괄적으로 판단할 때 상당한 시간이 걸리리라 예측했다. 그런 만큼 경기도에서 택시 요금을 인상하는 안에 대해서도 신중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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