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 심각해지는 저출생·고령화, 타개책은 ‘동남아 가사도우미’?
저출생·고령화 문제 심화, 정부 노력에도 출생률 떨어지기만 맞벌이 부부에게 필요한 ‘가사도우미’, 한 달 몸값만 200만원 이상 일각서 ‘동남아 가사도우미’ 허용 목소리 ↑, 하지만
저출생·고령화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은 지난 2019년 0.98명으로 0명대에 돌입했고 이후로도 2019년 0.92명, 2020년 0.84명, 2021년 0.81명, 2022년 0.78명으로 점차 감소 추세에 있다. 반면 15~64세 사이의 생산가능인구는 2010년 72.9%에서 2050년 2,424만 명까지 급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총인구의 경우 2021년 처음으로 감소하기 시작하며 기존의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인구 절벽의 시기가 도래했다. 2022년 기준 연간 출생아 수는 27만2,337명으로, 2011년 약 47만 명 대비 1/2가량 줄었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를 관망하지만은 않았다. 역대 정부는 2006년 이후 2020년까지 약 380조2,000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부으며 저출생 타개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여전히 출생률은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저출생 원인은 ‘육아 비용’, 맞벌이하는 동안 아이는 누가 맡나
사실 저출생의 원인은 비교적 명확하다. 육아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양가 부모님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이들은 대부분 맞벌이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여 있는데, 우리나라 가사도우미는 입주의 경우 적어도 월 250만원 이상, 출퇴근은 월 150만원 안팎의 비용이 든다. 부부 중 한 명의 월급을 상회하는 값이다. 결국 아이를 낳으면 결국 부모 중 한 명이 직장생활을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되는 셈이다.
이에 일각에선 ‘비(非) 중국동포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각 가정의 육아 부담을 덞으로써 저출생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해야 한단 취지다. 실제 홍콩의 경우 합법적인 동남아시아 출신의 가사도우미가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출생률이 세계 최저 수준인 홍콩 정부는 여성 인력을 최대한 활용하여 30만 명에 가까운 필리핀, 인도네시아 출신의 가사도우미 인력을 수입하고 있다. 이들은 홍콩 가정에서 가사를 돌보며 2년간 최소 월 HKD 3,740(한화 약 55만원)을 받는다. 값싼 노동력을 통해 저출생 해결을 위한 기반을 잡은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현재 가사도우미 비자를 따로 발급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필리핀 가사도우미는 단기 방문비자로 일하는 불법 체류자다. 우리나라에서 이들을 고용하는 건 불법이라는 의미다. 중국 동포에게는 방문취업비자가 나오기 때문에 중국 동포를 가사도우미로 고용하는 건 가능하나, 최근 우리나라 국민의 중국에 대한 인식은 바닥을 치고 있다. 한 유튜브 채널이 커뮤니티의 투표 기능을 통해 ‘일본, 중국 등 나라 중 어디가 가장 싫냐’고 묻자 무려 98%의 누리꾼들이 ‘중국이 가장 싫다’고 답했다. 뉴스 포털의 한 누리꾼이 “(필리핀 가사도우미가) 중국인보다는 좋을 것 같다”는 댓글을 단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중국인에 대한 국내 평판이 저조한 만큼 부모 입장에서 중국 동포 가사도우미를 고용하기란 쉽지 않을 수밖에 없다.
동남아 가사도우미 관련 법안 제출됐지만, ‘불발탄’으로 끝날 듯
사실 필리핀 등 동남아 가사도우미 고용과 관련한 논의는 이전부터 이어져 왔다. 지난 3월 21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고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러나 조 의원의 법안은 각종 설왕설래를 불러왔다. 가사근로자법 제6조 제1항에 ‘외국인 근로자인 가사도우미는 최저임금법 적용이 제외되는 가사사용인으로 본다’라는 단서 조항을 신설했기 때문이다.
조 의원은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월 100만원 이하로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고용할 수 있게 돼 저출생 및 여성 노동자의 경력 단절 문제를 완화할 수 있으리라 강조해다. 오세훈 서울시장 또한 조 의원의 법안에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오 시장은 “과거라면 주저했을 모든 파격적인 방안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독보적인 세계 최악의 저출산 국가인 우리나라는 모든 변화를 감안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는 파격이 아닌 반인권적이고 성차별적인 데다 시대착오적인 접근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외국인 가사도우미에 대해서만 최저임금 적용을 제외한다는 건 근로기준법 및 헌법상 평등권에 위배되는 조치라는 지적이다. 앞서선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 임금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 또한 외국인 노동자의 노동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바 있다. 가사도우미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제외도 노동권 침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성차별적·계급차별적 법안이란 지적도 나왔다. 우리나라의 저출생 문제 원인을 여성의 가사노동 부담에서 찾고, 그 부담을 아주 저렴한 값을 지불함으로써 이주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려는 속셈 아니냐는 것이다. 가사도우미 대부분이 여성임을 감안할 때 이주 여성은 가사노동 기계로, 국내 여성은 출산의 도구로 바라보는 성차별적 발상이라는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각종 비판에 직면한 조 의원의 법안은 사실상 ‘불발탄’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가사도우미, 돈도 문제지만 ‘공급’ 자체가 부족해
한편 위 같은 상황적 특성에도 불구하고 맞벌이 가정에서 가사도우미를 고용하는 사례는 갈수록 늘고 있다. 그러나 수요 대비 공급량이 적은 만큼 가사도우미의 몸값 또한 날이 갈수록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시터넷’ 등 도우미 구인구직 사이트에 따르면, 아동 두 명을 돌보기 위해 입주형으로 한국인을 고용하면 300만원대 초중반의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한국 여성의 평균 명목 임금인 월 247만원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이마저도 서울 및 경기 일부 지역을 벗어나면 제대로 구할 수가 없는 상태다. 차선책으로 중국 동포 가사도우미라도 구해보려 하는 이들도 적지 않지만, 중국 동포 도우미 역시 서울에 몰려있다 보니 이마저도 쉽지가 않다. 일하면서 육아를 함께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더욱 촘촘히 가꿔나가야 하는 이유다.
우리나라는 고령화 속도가 매우 빠른 축에 속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노인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생산가능인구가 부담해야 할 총부양비는 2010년 37.2%를 기록했으며, 이후 2030년 55.4%, 2050년 88.8%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2010년엔 생산가능인구 7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하는 꼴이었으나 오는 2030년엔 2.7명이 노인 1명을, 2050년엔 1.4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함을 의미한다. 저출생 고령화 문제 해결이 더 지체된다면 미래를 장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필리핀 등 동남아 가사도우미에 대한 보다 면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