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고령화 현상’, 이대로 가면 대다수 국가 신용등급 강등, 2050년 한국은 ‘최악’ 직면

고령화 시대, ‘재정 부담 증가와 늘어난 차입비용’ 사이 악순환 형성 프랑스는 이미 신용등급 강등, ‘한국, 대만, 중국’은 2050년 최악 맞이할 수도 급속한 고령화 눈앞에 둔 한국, 연금개혁 등 정책 대응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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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의 고령화는 전 세계적으로 각국 정부의 신용등급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무디스 등 주요 신용평가기관들은 악화된 인구구조가 사회보장제도 등의 비용 증가에 따른 재정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이에 가파른 속도로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고 있는 우리나라도 연금개혁 및 고용제도 개선 등의 정책적 대응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사회보장제도 비용 증가에 따른 재정 악화 우려

18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Moody’s, S&P, Fitch 등의 신용평가기관들은 인구 고령화가 이미 정부의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포괄적인 개혁 없이는 신용등급 하향이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고령화 위기에 직면한 주요 선진국들의 경우 최근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현상에 따라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재정부담이 더욱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미국 연방준비제도, 유럽 중앙은행 및 잉글랜드은행 모두 금융위기 이후 정책금리를 최고 수준으로 인상함으로써 정부의 부채 상환 등의 비용이 증가했다.

S&P 글로벌 레이팅스의 스트레스 테스트에 따르면 차입 비용이 1%p 상승하면 일본, 이탈리아, 영국 및 미국의GDP 대비 부채 비율이 2060년까지 약 40-60%p 증가한다. 애널리스트 마르코 미르니크는 “이는 매우 큰 증가이며, 정부 부채가 지속 가능하기 위해선 고령화 압력이나 기타 재정개혁을 다루는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피치 “대다수 국가에서 고령화에 따른 신용등급 하향 조정 중”

전문가들은 이미 많은 국가가 악순환에 놓여 있으며 앞으로도 상황은 더 나빠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무디스 인베스터스 서비스의 디트마르 호눙(Dietmar Hornung) 부사장은 “과거에는 인구구조가 중장기적인 고려사항이었지만, 지금은 시대적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국가 신용 프로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일부 국가에선 신용등급 강등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피치는 프랑스의 연금개혁이 실패하자 AA에서 AA-로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피치의 국가 및 초국가연구 글로벌책임자인 에드워드 파커(Edward Parker)는 “많은 국가에서 이미 불리한 영향에 직면하고 있으며, 이 영향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면서 “2050년에는 한국, 대만, 중국 등의 아시아 국가들이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페인, 독일 등 중·남유럽 국가들도 인구구조 문제가 심각하다. 올해 초 발간된 무디스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은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인구가 고령화되고 있다. 특히 이미 고용시장에선 고령화의 대한 압박이 드러나고 있으며, 개혁이 없다면 잠재 성장은 더욱 약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050년 ‘생산가능인구’ 급락, 고령화 대응 시급한 한국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우리나라도 고령화로 인한 신용등급 강등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전체 인구의 17.%인 901.8만 명이 65세 이상 고령인구다. 이 비중이 계속 증가할 경우 2025년에는 20%대에 진입하게 된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가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르다는 사실이다. 앞선 통계에서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7%에서 14%에 도달하는 기간과 다시 14%에서 20%에 도달하는 기간이 각각 18년과 7년으로, 이는 미국, 일본 캐나다 등 OECD 11개 국가 가운데 가장 빠르다. 출산율 또한 급격히 감소하고 있어 15~64세 사이의 생산가능인구는 2010년 72.9%에서 2050년 2,424만 명까지 급락할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 정부는 고령화 시대에 대한 대응으로 ▲노인 일자리 증대 ▲기초연금 지원 ▲퇴직연금제도 도입 의무화 ▲치매 쉼터프로그램 개발 및 보급 ▲’생애말기 돌봄’ 도입 등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연금제도 개혁, 정년연장, 지역 경제 활성화 등 고령화 대응 핵심 정책 추진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많은 전문가가 경고를 보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S&P는 “고령화 관련 재정 정책에 대한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정부의 일반적인 적자가 2060년까지 GDP 대비 9.1%로 예상되며, 연금 비용 또한 평균적으로 GDP 대비 4.5%p 상승한 9.5%에 도달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전망했다.

그리스는 2009년 말 부채 위기를 겪은 이후 연금제도에 대한 포괄적인 개혁을 진행해 왔다. S&P가 분석한 81개국 가운데 2060년까지 연령 관련 지출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 유일한 국가가 바로 그리스다. 그리스는 사회 구성원들의 요구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급진적인 개혁 탓에 최근에는 노인 빈곤 문제라는 또 다른 난관에 봉착해 있다. 우리나라 역시 그리스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고령화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구조적 개혁 과정에서 또 다른 사회적 문제를 낳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동반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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