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주요 도시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 급증, 국내 시장으로 번질 가능성은?
전 세게 오피스 공실률 12.9%, 08년 금융위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급등 반면, 서울 도심 오피스 공실률은 ‘제로’, 오히려 임대료는 급등 국내 기업환경과 달리 미국 등 주요국에선 ‘재택근무’ 확산이 주요 원인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자상거래 증가 및 재택근무 확산에 따라 전 세계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들어섰다. 특히 공실률이 높아진 미국 상업용 부동산 리스크가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장기적으로 국내 부동산 시장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재택근무 확산이 더딘 국내 고용시장 특성을 고려할 때 공실률이 가파르게 증가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뉴욕, 상하이, 홍콩, 런던’ 등 주요도시 공실률 ‘금융위기급’
미국의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기업 CBRE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세계 17개 주요 도시 가운데 10개 도시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기록한 공실률의 사상 최고치를 넘어섰다. 전 세계 오피스 공실률은 12.9%로, 리먼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공실률 13.1%와 유사한 수준이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재택근무 확산과 인원 감축이 두드러졌던 미국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특히 샌프란시스코의 사무실 공실률은 올 1분기 29.4%로 작년 4분기의 27.6%보다 늘었다. 이는 2003년 닷컴 버블 붕괴 당시 최고치인 19.1%를 한참 웃도는 수치다.
이 밖에도 LA와 시카고 등 미국의 또 다른 주요 도시 공실률이 20% 안팎까지 치솟았다. 문제는 이 같은 추세가 앞으로도 지속될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란 사실이다. SFGATE 등의 지역 신문과 외신 등은 “임대가 종료되는 올 2분기 공실률이 34.6%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며 “올 연말까지 본다면 기존 빈 사무실 등을 포함한 전체 공실률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금리 지속되는 국내 시장 상황은?
부동산 시장 침체와 함께 고금리 여건이 지속되고 있는 국내 시장 상황은 어떨까?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 위기가 국내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거란 부동산 업계의 전망과는 달리, 강남, 여의도 등 서울 도심의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은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 존스랑라살(JLL) 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강남과 여의도의 연면적 3만3,000㎡ 이상 오피스 공실률은 1.1%로 집계됐다. 공실률은 지난 분기에 이어 올해 8분기째 연속 하락 중이다.
심지어 국내 상업용 부동산 수익률은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 국내 한 부동산 리서치 기관 관계자는 “팬데믹 이후 서울 도심과 강남 등 주요 오피스들의 임대료가 상승하고 있다”면서 “팬데믹 이전의 공급 부족 현상이 다시 나타나면서 앞으로도 공실률은 지속 떨어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다만 대내외 경제 여건의 불확실성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B 리츠 자산관리회사 관계자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서울 등 국내 주요 도시에 거점을 둔 글로벌 기업들이 구조조정 등을 거치면서 오피스 수요가 급감했던 적이 있다”면서 “미국발 상업용 부동산 리스크가 국내 시장에 미칠 영향이 아예 없다고 보지 않는다. 관련 리스크를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용시장 변화’가 부른 미국과 한국 오피스 시장의 온도 차
전문가들은 미국 등 주요국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 침체의 원인으로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 확산 등으로 달라진 고용시장을 꼽았다. 오피스 출근 직원 수가 현저히 줄어들면서 기업들도 임대 비용을 아낌에 따라 공실이 늘고 부동산 가치가 하락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에선 구글·아마존·메타 등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 직원들이 재택근무 종료에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NN 등 외신 등에 따르면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노동조합 관계자는 “실제 업무 성과와 관련 없는 출석 체크 등으로 직원의 전문성을 평가하는 일에 대다수 직원이 동의하지 않는다”며 “회사가 이러한 정책을 고수할 경우 노동자의 다양한 삶을 무시한다고 판단한 대다수 직원이 기업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기업들이 사무실 복귀를 장려하고 있음에도 근로자들이 재택근무 환경을 우선시하는 배경에는 현재 고용시장의 높은 노동수요가 꼽힌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JOLTs(구인, 이직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미 기업들의 구인 건수는 1,010만 명으로 여전히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20년 2월(700만 명)의 노동수요를 큰 폭으로 웃돌고 있다. 이 같은 증가 추세는 근로자가 직장을 선택하는 주요 옵션으로 재택근무 환경을 우선하는 배경이 될 수 있다.
반면 국내 고용시장에선 재택근무가 단지 하나의 옵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스타트업 퍼블리가 운영하는 개발자 커뮤니티’커리어리’ 이용자 330명을 대상으로 한 재택근무 관련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8%가 사무실 복귀에 공감한 반면, 32%만이 재택근무로 높은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특히 응답자의 65%가 취업 시 ‘재택근무 가능 여부’가 중요한 조건인지 묻는 문항에서 재택근무 가능 여부가 가장 중요한 조건은 아니라고 답했다. 미국과 달리 국내에선 오히려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 축소가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