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전 있었다’는 후쿠시마 오염수 현장시찰, 정작 시찰 범위는 日 손아귀에?

현장시찰단 “진전 있었지만 완전 입증은 안 돼”, 슬쩍 발 뺐다 전문가들 “방사능 오염수 재정화 거의 불가능할 것” 오염수 방출 전부터 ‘방사능 생선’ 발견, 韓 정부 역할론 강화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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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UTOIMAGE

31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전문가 현장시찰단이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요 활동 결과를 발표했다. 현장시찰단은 지난 21일부터 5박 6일간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를 방문했다. 이들은 일본 방문 당시 오염수 해양 방류 관련 핵심 주요 설비를 점검한 뒤 관련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시찰단 “과학·기술적 검토 과정에서 의미 있는 진전 있어”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현장시찰단 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장 직접 확인과 보다 구체적인 자료 확보를 통해 과학·기술적 검토 과정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며 “주요 설비들의 성능 적정성과 장기운전 가능성 등 종합적인 평가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정밀분석과 확인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시찰단은 앞으로 확보할 자료와 일본 측과의 질의응답 등을 통해 설비별·분야별 분석·확인 작업을 수행하고 이를 토대로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종합 평가 결과를 공개할 계획이다.

시찰단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관련 핵심 주요 설비인 다핵종 제거 설비(알프스, ALPS), 측정 확인용 설비(K4 탱크군), 방출(이송·희석·방출) 설비와 중앙감시제어실, 화학분석동(방사능분석실험실) 등을 집중 점검했다. 시찰단이 가장 우선한 건 알프스 성능 점검이다. 알프스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 존재하는 다양한 종류의 방사성 핵종(삼중수소 등 제외)을 제거하기 위한 설비다. 이와 관련해 유 위원장은 “2019~2022년 연 1회 수행된 알프스 입·출구 농도분석 등 원자료를 확보하고, 흡착재 교체 시기 등을 확인했다”며 “앞으로 확보한 자료에 대한 정밀 분석과 함께 알프스 유지관리 계획 등을 추가 확보해 종합적으로 알프스 성능 등을 확인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오염수 방류 전 삼중수소 외 방사성 핵종 농도를 측정해 배출 기준 만족 여부를 확인하는 K4 탱크군의 설치 상태 등도 확인했다. 시찰단은 K4 탱크군의 설계도, 시험·점검 기록지 등을 확인하고 오염수를 K4 탱크에서 희석 설비로 이송하는 과정 중 오염수 해양 방출을 긴급 차단할 수 있는지 등의 기능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위원장은 “이번 시찰에서 오염수 처리 시설이 설계 도면대로 설치되어 있음을 확인했다”면서도 “그것이 성능적으로 만족할 수 있는 것임을 입증하는 건 아니다”라고 다소 발을 뺐다. 이어 “장기간 운영이 가능하냐 여부에 대해선 추가적으로 알프스와 관련돼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항목, 유지관리는 어떻게 해 나갈 것인지 등을 추가적으로 확인해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현장시찰단 한계 뚜렷, 日 제공 자료에 전적 의존

현장시찰단은 이번 현장시찰을 통해 기술적 검토 과정에서의 진전이 있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불안 요소는 여전하다. 이번 현장시찰에서 주요 설비의 성능에 대한 명확한 검증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일본 측이 제공한 자료에 전적으로 의존한 시찰은 한계가 분명할 수밖에 없다. 그런 만큼 이번 시찰만으로 방사능 오염수 방류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는 “세슘, 스트론튬, 플루토늄 등 방사성 핵종에 대한 불안감이 큰 상황이지만 이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을 쏟아냈다.

일본 정부가 추진하는 ‘방사능 오염수 재정화’가 현실적으로 가능할지에 대한 우려도 여전히 잔존하고 있다. 오염수 재정화는 알프스를 거쳐 나온 오염수가 기준치보다 높은 방사선을 뿜을 때 알프스에 다시 넣어 돌리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일본 정부가 탱크에 넣어 저장 중인 오염수의 66%, 약 90만 톤이 방사성 기준치를 넘어섰다. 방사성 기준치를 살짝 넘은 오염수부터 무려 1만9,000배 이상인 오염수도 있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은 “한 번 알프스를 돌렸을 때 오염물질의 10%를 걸렀는데, 두 번 돌렸다고 오염물질의 20%를 거르는 필터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방사능 오염수 재정화가 실질적으로 가능하리라 여기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생존권과 관련 깊은 오염수 방출, 日 정부 책임론 높아져야

게다가 오염수 방출 이전부터 일본 후쿠시마 앞바다에선 이미 우럭, 송어에 이어 농어까지 기준치를 넘는 방사능 물질이 검출되고 있는 형국이다. 후쿠시마현 어업협동조합 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2월 이와키시 앞바다에서 어획한 농어에서 방사성 물질인 세슘 함유량이 1㎏당 85.5베크렐(㏃)인 것으로 나타났다. 후쿠시마현 어협은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제1원자전 사고 이후 1㎏당 세슘 50베크렐을 상품 출하 기준치로 정한 바 있다. 상품 출하 기준치의 1.5배가 넘는 세슘이 오염수 방출 이전부터 검출되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에서 발생한 오염수를 알프스로 정화 처리하면 세슘을 비롯한 방사성 물질 62종 등 대부분의 방사성 물질이 걸러질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삼중수소(트리튬)은 알프스로도 걸러지지 않는다. 미량이긴 하나 탄소14 등 핵종도 알프스로 처리한 물에 그대로 잔존한다. 심지어 오염수 방출 이전부터 ‘방사능 생선’이 잡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일본 정부의 낙관적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당초 방사능 오염수를 처리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방사능 오염도를 측정한 후 측정된 방사능 오염도에 따라 오염 물질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으로 이송해 장기간 보관하거나 방사성 핵종을 제거하는 등 여러 방안이 존재한다. 그런데도 일본이 ‘방류’라는 방식을 선택한 건 다름 아닌 ‘돈’ 때문이다. 오염수를 단순 방류하는 게 다른 방법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

해양 생물에서 과도한 방사성 물질이 발견된다는 건, 이미 주변 해역이 오염됐단 의미다. 오염수 방류에 대한 일본의 책임론이 더욱 무거워져야 할 시점이다. 비용이 저렴한 ‘방류’ 방식을 택한 만큼, 일본은 주변국의 우려에 보다 합리적인 대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적극적인 자세도 필요하다. 우리 정부는 도쿄전력에 더 많은 정보를 요청하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에는 따져 물어야 한다. 또한 국민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발품 팔며 뛰어다녀야 할 것이다.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우리 국민의 생존권, 건강권과 관련이 깊다. 국민을 지키지 않는 정부는 존재 가치를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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