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에너지 사용량 증가세, ‘전기요금 인상’ 없이 한전 재정난 극복 가능할까?
국토교통부, ‘2022년 전국 건물 에너지 총사용량’ 집계 에너지 캠페인 ‘줄줄이’ 벌였는데, 정작 에너지 사용량은 늘어나기만 “전기요금 인상하는 한편 에너지 취약계층 함께 살펴야”
국토교통부가 ’22년 전국 모든 건물의 에너지사용량’을 집계한 결과 에너지 총사용량과 단위 면적당 에너지사용량이 전년 대비 각각 5.9%, 2.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2018년 대비 단위 면적당 사용량은 4.8% 감소했다. 이정희 국토부 건축정책관은 “매년 발표되는 국가 건물 에너지 사용량 추이 및 지역별·용도별 사용 경향 분석 등은 건물 부문 탄소중립 달성 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통계자료로 건물 에너지 정책 수립 방향의 근간이 된다”며 “향후에도 유의미한 통계지표를 적극 발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2022 건물 에너지 총사용량, 전년 대비 5.9% 증가
31일 국토부는 “지난해 건물 에너지 총사용량은 3,636만2,000TOE로, 2021년 대비 201만8,000TOE(5.9%) 늘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TOE(석유환산톤)는 석유 1톤이 연소할 때 발생하는 열량을 뜻한다. 이처럼 건물 에너지 사용량이 증가한 건 신축에 따른 건물 연면적이 3.1% 증가한 데다 기후변화로 냉난방도일(5.4%)이 늘어난 등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냉난방도일이란 일평균기온과 기준온도(난방18℃, 냉방24℃)의 차이를 월별로 합산한 값을 말한다.
단위 면적당 건물 에너지 총사용량은 전년 대비 2.7% 증가한 122kWh/㎡였다. 이는 총사용량 증가율(5.9%)보다는 낮으나 201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다만 기준 연도(2018년)와 비교한 단위면적당 에너지사용량은 최종적으로 4.8%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2018년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최고점에 달했던 시기이기 때문에 2030 및 2050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의 기준 연도로서 적용되고 있다.
지역별로는 경기(77만6,000TOE)에서 건물 에너지 사용량이 가장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 증가율은 종(15.2%), 경기(8.5%)에서 높았다. 건물 용도별로는 공동주택의 에너지 사용량이 1년 사이 68만2,000TOE 늘어 증가량이 가장 많았다. 증가율은 운동시설(27.9%), 관광휴게시설(25.9%), 수련시설(23.8%) 순으로 높았다. 단독주택(2.5%)과 의료시설(3.9%)의 경우 다른 용도의 건물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에너지 사용량 증가율을 기록했다.
에너지 절약 캠페인 벌여왔지만, 요금 인상 없인 ‘말짱 도루묵’
그간 우리나라는 다양한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벌여왔다. 2030·2050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 기준에 몸을 밀어 넣기 위함이다. 지난해엔 서울시와 녹색서울시민위원회가 ‘서울e(이) 반하다’ 캠페인을 전개했다. △난방온도 낮추기 △온수온도 낮추기 등 일상 속에서 시민들이 쉽게 실천할 만한 에너지 절약 수칙 5가지를 정하고 이를 시·자치구 청사, 기업, 학교, 공공시설 등에서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방식이다. 전력거래소도 에너지 절약 캠페인에 함께 했다. 전력거래소는 지난해 겨울 정부의 실천강령인 △건물 난방온도 17도 이하 유지 △전력피크시간대 난방기 순차 운휴 △업무시간 개인 난방기 사용 금지 등을 강도 높게 추진한 바 있다.
그러나 각종 에너지 캠페인에도 불구하고 건물 에너지 총사용량은 오히려 늘었다. 전임 정부 시절 전기·가스요금 인상에 소극적이었던 게 발목을 잡은 것이다. 이번 정부에서도 국민들 표심 눈치에 사실상 적극적인 요금 인상은 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전력의 적자는 날이 갈수록 늘기만 하고 있다. 높아지는 물가와 한전의 적자라는 상반된 과제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동안 시간만 내리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29조원가량 늘어난 한전채 순발행액은 올해도 4월 초까지 7조원어치 늘었다. 앞으로도 순발행액이 늘어나면서 회사채 시장에 먹구름이 낄 가능성도 제기된다. 내년 4월 총선 전까지 정부가 전기요금을 추가 인상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만큼이 상태가 지속될 경우 결국 최후에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은 현 정부 및 여당임을 잘 기억해야 한다.
고민 깊은 정부 여당, “정치적 셈법 빼야 할 때”
물론 정부 여당의 고민도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다. 정치적 셈법을 차치하더라도 전기요금을 조금 올리는 게 에너지 취약계층에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한전의 재정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는 상황에서도 국내 전기요금은 오르지 않았다”며 “전기요금 인상 없이 버틴 후유증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에너지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염두에 두면서도 전기요금 인상은 꼭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현소영 한국전기산업연구원 실장은 “전기요금 인상 지연에 기인한 한전의 영업 적자로 인해 2018년 이후 유지 보수 비용과 변압기, 개폐기 등 주요 전력 기자재 발주 물량이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며 “한전 재무난에 따라 신규 사업 추진이 축소될 경우 전기 산업계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전했다. 한전의 적자 상황 유지가 산업계에까지 피해를 끼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 것이다.
전기요금이 상승하면 국민의 실물경제 부담이 오르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원가보다 낮은 수준의 비정상적인 가격 체제 사이에서 적정가격 수준으로 전기요금을 정상화하는 과정은 꼭 필요한 수순이다. 전기 에너지와 한전의 재정은 무한하지 않다. 한전의 재정이 동날 경우 우리 산업계와 경제계에 끼칠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특히 국내 전기 산업계는 생태계 붕괴 우려까지 떠안아야 한다. 국회에선 한전에 ‘자구책’을 강구하라 열심히 압박하고 있으나, 한전 적자 사태의 원인은 방만 운영이 아닌 만큼 자구책 강구만으론 한계가 뚜렷할 수밖에 없다. 보다 적극적인 요금 인상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