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면보험금’으로 서민 살리겠다지만, ‘보험금 전용’은 좀 더 신중해야

금융위 “9월부터 숨은 보험금 찾아주기 캠페인 진행할 것” 휴면보험금 출연 시기 앞당기겠단 금융위, ‘서민 돈’으로 ‘서민’ 살리기? 재활용도 좋지만, 먼저 적극적으로 돌려줄 노력부터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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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가 작년 ‘숨은 보험금 찾아주기 캠페인’을 통해 약 3조9,000억원을 환급했다고 밝혔다. 이어 내년부터 휴면보험금의 서민금융진흥원 출연 시기를 현재보다 1년 앞당기겠다고도 했다. 사용되지 않는 휴면보험금을 서민 살리기에 사용하겠단 건데, 이를 두고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위, ‘숨은 보험금’ 3조9,000억원 환급 완료

27일 금융위원회가 밝힌 바에 따르면 보험업권별로 생명보험회사에서 3조4,919억원, 손해보험회사에서 3,604억원이 환급됐고, 유형별로는 중도보험금 1조3,677억원, 만기보험금 2조938억원, 휴면보험금 3,317억원, 사망보험금 591억원이 환급됐다.

숨은 보험금이란 보험금 지급 사유가 발생해 지급 금액이 확정됐음에도 청구·지급되지 않은 보험금을 의미한다. 아직 찾아가지 않은 숨은 보험금은 중도보험금 8조9,338억원, 만기보험금 2조6,672억원, 휴면보험금 7,571억원 등 약 12조4,000억원 규모다.

늘어만 가는 휴면보험금, 보험사의 ‘이자 없는 대출’?

휴면보험금은 최근 들어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의 ‘국내 보험사 휴면보험금 잔액 현황’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의 휴면보험금 규모는 2018년 4,827억원에서 2019년 5,937억원, 2020년 6,497억원, 2021년 7,279억원, 2022년 8,293억원까지 불과 4년 새 1.7배나 늘었다. 그러나 보험금 청구권 소멸시효는 3년으로, 보험금 지급 사유가 발생하거나 보험계약 만기 후 3년이 지나면 가입자가 찾지 않은 보험금은 그대로 휴면보험금 잔액에 쌓인다. 심지어 중도보험금과 만기보험금에는 이자가 발생하지만, 휴면보험금은 소멸시효가 완성돼 이자가 없다. 소비자의 돈이 이자 없이 보험사에 대출되는 꼴이다.

이와 관련한 비판이 쏟아지자 금융위는 “오는 9월부터 최신 주소로 숨은 보험금이 있는 보험계약자나 보험수익자에게 우편으로 안내하는 ‘숨은 보험금 찾아주기 캠페인’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숨은 보험금을 쉽게 조회하고 찾아갈 수 있도록 ‘내보험찾아줌’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숨은 보험금이 가입자에게 온전히 돌아갈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돕겠단 구상이다.

금융위, 휴면보험금 출연 시기 1년 앞당기기로

한편 금융위는 내년부터 휴면보험금의 서민금융진흥원 출연 시기를 현재보다 1년 앞당기기로 했다. 현재 보험회사는 관련법에 따라 휴면보험금을 서민금융진흥원에 출연한다. 여기서 출연 시기를 휴면보험금 발생 익익년도인 2025년 2월에서 익년도 상반기인 2024년 5월로 앞당김으로써 취약계층 보호에 더욱 앞장서겠다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출연된 휴면보험금은 서민금융진흥원에서 관리하며, 이자 등 휴면보험금 운영수익금은 전통시장 지원, 소액보험 지원 등의 취약계층 지원 사업에 활용될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선 이 같은 취약계층 보호책이 기존의 구상대로 흘러갈 수 있을지 여부에 의문을 제기한다. 휴면보험금을 전용해 취약계층을 돕는다는 것, 언뜻 보기에 취약계층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러나 정부 주변 사회복지기관이 대개 그러하듯 자칫하면 서민들에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이름만 있는 정책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교과서적 금융 매뉴얼만으론 취약계층에 대한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보험금을 찾아가지 못한 이들 역시 도움받아야 할 서민들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애초 서민으로부터 나온 돈을 다른 서민을 위해 사용함으로써 구멍을 메꾼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숨은 보험금은 계약자의 주소 및 연락처 변경으로 보험사로부터 보험금에 대해 제대로 안내받지 못해 발생하는 경우가 잦다. 이와 관련해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소비자가 기업에 별도의 행동을 취하지 않아도 소비자의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며 “보험사는 휴면보험금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거나 보험금 청구권이 소멸 되는대로 즉시 가입자에게 환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입자가 찾아가지 않는 돈이라는 이유로 보험사, 국가가 마음대로 활용하는 현상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휴면보험금을 무작정 썩히지 않고 복지를 위해 활용한다는 취지는 좋으나, 그 이전에 휴면보험금을 기존 가입자에게 먼저 돌려줄 노력부터 기울이는 게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서민을 희생해 서민을 살리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보험금 전용에 보다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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