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군사협력 강화’ 北에 최대 위협으로 읽혀, 점증되는 도발에 집단 안보 체제 강화 필요성↑

워싱턴 선언에 北 반발 격화, 군사 정찰위성 발사로 대응하며 ICBM 기술 과시 미국 확장억제 전략 실효성 재확인, 핵협의그룹(NCG) 설립 가시화 NCG에 일본 배제 가능성 없어, 아시아판 나토로 집단 안보 체제 강화되나?

160X600_GIAI_AIDSNote
왼쪽부터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모습과 2023년 4월 25일(현지 시각) 한미 공동기자회견 이후 악수를 나누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모습/사진=조선중앙통신, 대통령실

26일 국회입법조사처(이하 입법처)가 ‘한미 핵 확장억제 전략 강화에 대한 북한의 대응과 전망’을 담은 ‘이슈와 논점(제2105호)’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지난 4월 점증하는 북핵 위협에 맞서 한미동맹의 확장억제력을 구체화한 ‘워싱턴 선언’(Washington Declaration)의 주요 내용과 북한의 대응을 전하며, 북·중·러의 삼각 협력에 맞서 집단 안보 체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미 동맹과 워싱턴 선언, 北 “극악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 비판 쏟아

지난 4월 26일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워싱턴 선언을 통해 새로운 개념의 대북(對北) 확장억제 조치에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윤 대통령은 “한미 양국은 북한의 핵 공격 시 즉각적인 정상 간 협의를 갖기로 했다”며 “북한 위협에 대응해 핵과 전략무기 운영 계획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한국의 첨단 재래식 전력과 미국의 핵전력을 결합한 공동작전을 함께 기획하고 실행하기 위한 방안을 정기적으로 협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에드 케이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오세아니아 담당 선임 국장은 한국과 핵을 공유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반도와 주변에 미국 전략자산의 가시성을 증진할 것이고, 더 많은 협의와 논의, 많은 정보 공유를 거쳐 한미간 동맹 및 파트너십의 강화를 이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중국은 “한국이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며 중국과의 상호신뢰를 해쳤다고 평가했다. 사흘 뒤인 29일에는 북한 김여정 당중앙위 부부장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가장 적대적이고 침략적인 행동 의지가 반영된 극악한 대조선 적대시 정책의 집약된 산물로서 동북아시아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더 엄중한 위험에 노출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며 북한의 자위권 행사가 증가할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이후 북한은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2023년 5월 31일 오전 6시 29분경 군사 정찰위성을 발사했다. 또 6월 16~18일 개최된 제8기 제8차 전원회의에서 변화된 국제정세에 대처한 국가 외교 및 국방전략에 대한 문제 등 정책적 문제들을 논의하며 빠른 시일 내에 (군사 정찰위성의) 성공적인 발사를 이뤄 정찰정보 능력을 제고할 것과 이에 대한 전투적 과제를 제시했다. 이처럼 북한이 워싱턴 선언 이후 첫 자위권 강화 수단으로 군사 정찰위성 발사 성공에 집착하는 것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기술을 과시해 미국에 대한 핵 억제력을 확보하고, 핵보유국으로써 미국과 대등한 전략적 지위를 확립해 향후 핵 협상 과정에서 유리한 국제적 입지를 굳히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확장억제 전략, 한국과 효용성·신뢰도 재확인

한편 미국은 1990년대 초 냉전 종식 이후 소련과 전략 핵무기의 단계적 감축에 합의하며 전술핵무기를 철수했다. 하지만 핵 개발을 이어오던 북한이 2006년 제1차 핵실험을 감행하자 한미 양국 간 확장억제 논의가 본격화됐다. 미국은 2006년 10월 제38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에서 처음으로 핵우산(nuclear umbrella) 제공을 통한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를 언급했다. 아울러 한미 양국은 확장억제 관련 협의체 신설·운용 등 양국 간 원활한 협의를 통해 확장억제의 실효성 제고에 필요한 제도적 기반을 구축해 왔다. 이번 워싱턴 선언 역시 이와 맥을 같이한다.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로 인해 국내에서 미국의 확장억제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자 양국에서 확장억제에 대한 강력한 의지와 한국의 신뢰를 재확인하는 용도로 사용한 것이다.

실제로 워싱턴 선언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과 한국 국민들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가 항구적이고 철통같으며, 북한의 한국에 대한 모든 핵 공격은 즉각적·압도적·결정적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 역시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완전히 신뢰”하며 이에 대한 “지속적 의존의 중요성, 필요성 및 이점을 인식”함을 밝히고, “핵확산금지조약(NPT) 상 의무” 및 한미 간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협력 협정”을 준수할 것을 재확인했다. 또한 양국 정상은 확장억제를 강화하고, 핵 및 전략 기획을 토의하며, 비확산 체제에 대한 북한의 위협을 관리하기 위해 새로운 협의체로 핵협의그룹(NCG, Nuclear Consultative Group)을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나아가 확장억제의 내용적인 측면으로 워싱턴 선언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를 위해 핵을 포함한 미국의 역량을 총동원할 것임을 강조하고, 전략핵잠수함(오하이오급)의 한국 기항 등을 통해 전략자산의 정례적 가시성을 높일 것을 명시했다. 이는 나토(NATO)처럼 전술핵무기를 한반도에 직접 배치하지는 않지만, 유사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입법처는 “결국 이번 워싱턴선언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에 핵을 포함한 미국의 역량이 총동원된다는 사실과 핵 작전 실행 과정에서 한국의 관여를 높이겠다는 것을 별도의 문서로 재확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시아판 나토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란 평가에 北 반발↑ 

일각에서는 이번 워싱턴 선언을 사실상 ‘아시아판 나토’라고 평가했다. 한일 왕복 정상회담과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정상회담에 중국이 반발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중국공산당 군사위 기관지인 해방군보는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와 관련해 중국 인민해방군은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는 극히 이례적인 경고를 감행했다.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는 곧 ‘한미일 3국 동맹’이라며 동북아 지역에서 갈등과 긴장을 고조시켜 중국의 안보에 심대한 충격을 준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중국 정부 고위당국자들도 격렬한 반응을 쏟아냈다.

물론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를 곧 한미일 3국 동맹으로 인식하는 것이 무리는 아니다. 지난 2021년 9월 미국, 영국, 호주 등 3국 정상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외교, 국방, 안보 협력을 심화시키겠다”고 발표한 이후 3국의 새로운 안보 파트너십인 오커스(AUKUS) 동맹을 발족했다. 오커스는 인도 태평양지역에서 안보협력 강화와 정보기술 공유 확대를 목표로 미국과 영국이 호주의 핵 추진 잠수함 보유를 지원하며 본격적인 행보를 드러냈다. 즉 이번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가 오커스처럼 아시아판 나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 전문가는 “워싱턴 선언에 중국은 한 마디도 들어 있지 않지만, 중국에 신냉전 체제를 맞아 대중국 연합전선의 라인업이 짜이고 있다는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실제로 한미 공조에 일본, 캐나다, 프랑스, 인도, 베트남, 호주, 필리핀, 태국의 가입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대다수 전문가는 각 국가 간 해묵은 관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미국이 나토 동맹국들과 하나가 돼 우크라이나를 지원했던 점을 통해 아시아판 나토 필요성의 공감대가 점차 확장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윤 대통령 또한 주요 공조 대상국인 일본에 대해서 ‘핵협의그룹’과 관련해 일본의 참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입법처는 김정은 총비서가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를 대북 적대 정책의 산물로 인식하면서 북한에 대한 최대 안보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만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대미 핵 억제력 강화를 외교 및 국방전략의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는 것이라고 제언했다. 아울러 향후 북한이 2차 우주발사체 발사, ‘초대형 핵탄두’를 동원한 제7차 핵실험 등 미국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는 핵 도발을 시도할 것이며, 북·중·러의 3각 협력을 적극 추진할 것으로 관측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