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투기 우려 지역에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풍선효과 부작용 우려도
수원시 등 기획부동산 투기 우려 지역 24.82㎢, 1년간 재지정 확정 서울시도 1년 연장, 오세훈 “집값 문재인 정부 초기 수준으로 가야” 허가구역 대부분 하락했으나 단지마다 다른 추세 보여
경기도가 수원시 등 24개 시·군의 기획부동산 투기 우려 지역 24.82㎢를 2024년 7월 3일까지 1년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풍선효과로 인해 토지거래허가구역 인근 단지 가격이 폭등하는 등 곳곳에서 부작용이 발생함에 따라 규제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기획부동산과 관련 없는 지역은 해제, 투기 의심 지역은 1년 연장
경기도는 최근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열고 오는 6월 28일과 7월 3일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만료를 앞둔 토지 24.82㎢를 2024년 7월 3일까지 1년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하는 안을 심의·의결했다고 26일 발표했다. 앞서 경기도는 기획부동산 투기를 차단하기 위해 2021년 6월 수원시 등 18개 시·군 3.35㎢를, 2022년 7월에는 수원시 등 21개 시·군 120.81㎢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바 있다.
부동산 경기 동향, 기획부동산 투기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획부동산과 관련 없는 대부분 토지(99.34㎢)를 해제하고, 기획부동산 의심 업체 보유 토지(10.95㎢) 및 3기 신도시 등 개발사업에 포함된 토지(13.87㎢)는 투기행위가 우려돼 1년 연장을 결정했다고 경기도 관계자가 밝혔다. 이에 따라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토지를 거래하기 위해서는 관할 시장․군수의 허가를 받은 후 매매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경기도 관계자는 “기획부동산에 의한 불법적인 거래나 투기를 사전에 차단하고 실수요자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재지정과 해제 지역을 합리적으로 조정했다”며 “기획부동산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도내 임야 전체 거래 동향을 관찰해 의심 거래는 정밀 조사하는 등 기획부동산 투기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앞서 경기도는 2022년 5월 1일자로 수원시 등 23개 시 전역에 지정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한 바 있다. 당시 경기도는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과 대출금리 상승, 최근 주택시장 동향을 엿볼 수 있는 매매가격지수 변동률 등 각종 지표가 하향·안정화 추세에 있다고 보고 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시의 의견을 반영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도 투기 우려에 강남 일대 등 재지정
서울시에서도 지난해 6월 15일 제7차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국제교류복합지구와 잠실·삼성·청담·대치동 일대 14.4㎢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한 바 있다. 또한 서울시는 올해 4월 5일에도 강남구 압구정동·영등포구 여의도동·양천구 목동·성동구 성수동 등 4곳에 대해 내년 4월 26일까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기간을 연장했다. 이들 지역은 당초 지난 4월 26일 지정 기한이 만료될 예정이었다.
재지정 지역은 기존과 동일하나 토지 면적 기준은 좁혀졌다. 지난 2월 ‘부동산거래신고법 시행령’ 개정 이후 허가 면적 기준이 강화되면서 아파트는 대지 지분이 6㎡(기존 18㎡), 상가는 15㎡(기존 20㎡)를 넘으면 토지거래허가 대상으로 지정된다. 아울러 그간 규제 대상이 아니었던 이들 지역의 초소형 주택 역시 토지거래허가 대상이 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해당 지역은 영동대로 복합개발사업 추진과 잠실 일대 마이스(MICE) 개발사업 영향을 받는 지역으로 대규모 개발 사업으로 인한 투기로 인한 가격 폭등이 일어날 수 있어 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하는 것”이라며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하지 않을 경우 더 큰 가격 폭등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오세훈 시장은 지난 1월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하락세를 보이는 부동산 가격은 더 내려갈 필요가 있다”면서 “문재인 정부 초기, 100번 양보해도 물가 상승분을 반영한 문재인 정부 초기 수준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토지거래허가제란?
지정 기간 만료를 앞두고 수도권 일부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대열에 합류하면서 규제 완화의 ‘마지막 고리’로 통하는 토지거래허가제가 주목받고 있다. 그간 경제 상황과 시장 여건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돼 온 토지거래허가제는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당시 전국에 걸쳐 일시 해제되기도 했다.
토지거래허가제란 투기적 토지 거래가 성행하거나 지가가 급등하는 지역 또는 지가 급등 우려가 있는 지역을 대상으로 국토교통부 장관 또는 시·도지사가 토지거래계약에 관한 허가구역을 지정하는 제도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될 경우 일정 규모 이상의 주택·상가·토지 등을 거래할 때 사전에 관할 지역 시장, 군수 또는 구청장의 허가가 필요하다.
특히 주거용 토지의 경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실거주용으로만 이용이 가능하며 2년간 매매 및 임대가 금지된다. 만일 허가를 받지 않고 계약하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허가받을 시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며, 허가를 받은 경우에도 목적 이행 위반 시 취득가액의 10% 범위의 이행강제금이 매년 부과된다.
이처럼 엄격한 실거주 요건은 전세를 끼고 매수하는 이른바 ‘갭투자’를 원천 차단시켜 거래량 및 가격이 급감하는 효과를 유발한다. 실제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후 대치동 대치SK뷰아파트(239가구)의 거래는 단 한 건도 성사되지 않았다. 이러한 규제 특성을 고려해 서울시는 토지거래허가제를 부동산 투기와 집값 과열을 막는 장치로 활용하고 있다.
업계, 실효성 없는 규제 유지하는 것
하지만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지역 대부분 집값이 하락했으나, 일부 단지의 경우 오름세를 보이거나 지정되지 않은 곳까지 하락하는 등 매물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 일례로 지난해 5월 잠실주공5단지 전용면적 76㎡는 직전 거래가보다 5,000만원 이상 하락한 매물이 나온 반면, 잠실주공5단지 전용면적 82㎡는 같은 해 5월 30억7,600만원, 6월 31억8,500만원의 신고가에 거래되는 등 단지마다 다른 양상을 보였다.
심지어 서초구 반포동과 강남구 도곡동 일대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하락했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129㎡는 지난해 4월 64억원, 5월 68억원에 거래됐으나, 6월에는 저층이 59억원에 거래됐고,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아닌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면적 176㎡는 지난해 4월 58억원, 6월 55억원으로 3억원가량 하락했다.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정부가 단기간에 집값이 상승할 수도 있다는 투기 우려 때문에 실효성 없는 규제를 유지하고 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로 인해 토지거래허가구역 인근 단지의 가격이 폭등하는 등 각종 부작용 사례도 목도되고 있는 실정이다. 공공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투기 차단은 마땅히 이뤄져야 하나, 제도의 확대 시행에 따른 유용성과 부작용의 분석, 그리고 허가 대상인 거래 유형의 결정 등에 있어서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단순히 예상 지구 주변을 광범위하게 지정하는 행정편의주의식 이행으로는 또 다른 부작용만 낳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