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보호] 주요국의 산업기술 해외 유출 방지 입법례 ③ 시사점

국회도서관 “산업기술 유출범을 목적범이 아닌 고의범으로 변경해야” 법 실효성 제고 위해 범죄 입증은 쉽게, 구제 제도는 민사 중심으로 발전 강조 가장 최신 법률인 英 국가안보법(안)처럼 포괄적 법률로의 전환 필요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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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국회도서관

지난 12일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가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 설계 자료를 빼돌려 똑같은 반도체 공장을 중국에 건설하려 한 A씨를 산업기술보호법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A씨가 건립한 반도체 제조 공장의 연구개발동에서는 삼성전자 반도체 기술을 유출해 만든 시험제품까지 생산된 것으로 알려져 큰 파장이 일었다.

이에 업계에서는 산업기술 유출을 보다 강력하게 처벌할 수 있도록 산업기술보호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한편, 일각에서는 산업기술 유출 범죄에 관대한 법원의 양형 기준을 문제 삼기도 한다. 산업기술보호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는 가운데, 국회도서관운 지난 20일 ‘주요국의 산업기술 해외 유출 방지 입법례’를 발간하고 우리나라 관련 법령의 실효성을 높이는 데 참고할 수 있는 해외 입법례를 찾아 제시했다.

산업기술 유출 국회 정기 보고 및 구성요건 변경

국회도서관은 먼저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 등 산업기술 유출의 중요사항을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정기 보고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산업기술 유출은 국가적으로 중대한 사안인 만큼 국회의 감독 및 통제를 받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법무부 장관이 연방 상원과 하원 법사위원회에 기업의 영업비밀 해외 유출 관련 사항을 매년 2차례 정기 보고해야 하는 의무를 지닌다. 정기 보고서에는 영업비밀 유출 실태와 현황 등에 관한 세부 사항, 행정부와 연방 의회에 대한 권고사항이 포함된다. 반면 우리나라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산업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종합계획을 수립·이행할 의무만 부여하고 있다.

이어 산업기술 유출범을 목적범이 아닌 고의범으로 변경해 입증을 용이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산업기술보호법은 산업기술 유출 죄의 구성요건을 외국에서 사용하거나 사용되게 할 목적으로 정하고 있어 입증이 어렵다. 이에 반해 해외 주요국들은 해외로의 영업비밀 유출의 고의를 입증하면 산업기술 유출 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례로 미국의 경제스파이법은 외국의 정부, 기관, 대리인이 이익을 얻으려는 의도를 갖거나, 고의로 영업비밀을 절취한 사실을 입증하면 산업기술 유출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독일의 영업비밀보호법도 외국에서 영업비밀이 사용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공개하는 경우를 산업기술유출죄의 구성요건으로 정하고 있다. 이에 국회도서관은 산업기술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해외 주요국과 같이 산업기술 해외 유출범을 고의범으로 전환해 입증을 용이하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형사보다 민사 강화해야

산업기술 보호 강화를 위해서는 민사적 구제 수단을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해외 주요국들의 입법례 중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압류제도다. 일반적인 영업비밀 침해소송에서 법원이 최종 판결을 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침해행위를 일시적으로 중단시킬 수 있는 민사상 압류제도는 매우 효과적이라 할 수 있다. 일부 주요국에서는 최종 판결 전이라도 법원이 침해행위와 관련된 침해자의 재산을 압류하도록 명령하면 일시적으로 피침해자의 손해 발생을 중단시키도록 명시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경제스파이법에 산업기술 유출과 관련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피침해자인 원고가 침해자인 피고의 의사를 배제하고 단독으로 연방 법원에 피고의 재산 압류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예컨대 법원이 관련 사건에 대한 최종 판결을 하기 전에 원고 주장의 타당성을 인정하면 피고의 재산에 대한 압류를 명할 수 있다. EU도 영업비밀보호 지침을 통해 영업비밀 보유자가 영업비밀 침해상품으로 의심되는 물품이 역내 시장에 유입·유통되지 못하도록 압류하는 조치를 명할 수 있도록 했다.

일각에서는 산업기술 보호 강화를 위해 법정형 상향을 주장하기도 하지만, 국회도서관은 산업기술 유출죄 법정형 상향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우리나라는 산업기술 유출범을 최대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최대 15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는 해외 주요국들의 처벌에 뒤지지 않을 만큼 강력한 수준이다. 그런데도 지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산업기술 유출 행위에 대해 법원이 내린 선고 총 445건 중 실형은 47건으로, 실제 실형이 차지하는 비율은 10.6%에 불과하다. 즉 형사적 처벌에 대한 법정형을 상향하더라도 기술유출의 효과적 방지를 보장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에 국회도서관은 형사적 처벌을 위해서는 공권력 행사 및 법률 집행에 상당한 비용이 소모되는 만큼 사인(私人) 간 손해배상청구 등 민사적 구제방법을 더욱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해외 주요국의 관련 규정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부고발자, 법률 역외적용, 포괄적 법률 등으로 법의 실효성 제고 필요

아울러 국회도서관은 산업기술보호법의 내부고발자 면책제도 도입을 제시했다. 내부고발자 면책 규정을 두면 법적 책임에 대한 두려움 없이 영업비밀이 절취된 사실 또는 그 혐의에 대한 주요 정보를 정부에 제보하거나 법원의 소송 절차상 증거로 제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주요국도 내부고발자 면책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미국은 내부고발자가 영업비밀을 정부의 공무원에게 공개하거나 소송절차에서 법원에 공개하는 경우엔 연방 및 주의 영업비밀보호법에 따른 형사적·민사적 책임을 면제한다. EU 역시 내부고발자를 법률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예외 규정을 두고 있으며 독일과 프랑스도 이에 상응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이어 법률 역외적용의 도입도 제안했다. 산업기술 및 국가 핵심기술의 유출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미국인 또는 미국기업이 해당 영업비밀을 침해하면 실제 침해가 발생한 장소와 관계없이 경제스파이법을 적용하고 있으며, 영업비밀 침해를 조장하는 행위가 미국 내에서 발생할 경우에는 국적과 관계없이 같은 법을 적용한다. 영국 국가안보법(안)도 제1조 및 제2조에서 산업기술 침해행위가 영국 내뿐만 아니라 영국 외에서 발생해도 본 법을 적용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국회도서관은 산업기술보호법을 보다 포괄적인 법률로 개정할 것을 제언했다. 우리나라의 산업기술보호법엔 영업비밀, 산업기술, 국가 핵심기술 등에 해당하지 않지만 국가 안보상 중요한 정보의 해외 유출을 규율할 수 있는 포괄적인 근거 규정이 없다. 이와 달리 영국은 산업기술, 국가 핵심기술 등을 별도로 정하고 있지 않다. 대신 국가안보법(안)의 영업비밀엔 해당하지 않으나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모든 보호 대상 정보를 취득·공개하는 행위를 규율할 수 있도록 해 입법적 공백이 없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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