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에 몰린 중국이 제시한 新국제질서, 3대 글로벌 이니셔티브 ‘따를 것인가, 반(反)할 것인가’
중국의 3대 글로벌 이니셔티브 ‘발전→안보→문명’으로 방향성 잡혀 新마르크스 주의 주창한 시진핑, 일대일로를 국제질서로 강요하려는 것 미·중 패권 경쟁 중 중국이 제안한 새로운 외교전략, 한국에도 ‘누구 손 잡을지’ 선택 강요
22일 국회도서관이 중국의 新국가전략: 3대 글로벌 이니셔티브의 주요 내용과 함의를 담은 ‘현안, 외국에선’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미·중 패권 경쟁을 두고 중국의 외교정책이 발전, 안보, 문명 이니셔티브로 귀결된 만큼, 미·중의 국가전략의 전개와 확산이 미치는 파급효과를 꾸준히 관찰해 우리 국회의 정책 논의에 참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미국 압박에 대응한 중국의 선택, 글로벌 이니셔티브
2021년 9월 시진핑 중국 주석은 제76차 UN 총회 연설을 통해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세계적 경기침체를 극복해 가는 과정에서 ‘발전은 곧 국민의 행복을 달성하는 열쇠’라고 강조하며 △글로벌 발전 이니셔티브를 처음 제창했다. 이후 2022년 4월에는 보아오(博鰲) 포럼 화상 기조연설에서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를, 2023년 3월에는 △글로벌 문명 이니셔티브를 연달아 발표했다. 3대 글로벌 이니셔티브는 표면상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 발전을 염원하는 중국의 인식과 이를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들로 구성돼 있다. 이를 두고 우리나라 중국 관련 전문가들은 미·중 간 전략적 경쟁 속에서 미국을 견제하고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하는 중국의 의지가 담겨 있다고 평가하며 이에 대해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2021년 시 주석은 ‘글로벌 발전 이니셔티브’ 이행을 위한 7대 프로젝트로 ▲빈곤 문제, 식량안보, 산업화 ▲식량 생산 촉진 ▲글로벌 청정에너지 협력동반자 관계 ▲스마트 세관/국경 ▲디지털 교육 ▲플라스틱 오염 ▲데이터 개방 등을 제안했다. 개도국의 식량·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한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강대국으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대내외에 알리고자 한 것이다. 실제로 이 과정에서 중국은 식량·에너지 위기가 생산과 수요가 아닌 공급망의 문제라며 미국을 우회 비판하는 한편,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지원 확대를 주장하는 등 적극적인 국제개발에 참여를 통해 소프트파워를 과시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글로벌 발전 이니셔티브 자체가 일대일로를 위한 둘러싼 논란에 대응하기 위해 짜인 전략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시 주석은 2022년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를 발표면서 “냉전적 사고, 패권과 힘의 정치, 블록 간 대립이 세계 평화를 훼손하고 안보 문제를 악화시킨다”고 미국을 정면 비판했다. 이어 UN 헌장과 국제법의 기본 원칙(주권과 영토 존중)에 기반한 글로벌 안보를 강조하며, 지역별 안보 문제에 대한 중국의 역할 및 개도국의 안보 문제 해결을 위한 지원책 등을 체계적으로 제시했다. 또 미국이 동맹국들과 중국 압박을 구체화하는 일에 대해 러시아 등 우방국과의 협력을 통해 미국 견제를 강화했다.
中, 인류 진보를 위한 솔루션 통해 美 맞설 글로벌 지도자 메이킹 나선 것
이후 시 주석은 2023년 3월 중국 공산당-세계정당 간 고위급대화 계기 연설을 통해 모든 국가의 미래와 운명이 긴밀하게 얽혀 있는 상황에서 서로 다른 문명에 대한 관용과 공존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서, ‘글로벌 문명 이니셔티브’를 제안했다. 중국은 글로벌 문명 이니셔티브가 문명의 다양성을 보호하고자 하는 모든 국가의 보편적 열망에 대한 응답이라며 이는 곧 시대적 요구에 대한 대응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시 주석은 “세계에 신냉전은 필요 없다”며 “민주주의를 기치로 분열과 대결을 부추기는 것 자체가 민주 정신을 짓밟는 행위며, 심각한 후환을 남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중국이 실현하는 현대화는 세계 평화 역량의 증강이며 국제 정의 역량의 확대”라며 “어느 정도까지 발전하든 관계없이 중국은 영원히 패권을 칭하거나 확장을 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차이치(蔡奇)당 정치국상무위원은 정리 발언을 통해 “시 주석이 글로벌 문명 이니셔티브를 제안함으로써 인류 공동의 도전에 맞서는 중국공산당의 정치적 용기와 책임을 보여주고 인류 문명 진보를 촉진하기 위한 중국의 솔루션을 제공했다”고 못 박았다. 학계와 언론에서는 “중국이 2년에 걸쳐 주장해 온 3대 글로벌 이니셔티브 자체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를 바꿀 새로운 글로벌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며 “인류 운명 공동체 구상의 각론을 ‘발전→안보→문명’으로 구체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 문명 이니셔티브가 다양성 존중을 앞세우고 있지만, 이면에는 민주주의와 인권 등 보편적 가치를 빌미로 대만과 홍콩, 신장 위구르 등에 대한 내정 간섭을 정당화하지 말라는 경고의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韓에 ‘중국 패배에 베팅하지 말라’고 경고한 주한중국대사
한편 지난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의 회동 당시 싱하이밍 대사가 “미국이 전력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다가 나중에 후회한다”는 협박성 발언을 해 논란을 낳은 바 있다. 외교 관계자들은 “(윤석열) 정부의 정책에 대한 비판을 야당 대표가 아닌 타국 대사가 했다는 점은 굉장히 무례한 처사”라고 강력 비판했다. 뿐만 아니라 당시 이 대표가 내정간섭으로 해석될 만한 강경한 어조가 반복됐음에도 묵묵히 ‘듣고만’ 있는 모습이 생중계되면서 여당은 물론 여론까지 “굴욕 외교가 따로 없다”며 비판을 가하는 실정이다. 외교부는 내정 간섭 발언을 문제 삼아 싱하이밍 대사를 초치해 규탄했다.
미국은 이같은 중국의 외교행보와 시 주석의 외교 담론에 대해 마르크스주의에서 주장했던 세계관과 연결돼 있다며 비판했다. 매슈 포틴저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 선임보좌관은 지난달 28일 미 하원에서 열린 ‘미국과 중공의 전략적 경쟁 위원회 청문회’에서 “중공은 ‘공동 운명’을 종종 ‘공유된 미래(shared future)’로 번역하면서 베이징의 권위주의 모델에 친화적인 글로벌 환경을 만들려는 목적의 인류 운명 공동체를 주된 외교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도서관 이명우 관장은 “중국이 3대 글로벌 이니셔티브를 시진핑의 3연임 전후로 발표한 만큼, 앞으로 꾸준히 구체화해 나가며 국제사회 전반에서 영향력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우리 정부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북핵 문제, 테러리즘 등 주요 국제 이슈에서 해당 이니셔티브가 어떻게 활용될지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국제정세 전문가들은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이니셔티브의 확산이 미치는 파급효과를 꾸준히 관찰해 대중국 외교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