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혁신’ 주장하는 정부, ‘책임교육학년’이 해답? “실효성 없다”

‘교육 혁신’하겠단 정부, 정작 내놓은 정책은 전부 ‘맹탕’ 실효성 없는 정책들, ‘학력 저하’ 현상 타개하긴 힘들 듯 무너져 가는 공교육, 올바른 해답 찾아가야 할 때

160X600_GIAI_AIDSNote
21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을 브리핑하고 있다/사진=교육부

교육부가 공교육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초3·중1을 ‘책임교육학년’으로 지정한다. 교육부는 맞춤 학습을 집중 지원하고 디지털 기반으로 학교 교실수업을 혁신하는 등 다양한 지원책을 적용해 나갈 방침이다.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존치해 다양한 교육이 가능하도록 하고 지역별 여건에 맞게 자율적으로 교육을 혁신할 수 있도록 ‘자율형공립고 2.0’ 등도 추진한다.

학력 저하 현상 심각, ‘교육 혁신’ 필요하다

최근 챗GPT 등의 등장으로 디지털 대전환이 일어남에 따라 급격한 사회 변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그만큼 자기주도적 미래인재 양성을 위한 공교육이 시급해진 것이다. 이에 정부에선 기존의 표준화·획일화된 교육에서 벗어나 미래 핵심역량을 키워주는 교육으로의 전환을 위해 학교 교실 수업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공유됐다.

초저출산 시대의 도래 및 지방 소멸 위기에 따른 지역 학교 소멸 위기 또한 이번 책임교육학년 정책 형성에 큰 지표가 됐다. 최근 학령인구가 급감함에 따라 학생 한 명 한 명을 모두 인재로 양성할 수 있도록 개별화된 맞춤 교육이 중요하다는 사회적 요구가 증대되고 있다. 교육부는 앞으로 모든 학생이 나름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맞춤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공교육 내에서도 다양한 방향성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다. 또 지역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집중 육성하고 해당 지역에 인재가 정주하면서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지역의 교육력을 제고할 예정이다.

그간 정부는 나름대로 교육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여전히 교육계에선 ‘교실이 잠자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 6년간 시도교육청의 교육 재정 증가 및 학급당 학생 수 감소 등을 통해 전반적인 교육 여건 자체는 개선됐다. 그러나 여전히 지식 전달 위주의 교육을 심시하면서 학생들은 수업에 흥미를 잃고 사교육에 과도하게 의존하게 됐다. 좋은교사운동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고등학교 3학년 한 반의 60% 이상의 학생이 수업에 미참여한다’고 응답한 교사 비율은 무려 51%에 달했다. 학교 수업이 학생 개개인에게 충분한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 같은 현실은 학생들의 학력저하 현상 심화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최근 6년간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중학교 3학년생 기준 2.45배, 고등학교 2학년 기준 2.15배 늘었다. 국제 학업성취도 비교(PISA)에서도 국내 학생들의 읽기 성적은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맞춤 지원을 통한 학생들의 기초학력 보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출처=교육부

‘책임교육학년’ 도입하겠다는데, 정작 실효성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책임교육학년’은 학생들의 학습 및 성장에 결정적인 시기인 초3, 중1에 대해 집중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게 골자다. 정부는 우선 학년 초 성취 수준을 진단하기 위한 맞춤형 학업성취도 평가에 초3·중1 전체 학생이 참여할 수 있도록 권고할 예정이다. 또 중1은 자유학기제의 취지를 고려해 진로·적성 진단도 함께 실시토록 했다. 이외에도 △학습 관리 튜터링 연계 제공 등을 통한 체계적 학습 지원 △학습지원 대상 확대 △교육시수 증감을 활용한 기초소양 교육 강화 △자유학기 내실화 등도 함께 실시한다.

학생들의 인성교육 강화와 함께 사회·정서적 역량을 키우기 위한 교육도 확대해 나간다. 정부는 학생 활동형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개발 및 보급하고 디지털 환경 및 학교폭력 예방 등 사회 변화를 반영한 AI 활용 인성검사 도구를 개발할 방침이다. 오는 2025년부턴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 등을 활용해 학생맞춤 교육을 실시하고 전체 교원을 대상으로 수업·평가 역량 강화 연수를 집중적으로 진행하는 등 수업·평가 방식 혁신을 도모한다.

학생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교육을 위해 다양한 교육 선택 기회도 확대한다. 고교학점제는 2025년부터 전면 실시하되 그동안 학교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던 문제점들을 보완해 추진해 나간다. 성취평가제도 적용한다. 정부는 기존에 발표한 대로 고교학점제 도입에 맞춰 선택 과목별 유불리가 없도록 모든 선택과목의 석차 등급 병기를 폐지하고 공통과목의 경우에만 최소한의 내신 변별을 위해 석차 9등급 병기를 유지할 예정이다.

정부는 또 2025년부터 일반고로 일괄 전환이 예정됐던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존치해 공교육 안에서 학생·학부모가 원하는 다양한 교육이 가능하도록 한다. 지역별 여건에 맞게 자율적으로 교육을 혁신할 수 있도록 ‘자율형공립고 2.0’ 등도 추진한다.

다만 일각에선 이 같은 혁신 내용이 지나치게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현재 대입 현장은 치열한 경쟁의 현장이다. 이 같은 현실 아래 기초학력 보장만으로 사교육비 경감이 이뤄질 리가 만무하다는 게 이들의 주된 주장이다. 특히 기존 교육부 추진 내용과 차별화되는 게 거의 없어 이미 준비 중인 정책들만 모아서 나열해 놓은 ‘맹탕 대책’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사실상 실효성을 확신할 만한 이렇다 할 내용은 눈에 띄는 게 없다.

대학 진학률 OECD 1위, 청소년 자살률도 OECD 1위

매년 집계되는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은 OECD 회원국들 가운데 가장 높다. 세계 최고 경제 대국과 비교해도 압도적이다. 우리나라가 1위를 거머쥐는 분야는 또 있다. 바로 ‘청소년 자살률’이다. 부끄러운 기록이다. 대학 진학률 1위와 청소년 자살률 1위의 병존은 우리 사회의 학업에 대한 뒤틀린 욕망을 그대로 드러낸다.

세간에 이런 말이 있다. “학교는 진정한 교육의 장이 되지 못하고, 선생님은 가르치고자 하는 의욕을 잃었으며, 학생은 학교에서 배우고자 하는 열의가 없다”. 공교육 붕괴를 나타내는 극명한 표현이다. 한국의 교육 역사를 살펴보면, 우리가 지향하는 교육은 결국 학생들의 주체성을 가로막는 쪽이었다. 창의성을 죽이는 주입식 교육이 주가 되는 학교, 이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공교육의 붕괴는 곧 사회의 붕괴와 맞물려 있다. 그렇기에 공교육 정상화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러나 관건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한국 근대 교육의 역사는 일제강점기 시기부터 시작됐다. 이미 100년은 더 넘었단 의미다. 이토록 긴 시간 동안 썩어버린 공교육의 뿌리를 바로잡는 데 단순한 맹탕은 의미가 없다. 보다 확실한 대책 마련을 위해 정책의 실효성을 재확인하고 정책을 재정립해 나갈 필요가 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