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천일염에 방사성 물질 없다, 소금 사재기로 인한 장기적 천일염 폭락사태 대비해야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 국내 유통되는 24건 소금에 방사성 물질 검사 수행 해수부, 가짜뉴스로 소금 사재기 유도하는 세력에 적극 대응 예고 소비자들의 천일염 다량 구매, 문제는 구매대란 아닌 장기적 천일염 폭락일 수도
21일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이 경기도에서 유통되는 천일염에 대해 방사성 물질 검사를 수행한 결과 모두 기준에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최근 후쿠시마 원전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로 인해 국내 소금이 오염될 것이라는 정보로 인해 소비자들 사이 소금 사재기가 이뤄지며 천일염 가격이 폭등하자 경기도에서 직접 해명에 나선 것이다. 정부 역시 확인되지 않은 정보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후속 조치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 상관없는 천일염, 오염물질 미량도 검출 안 돼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 방류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국내 천일염 가격이 치솟고 있다. 일부 대형마트에서는 소금 품귀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소비자들이 올해 초 기상악화로 천일염 생산이 감소한 가운데 오염수 방류를 의식한 소금 주문이 쇄도해서다. 이런 논란에 대해 서울시는 천일염 물량을 최대한 확보해 적정한 가격에 공급할 것을 약속함과 동시에 롯데마트, 이마트 등 18개 유통사가 소속된 한국체인스토어협회와 천일염의 원활한 수급에 앞장서겠다고 발표하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은 6월 1일부터 14일까지 경기도 내 대형유통매장과 로컬푸드 매장 및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국내산 천일염(도내 생산 포함) 24건을 대상으로 방사능 오염 여부를 알 수 있는 지표 물질인 요오드(I-131), 세슘(Cs-134, Cs-137) 정밀검사를 실시했다. 검사 제품은 제조업소 소재지별로 경기도 내(화성·안산·김포·포천) 7건, 경기도 밖(전남 신안·충남 서산시·전남 무안군·전북 고창군) 17건이다. 검사 결과 24건 모두 요오드와 세슘(기준치 100Bq/kg)이 미량도 검출되지 않았다.
연구원 관계자는 “검사 대상 천일염 대부분은 전남 신안군에서 생산됐다”며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로 도민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어 천일염을 별도로 조사했다”고 천일염 방사능 검사를 실행한 이유를 설명했다. 전남 신안천일염생산자연합회의 이철순 회장 역시 “천일염 생산자 입장에서 급등하는 천일염 가격 상승은 바라지 않는다”며 “기상 여건으로 봄 생산량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7월 이후 10만t의 햇천일염이 본격적으로 출하되면 적정한 가격으로 공급받는 데 문제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송상근 해양수산부 차관은 “국내 천일염은 지금도 안전하고 앞으로도 안전할 것”이라며 정부가 일정 물량을 수매해 할인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천일염 가격 폭등 현상에 대해서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와 관련된 확인되지 않은 정보로 소비자의 불안을 조장하거나 사재기를 유도하는 인터넷 판매업체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기조를 전하며 “어민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각종 의혹의 무분별한 확산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정은 불안심리로 인한 단기적 소비 충격에 대비해 적체물량 적기 해소, 소비 활성화, 수산업계 경영난 극복 지원 등의 방안을 마련해 나가기로 했다. 박용배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장 역시 “연구원은 도민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도내 유통 식품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산 천일염, 프랑스 게랑드 소금보다 미네랄 함량 높아
한편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은 경기도산 소금 17건과 외국산 소금 15건의 미네랄 함량을 분석한 결과 세계 최고 명품 소금이라고 불리는 프랑스 게랑드 천일염보다 경기도산 소금의 미네랄 함량이 3배 이상 높다고 발표했다. 경기도 지역에서 생산되는 천일염 미네랄 함량 중 칼륨은 3,795mg/kg, 마그네슘은 11,635mg/kg으로 조사됐으며, 칼륨 1,469mg/kg과 마그네슘 3,945mg/kg인 게랑드산 천일염보다 3배 이상 높은 함유량을 나타냈다. 칼슘 함량은 1,720mg/kg으로 게랑드 천일염의 1,741mg/kg과 비슷했다. 또 다른 세계 우수 소금인 뉴질랜드산(칼륨 416mg/kg, 마그네슘 108mg/kg)이나 호주산 천일염(칼륨 995mg/kg, 마그네슘 194mg/kg)보다도 100배가량 높은 미네랄 함량을 자랑했다.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은 경기도산 천일염이 우수한 이유에 대해 ‘갯벌염’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갯벌염은 전 세계 소금 생산의 0.1%밖에 되지 않는 매우 귀한 자원으로, 갯벌에서 나온 칼륨이나 칼슘, 마그네슘 등에 미네랄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어 영양학적으로도 가치가 높다. 갯벌염은 국내 서남해안 지역에 한정돼 있으며 경기도에서는 안산 대부도 인근 지역 및 화성 매향리 인근 지역 22곳에서 생산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경기도에서는 ‘염전 체험 관광 서비스’를 개발해 인근 지역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소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체험할 수 있도록 선보이기도 했다.
소금 사재기로 2019년 소금값 폭락 사태 재연될 수도, 천일염 가격 안정화 정책 필요
이번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사태로 인해 천일염 가격은 올해 1월 1가마당 1만3,576원 하던 금액이 2만원 넘게 뛰었다. 일각에서는 천일염 생산자들이 함박웃음을 지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한 관계자는 “지금은 천일염 생산·공급에 문제없지만 1가마(20㎏)에 1,800원 하던 시절이 돌아올까 걱정“이라며 지금 사태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2019년 천일염 가격이 1가마에 1,800~2,000원까지 폭락하면서 염전들이 줄이어 생산을 포기하고 문을 닫았다”며 “시민들이 다량의 소금을 미리 구매해 비축하는 상황이 내년, 내후년의 산지 가격을 하락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천일염 생산자들은 가격 상승 요인에 대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탓도 있지만 유독 길었던 봄철 장마와 천일염 판매 공정 인력 및 자재 부족이 결정적이었다고 분석했다. 갑자기 늘어난 주문량 대비 판매량을 대폭 상향할 수 없어 소금값이 뛰었다는 것이다. 전남 신안군도 천일염 가격 상승세는 점차 진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천일염 재고량을 파악한 결과 신안지역 천일염을 유통·판매하는 농협에 2021년·2022년 생산된 천일염 2만 톤이, 천일염 생산자 개인 창고에는 올해 생산된 천일염 10만 톤이 보관 중인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신안군 관계자는 “자체 파악한 재고량이 천일염 생산 어가 749곳(2,367㏊)의 연평균 생산량인 23만 톤 대비 50% 수준에 달한다”며 “갑자기 늘어난 주문량에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어 ‘전국적인 소금 대란’으로 치닫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오히려 우려해야 점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천일염 가격이 폭락하는 경우일 것이다. 신안군 관계자는 “일반 소비자가 소금 10㎏을 구매했다면 몇 년은 먹을 수 있는 양이기 때문에 그동안 천일염 소비가 급감할 수 있다”며 “천일염 생산자들은 소금 가격 상승에 따라 값싼 수입 소금 소비가 늘어나 일반 소비자들이 국산 천일염을 외면할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일염 생산자들 역시 천일염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여건부터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