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환경보호론은 경제적 약자를 괴롭히는 정책이다?
미국 우파, ESG 고려하면 에너지 비용 증가, 결국 가난한 사람만 고생한다 주장 2010~2020년 사이 금융 비용 증가 없었다, 원유 가격 움직임이 주원인 반박 전문가들 “SOC 투자에 따른 일시 비용”, “화석연료 대안되면 에너지 가격 안정화에 도움”
지난 15일(현지 시간) 트럼프 전 행정부 당시 에너지 정책관이었던 맨디 구나세카라(Mandy Gunasekara)가 ESG 정책들 탓에 에너지 가격이 상승해 경제적 약자들이 피해를 본다는 주장을 내놨다.
텍사스 공공 정책 재단의 제이슨 아이작(Jason Isaac) 이사도 “에너지 가격 인상은 가난한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Expensive energy hurts the poor)” 주장에 동의하는 등 언론에 미국 우파의 반 ESG 견해가 두드러지게 언급됐다.
ESG 강조하면 에너지 가격 오른다?
ESG 옹호론자들은 즉각 반박했다. 에너지 기업들의 금융 비용이 증가했느냐는 관점에서 봤을 때 지난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에너지 기업들의 은행 대출에 큰 변화가 없었다는 것이 재생에너지 관련 투자은행가 파벨 몰차노프 (Pavel Molchanov)의 주장이다. 미국 투자은행 레이몬드 제임스(Raymond James)에서 같은 기간 진행한 에너지 산업 관련 조사에 따르면 2014년~2016년 사이, 2020년 이후 각각 한 차례씩 에너지 산업계가 치명타를 맞은 적이 있으나 ESG 강조 탓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에너지 정책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텍사스 대학 로스쿨의 데이비드 스펜서(David Spence) 교수도 원유 가격에 따라 투자를 집행할 뿐, ESG가 직접적인 고려 요소였던 적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다른 조사 역시 에너지 산업계가 시장에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은 원인은 원유 가격 하락인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ESG 고려를 위한 추가 비용 탓에 에너지 가격이 상승했던 적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ESG가 에너지 가격에 주는 악영향?
그러나 미국 우파는 ESG를 고려한 기업 전략이 필연적으로 추가 비용을 요구한다고 주장한다. 아이작 이사는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과의 인터뷰에서 블랙록, JP모건 등의 주요 금융기업들이 에너지 업체들과의 업무 협조를 꺼린다고 반박했으나, 두 기업은 사실을 부인했다.
전문가들은 ESG에 대한 고려가 환경영향평가 등을 포함한 자연 환경 피해에 대한 고려인 만큼 필연적인 추가 비용 투입을 막기는 어려울 수 있으나, 종합적인 요소는 따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재생에너지 생산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는 에너지 비용이 일방적으로 증가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문재인 정권 당시 태양광 발전 전기에 대해 4배의 가격을 책정하는 등의 정책 지원이 에너지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고 주장할 수는 있으나, 원유나 천연가스 등의 지하자원을 기반으로 한 에너지 기업이 ESG 요구 증가로 직접 비용이 증가했다는 주장을 입증하기는 무리가 있다는 반응이다.
간접 비용으로 ESG가 에너지 가격에 주는 영향으로는 ‘클린 에너지(Clean Energy)’ 투자 증가에 따라 생산된 에너지 총량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언급된다. 클린 에너지를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정책 지원 없이는 저비용 생산이 가능한 화석연료 기반의 에너지 업체들과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설치 비용이 대규모로 투입되는 사회간접자본(SOC)의 특성상 초기 투자에 정부 지원금이 들어가는 것이 장기적으로 ESG의 에너지 생산 비용 증가와 직접 연결 짓기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한다.
화석 연료 가격 폭등 시 대안
피터 비롤 IEA 사무총장은 ”클린 에너지 전환 가속화를 위해 투자를 대폭 늘리는 게 지속적 효과를 내는 유일한 해결책“이라며 ”이런 종류의 투자가 늘어나고는 있으나 화석연료 가격 급등에 따른 소비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보다 안전한 에너지 시스템을 만들고, 전 세계가 기후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투자를 훨씬 더 빠르게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SOC 투자 비용이 증가한 것은 과거 수력 발전소, 화력 발전소 및 원자력 발전소 설비를 갖출 때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며, 클린 에너지 공급이 더 늘어날 경우 원유 가격 급등락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움직임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셰일 오일 공급이 이뤄진 덕분에 원유 가격이 배럴 당 50~60달러 이하로 유지됐던 점이 대표적인 사례다. 전통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등 중동 국가들은 배럴당 생산 비용이 10달러 미만임에도 불구하고 OPEC+ 등을 통해 시장 가격을 조절해 왔으나, 2014년부터 셰일 오일이 대량 공급되면서 에너지 업체들은 큰 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국제유가가 50~60달러를 상회하면 셰일 오일을 증산해 60달러를 넘지 못하도록 압박하는 이른바 ‘셰일 박스’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대체 에너지 공급이 확대되고 생산 단가가 내려갈 경우, 화석 연료의 대안으로 자리 잡으며 장기적으로 에너지 가격 안정화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본다. 일시적으로 ESG에 대한 고려가 비용 상승 압박으로 작동할 수 있으나, 설비 구축 등에 필요한 단기 비용에 불과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