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누티비’ 악몽에 ‘징벌적 손해배상’ 외치는 업계, 하지만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극성’, “벌금이 수익 이상이란 인식 생겨야” 피해액 산정 애매한 업계 현실, “징벌적 손해배상 어려울지도” ‘새로운 비즈니스’ 모색 필요한 시점, 업계서도 자구 노력 필요
‘누누티비’와 같은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의 재등장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선 불법 수익을 환수하고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청구 가능토록 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다만 징벌적 손해배상이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의 근절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지 여부엔 의문이 떠나지 않는다.
업계 “누누티비 방지책 필요해, 징벌적 손해배상 기준 적극 마련해야”
28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선 ‘제2의 누누티비 방지 입법 대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지속적인 인터넷주소(URL) 차단 조치에도 제2의 누누티비를 표방한 불법 영상 스트리밍 사이트들이 우후죽순 등장하는 상황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개최됐다.
누누티비는 국내 OTT 콘텐츠와 드라마, 영화 등을 불법으로 제공하고 광고를 노출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린 사이트다. 누누티비는 당초 업계와 언론의 성화에 못 이겨 지난 4월 서비스를 종료했으나, 이후 ‘제2의 누누티비’가 슬그머니 고개를 들면서 업계의 한숨이 다시금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이해완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불법 영상 스트리밍 사이트를 운영해 수천만원을 벌어도 벌금이 그 이상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생겨야 저작권 침해를 막을 수 있다”며 “징벌적 손해배상 기준을 좀 더 적극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소속 박완주 의원실에 따르면 누누티비는 지난 2021년 10월 개설 이후 7개월 동안 약 8,300만 명에 달하는 접속자를 끌어냈다. 전용 앱까지 합치면 실제 접속 횟수는 1억 건이 넘을 것으로 추정됐다. 업계는 누누티비에 따른 저작권 피해만 약 4조9,000억원에 육박할 것이라 추산하고 있다. OTT의 손해는 실제로도 막심하다. 디즈니플러스의 국내 제작 드라마 <카지노 파트2>는 누누티비에서 약 380만 회의 편당 조회수를 기록했는데, 정작 디즈니플러스의 평균 한 달 이용자는 208만 명이다. 디즈니플러스를 이용하는 이들보다 누누티비를 통해 콘텐츠를 즐기는 이들이 더 많다는 의미다. OTT 업계 입장에선 피눈물이 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문제는 누누티비의 피해가 단순히 OTT 업계에만 한정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누누티비 등 불법 영상 스트리밍 사이트엔 으레 불법도박·음란사이트·마약거래 등에 대한 광고 페이지가 마련돼 있다. 이는 곧 이용자들이 각종 범죄에 쉽게 노출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지하경제가 확장될 수 있음을 뜻한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인헌의 남중구 변호사는 “누누티비 등 불법 영상 스트리밍 사이트의 진정한 문제는 단순히 IP를 침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용자를 음란물·사행행위 마약거래 등에 노출시킨다는 데 있다”며 “특히 인터넷의 특성상 (해당 사이트에 대한) 아동과 청소년의 접근 제한이 어려워 심각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역설했다.
징벌적 손해배상, 실질적 해결책 될 수 있을까?
물론 정부가 누누티비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던 건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누누티비 대응 정부 TF를 구성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그간 불법 영상 스트리밍 사이트에 대항해 매일 URL을 차단시켰다. 그러나 불법 영상 스트리밍 사이트의 경우 보통 해외에서 도메인을 구매한 뒤 국내에선 캐시서버(복사된 서버)를 두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URL을 차단한다 한들 도메인만 바꿔 영업을 이어 나가면 그만이다. URL 차단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실제 누누티비만 해도 지난 4개월 동안 총 27회에 걸쳐 대체 사이트를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업계 사이에선 징벌적 손해배상 기준을 강화해 운영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고 피해자는 더 확실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피해자가 입은 재산상의 손해 원금과 이자에 형벌적 요소로서의 금액을 더해 배상하도록 하는 제도다. 현재 누누티비 사태와 같이 저작권을 침해당하는 경우 모두 형사소송을 제기한다. 민사소송을 제기하려면 상대(저작권 침해자)가 특정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형사소송을 제기해도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쉽지 않고 벌금 또한 피해자에게 지급되지 않는다. 누누티비를 통해 가입자가 상실되고 있는 OTT 업계가 실질적인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징벌적 손해배상이 누누티비의 근원을 뿌리 뽑을 수 있을지 여부에 의문을 표한다. 애초 징벌적 손해배상 또한 피해액 산정이 매우 애매한 만큼 징벌적 손해배상은 구체적인 해결 방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노동환 웨이브 정책협력리더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도 좋지만 불법 영상 스트리밍 사이트에 따른 피해액 산정은 굉장히 애매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저작물 침해에 따른 피해 규모 산정 모델을 구축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OTT 업계 부진, 무조건 ‘누누티비’만의 문제일까
이처럼 OTT 업계가 시름을 호소하는 사이, 정작 누누티비의 강세에도 큰 타격을 입지 않은 플랫폼이 있다. 바로 ‘쿠팡플레이’다. 쿠팡플레이도 물론 타 OTT 업계처럼 어느 정도 피해를 보긴 했다. 그러나 영화, 드라마보다는 ‘스포츠 중계’에 더 중점을 둔 비즈니스 전략으로 누누티비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쿠팡플레이는 스포츠 콘텐츠 공략을 위해 NBA, MLB, 프리미어 리그 등에 대한 독점 중계권 선점을 타진해 왔다. 지난 2021년엔 오는 2025년 8월까지 4년간 대한축구협회와 공식 파트너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스포츠 중계는 ‘실시간’이 주 포인트인 만큼 누누티비보단 쿠팡플레이를 직접 소비하는 게 이용자 입장에서도 더 이득이다. 타 플랫폼과의 차별점을 두기 위한 쿠팡플레이의 노력이 빛을 발한 순간이다.
누누티비 문제가 아니라더라도 지금과 같은 방식의 비즈니스는 이미 한계에 봉착했다. 실제 최근 경영 실적을 보면 넷플릭스를 제외한 나머지 OTT 서비스들은 안정적인 비즈니스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라이트쉐드(LIGHTSHED)에 따르면 2022년 3분기 기준 1년간 흑자를 기록한 OTT 서비스는 넷플릭스(65.5억 달러)가 유일했다. 지난해 웨이브와 티빙은 각각 1,217억원과 1,191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해외 OTT인 디즈니도 40.9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투자 비용’이라 말하기엔 이미 너무 많은 액수다. 단순히 누누티비 탓만 할 게 아니다. 여타 OTT 플랫폼들도 쿠팡플레이처럼 단순 드라마, 영화 콘텐츠를 넘어 색다른 사업을 모색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