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절벽에 떨어진 지방대를 살려라, ‘2023년 글로컬 대학 예비지정’ 결과 발표
글로컬 대학 예비지정 결과 확정 및 본지정 평가 일정 돌입 미지정 대학의 혁신기획안 실행 지원을 위한 방안 마련 규제혁신, 통합 추진대학 지원 등 지속 추진
12일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2023년 글로컬 대학 예비지정 결과’를 확정·발표했다. 강원대학교, 부산대학교, 포스텍 등 15개 대학으로, 선정된 대학은 오는 6일까지 △대학 구성원 △지자체 △지역 산업계가 참여하는 실행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교육부는 오는 8월 초로 예정된 공동 교육 세션과 9월 전문가 컨설팅을 통해 대학들의 실행 계획 수립을 지원할 예정이다.
한편 정부의 이번 정책을 두고 교육 전문가들은 폐교 위기에 처한 대학들의 퇴로 지원용 정책이라며 날 선 비판을 내놓고 있다.
새로운 통합 모델 등장
이번 글로컬 대학 신청을 통해 13개의 대학 통합 모델이 제시됐다. 그간 추진한 국립대학 간, 일반대학-전문대학 간 통합뿐 아니라 국립대학-공립대학 간, 일반대학-전문대학-사이버대학 간의 새로운 통합모델과 함께 학교법인이 다른 대학 간의 통합 모델이 등장한 것이다. 모든 신청 대학(혁신기획서 기준 94개, 대학 수 기준 108개교)은 학생의 전공 선택권을 확대하고, 융합형 인재 양성을 위해 미래형 학사구조로 과감하게 개편한다는 계획을 제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부는 대학이 내부 장벽을 허무는 과제를 이행할 수 있도록 대학혁신지원사업·국립대학 육성사업을 통해 지원한다. 또한 이번 예비지정 대학 외에도 혁신기획서를 제출한 대학들을 위해 글로컬 대학 지정 여부와 관계없이 대학이 다양한 구조개혁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포함해 다각적인 행·재정 지원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교육부의 약속
교육부는 특히 사전 지정된 대학이 요청한 규제 개혁을 검토 및 추진하는 데 전념할 계획이다. 또한 대학이 외국인 학생 및 성인 학습자 유치와 같은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아울러 교육부는 오는 2025년 지역혁신중심대학지원사업(RISE)의 출범에 맞춰 대학의 지역 혁신 프로젝트를 지원할 방침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글로컬 대학에 참여한 모든 대학의 혁신 노력에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린다”며 “대학들이 치열한 고민과 논의를 통해 제안한 혁신기획서들이 모두 현장에서 구현될 수 있도록 지속해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예비지정 결과와 15개 글로컬 대학의 혁신계획은 교육부 누리집을 통해 공개됐다. 이 가운데 1개 대학의 이의신청이 있었지만 기각됐다. 이의신청 절차가 완료됨에 따라 추가로 47개교의 혁신기획서가 공개될 예정이다. 아울러 본 지정 심사는 별도의 평가위원회를 구성해 진행하며, 결과는 10월 말 발표할 예정이다.
학내 구성원 반발에도 필사적인 대학들
그러나 이번 정부 정책에 대한 반응이 모두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부산대, 충남대 등 일부 대학은 학생들과 교직원들의 반발에 직면해 있다. 투명성이 부족한 데다 합병 추진도 성급하게 이뤄졌다는 지적이다. 지난 5월 방인성 부산대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학교 측이 글로벌대학 참여에 대한 정보와 학생 투표 반영 비율을 학생들에게 공개하지 않고, 여론 수렴 과정도 거치지 않은 채 찬반 투표를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보다 앞서 충남대와 한밭대 교수회도 대학 통합을 전제로 한 글로컬 사업 추진에 반대하는 성명을 냈고, 충남대 총학생회도 지난 4월 “학생 동의 없는 ‘통합 기반 혁신’을 전면 철회하라”며 같은 달 21일부터 일주일간 대학 본부 앞에서 천막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같은 학내 구성원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대학들은 사력을 다하고 있다. 글로컬 대학에 선정되면 5년간 1,000억원이라는 파격적인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지원금 규모가 크다 보니 대부분 대학이 글로컬 대학에 선정되지 못할 경우 경쟁에서 도태될 것이라는 위기감에 쫓기고 있다”고 밝혔다.
‘사립대학 구조개선 지원에 관한 법률안’
금번 글로컬 대학 프로젝트에는 전체 지원 대상의 65%에 해당하는 100개 이상의 지방 대학이 지원서를 제출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대부분의 지방 대학이 사실상 폐교 위기에 처해 있는 지방 대학들의 퇴로를 열어주기 위해 마련됐다고 평가되며, 2026년까지 30개 대학이 선정된다.
글로컬 대학으로 지정되지 못한 대학들은 ‘사립대학의 구조개선 지원에 관한 법률안’에서 한 가닥 희망을 찾을 수 있다. 해당 법안은 학령인구가 대학 입학정원에 미달하기 시작하면서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이 급증하고, 사립대학의 재정 악화 우려가 가시화됨에 따라 지난 3월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다.
법안은 사학법인 청산 후 잔여 재산의 최대 30%를 처분 계획에서 지정한 자에게 자진 해산 인센티브로 돌려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간 학령인구 감소로 폐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 사학법인들이 법인 해산 시 해산 장려금을 지급하는 방식 등의 금전적 보상을 요구한 것에 따른 것이다.
이는 사학법인 해산 때 잔여 재산을 공익법인, 사회복지법인 등에 출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과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에 견줘 정 의원안은 다소 급진적인 대책으로 평가된다. 경영자의 부도덕한 운영으로 어려움에 처한 대학과 실제 학령인구 감소를 겪고 있는 대학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정경희 의원안은 대학이 자발적으로 해산하고자 하는 경우를 별도 조항으로 분리하고 있다. 폐교 또는 해산에 앞서 감사를 받을 수 있는 대상에서도 제외하고, 교육관계법령을 위반해 재정적 보존의 필요성이 있다 해도 이를 피해 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반면 잔여재산 귀속에 대한 특례 적용 대상에는 포함시킨다. 이는 결국 대학 구성원 보호와 재산 처리에 대한 점검 등의 절차에서는 자유롭지만 해산장려금을 받을 수 있는 대상에는 포함되도록 한 셈으로 대학 생태계를 고려하지 않은 사학 위주의 탈출 지원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어 아쉬움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