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해외 유학생 급감, “학위 따도 취업 안 되는데 왜 가요?”

팬데믹 이후 한국인 해외 유학생 수 급감, 5년 전 대비 반토막 수준 학령인구 감소 문제 심화, 유학은커녕 국내 대학부터 미충원으로 ‘골머리’ ‘유학파’ 메리트 급감, 해외 대신 취업 보장되는 ‘의대’ 찾아 떠나는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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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급감했던 한국인 해외 유학생 수가 엔데믹 이후에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의 유학생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 해외 유학생은 총 12만4,32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5년 전인 2017년(23만9,824명) 대비 절반 가까이(48.1%) 감소한 수준이다.

해외 유학생 감소의 원인으로는 △학령인구 감소 △해외 학위 취득의 메리트 감소 등이 지목된다. 유학이 ‘더 나은 일자리’를 보장해 주지 못하게 된 만큼, 굳이 비용과 시간을 들여가며 해외 학위를 취득하는 학생 역시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우리도 ‘선진국’, 더는 꿇리지 않는다?

올해 들어 다소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해외 유학의 인기는 코로나 이전보다 현저히 식은 분위기다. 과거에는 외국어와 선진 학문을 익히고 견문을 넓히기 위한 해외 유학 수요가 많았으며, 실제로 교환학생 이력, 해외 학사‧석사급 학위 등이 취업 시장 내에서 큰 메리트로 작용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가 서방 국가에 비해 ‘뒤떨어졌다’는 인식이 사라졌고, 유학파 선호 분위기 역시 자연히 사그라들었다. 최근에는 오히려 국내 취업을 위한 네트워크 구축 등의 측면에서 해외 유학이 지니는 강점이 퇴색하는 실정이다. 해외 대학 진학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사람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학령인구 감소, 유학은커녕 국내 대학도 ‘텅’

유학생 수 감소의 또 다른 원인으로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학령인구가 지목된다. 국내 학령인구는 1990년 92만 명을 기점으로 △1990~2000년 9만3,000명 △2000~2010년 13만2,000명으로 감소했다. 감소폭이 점차 가팔라짐에 따라 2020년에는 1년 만에 8만3,000명이 감소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2021년 학령인구는 3만5,000명 줄어든 43만2,453명을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 대학교육연구소는 2040년에 접어들면 학령인구가 2021년의 절반 수준인 28만 명까지 감소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이는 2019년 3월에 발표한 추계인구 기준 전망치로, 차후 출생 인구가 예상보다 줄어들 경우 상황은 이보다 한층 심각해질 수 있다.

국내 대학은 이미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큰 타격을 입은 상태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종교 관련 대학을 제외한 국내 4년제 일반 대학 187개교(분교 개별 대학으로 산정) 중 2022학년도에 신입생 충원율 100%를 달성한 대학은 39곳에 그쳤다. 대학 5곳 중 4곳은 미충원이 발생했다는 의미다. 국내 고등교육 기관부터 수요 부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해외 유학생의 절대적인 수가 감소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인 셈이다.

취업 보장 안 되는 학위는 쓸모없다?

‘대학 학위’ 자체가 지니는 가치가 퇴색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최근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학위와 학교 간판 등은 과감히 포기하는 청년 세대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 전반에 만연한 ‘의대 선호 현상’이 그 방증이다.

최근 들어 소위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의 자연계열 전공으로 입학한 학생들이 의대 진학을 위해 중도 자퇴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종로학원이 대학알리미 공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SKY 자연계열 중도 탈락자는 지난 2019학년도 893명에서 2021년 1,096명으로, 지난해에는 1,421명으로 2년 전에 비해 60%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인문계열 중도 탈락자가 444명에서 453명으로 소폭 증가한 것과는 대비되는 부분이다.

취업난 속 안정적인 생활을 도모하기 위해 고수익 직종인 ‘의사’를 장래 직업으로 선택, 이를 위해 과감히 현재 보장된 학위를 포기한 것이다. 학업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해외 유학을 택하지 않는 현상을 두고 유학 생활이 ‘확실한 직업을 보장해 주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론적으로 해외 유학생의 감소는 학령인구 감소 및 ‘취업’이 주요한 교육 목표로 자리 잡은 국내 교육 환경의 결과물이다. 국내에서 교육은 어디까지나 ‘취업’이라는 결승점에 도달하기 위한 발판이며, 학생들에게 대학 교육 및 학위는 취업을 위한 도구로 인식된다. 이들에게 ‘옛날만큼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 유학은 어디까지나 돈 낭비, 시간 낭비인 셈이다.

해외로 나가 견문을 넓히고, 보다 깊이 있는 학문을 접하며 성장할 수 있다는 유학의 이점은 이미 뒷전이 된 지 오래다. 유학생 수 통계에는 각박한 세상에서 살아갈 길을 찾아나가야 하는 청년들이 ‘배움’ 자체를 경시하는 씁쓸한 세태가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취업난과 학령인구 감소가 지속되는 이상 차후 유학 수요 역시 꾸준히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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