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폐수 무단 배출’ 반복에 집중 단속 나서는 경기도

경기도, 폐수 배출 등 불법행위 엄정 조치 예고 “수익 생각하면 적발되는 게 나아” 솜방망이 처벌 탓? 국민 건강 위협하는 수질 오염, 불법 행위 처벌 기준 엄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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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민생특별사법경찰단이 폐수 배출 사업장의 무단 배출 등 불법행위 집중 단속에 나선다. 오는 17일부터 28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집중 단속은 고양시와 의정부시, 남양주시, 포천시 등 경기 북부 10개 지역의 불법 의심 폐수 배출사업장 80곳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단속 대상 사업장들이 장마철 폭우를 틈타 폐수를 무단 배출할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기획된 이번 집중 단속은 폐수 배출 관련 민원이 발생한 지역과 취약 시기, 취약 지역 등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수질 오염을 야기하는 불법 행위인 만큼 처벌 수위를 높여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물환경보전법’에 따라 집중 단속, 적발 시 엄정 조치 예고

이번 집중 단속의 주요 대상 사업장은 ▲민원 다발 사업장 ▲위반 횟수가 많은 사업장 ▲폐수 위탁 처리 미보고 폐수 전량 위탁 처리사업장 등이며, 주요 단속 내용은 ▲폐수 배출시설 무허가 및 미신고 설치 행위 ▲폐수 방지시설 유입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배출하는 행위 ▲공공수역에 특정수질유해물질, 유독물 등을 유출하는 행위 등이다. 경기도는 이번 집중 단속을 통해 위반행위가 적발되면 관할 행정기관에 행정처분을 요청하는 동시에 행위자를 입건해 검찰에 송치하는 등 엄정 조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물환경보전법」에 따르면 신고 없이 폐수 배출시설을 설치 및 운영하는 행위,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폐수를 방지시설을 거치지 않고 배출하는 행위의 경우 각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또 하천을 비롯한 공공수역에 특정수질유해물질을 유출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홍은기 경기도 민생특별사법경찰단장은 “폐수 배출사업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불법 사항을 단속해 관련 업체들의 경각심을 깨우고 수질오염을 예방해 깨끗한 하천을 지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해마다 반복되는 폐수 무단 배출, 공장만의 이야기 아냐

장마철을 틈탄 일부 사업장의 폐수 무단 배출 행위는 해마다 반복되며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파주시와 안성시 등 축산 농가가 밀집한 시·군의 경우 매년 6월과 7월경 특별 점검단을 꾸려 축산폐수 무단 배출과 퇴비 침출수 유출 등을 집중 단속하고 있지만, 적발 건수는 줄지 않고 있다. 특히 가축분뇨는 유기물과 질소, 인 등이 함유돼 영양염류 성분이 높아 하천으로 유입될 경우 수질에 미치는 영향이 커 주의가 필요하다.

과거 공장을 비롯한 제조시설과 축산 농가 등에 국한됐던 이같은 불법 행위는 최근 병원 등 의료 시설로도 확대돼 우려를 키우고 있다. 실제로 지난 6월 서울에서는 임상병리실을 운영하며 발생한 폐수를 부적정하게 처리하거나 무단 방류하는 등 불법 행위를 한 병의원 4곳이 적발돼 사법 조치가 행해졌고, 경기도에서는 지난 3월 의료기기 제조 과정에서 특정수질유해물질이 포함된 폐수를 공공수역에 무단 방류하는 등 불법행위를 저지른 치과기공소 30곳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들 적발 업체에서 검출된 유해 물질은 납과 구리, 수은, 안티몬 등으로 적게는 허가기준의 4배에서 많게는 18배를 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매해 반복되는 불법행위에 대해 경기도는 특단의 조치로 포상금을 내걸기도 했다. 광역환경관리사업소 주도로 진행되는 특별점검 및 단속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마련된 포상금제는 최고 300만원의 포상금을 약속했다. 하지만 ‘현장 신고 내용이 사실로 확인되는 경우’, ‘불법 행위 적발 및 행정 처분 등 조치가 이어지는 경우’ 등 단서 조항이 많다는 점 때문에 적극적인 신고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기도 광역환경관리사업소 직원들이 ‘폐수 무단방류 등 환경오염물질 배출사업장 특별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사진=경기도

수익성 생각하면 적발되는 게 유리하다?

불법 행위로 인한 수질 오염을 막기 위해 도와 31개 시·군이 해마다 집중 점검 및 단속에 나서고 있음에도 적발 사례가 줄어들지 않는 원인은 다양한 현실적 문제에서 찾을 수 있다. 먼저 사업장 중 상당수가 중소 규모로 운영되다 보니 환경 보전을 위한 노력까지 기울이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존재한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사업장마다 관련 법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는 인력을 보유하는 것이 힘든 만큼 법 준수 역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가장 주된 원인으로는 불법 행위의 처벌 수위가 약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물환경보전법」의 최대 처벌 수위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하지만 이는 ‘폐수 배출시설 설치 및 변경에 있어 환경부 장관의 허가를 받지 않거나 거짓으로 허가를 꾸민 경우’에 대한 조치로 극히 일부에 해당한다. 실제 현장에서 적발되는 사례들은 대부분 단순 경고나 개선명령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대다수다. 한 차례의 개선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는 최대 5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제대로 된 시설을 갖추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생각하면 차라리 적발되는 게 낫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터무니 없이 약한 처벌이 불법 행위가 반복되는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관련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6월 울산 울주군의 한 축산 농가에서 폐수가 농수로로 흘러나와 민원이 빗발치자, 울주군의회 이상우 의원은 “검찰 고발만이 능사가 될 수 없다”고 지적하며 “농장 운영 허가 취소 또는 행위자의 실형 등 강도 높은 처벌이 이뤄져야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수돗물에선 발암물질, 하천 인근 동·식물 폐사 ‘위협받는 생존’

오랜 시간 ‘수질 선진국’으로 불렸던 우리나라의 명성은 일부 사업체들의 무지와 비양심으로 흔들리고 있다. 하천 인근 주민들은 악취 등으로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받고 있으며, 그곳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몇몇 동·식물은 아예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2019년 인천에서는 붉게 물든 수돗물이 흘러나와 주민들의 일상을 위협했으며, 지난해 7월에는 대구 수돗물에서 청산가리의 100배 독성을 지녔다고 알려진 발암물질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돼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렇듯 국민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중대 범죄임에도 폐수 무단 방류 등 불법 행위들은 검찰의 직접 수사가 제한된다. 해마다 기획되는 특별 점검과 단속을 특별사법경찰이 주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 소속 특별사법경찰의 관할 구역이 일치하지 않고, 협업체계가 미흡하다는 점은 단속의 효율을 떨어트리는 한계로 작용한다. 제한적인 단속과 터무니 없이 약한 처벌 수위가 반복되는 불법 행위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는 만큼 보다 구체적인 단속 방안과 범죄 행위에 상응하는 강력한 처벌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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