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금 늘리고 알뜰폰 살리고”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에 팔 걷은 정부

과기부 ‘통신시장 경쟁 촉진 방안’ 발표 “추가 지원금 대폭 상향-알뜰폰 사업자 적극 지원” 단말기 구입 부담 인하는 ‘확실’, 실제 통신요금 인하는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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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휴대전화를 사는 과정에서 LTE와 5G 요금제 중 선택할 수 있게 됐다. 또 단말기 추가지원금 한도가 대폭 상향돼 금액에 대한 부담도 줄어들 전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통신시장 경쟁 촉진 방안을 발표했다.

“통신시장 경쟁구조 개선으로 국민 편익 제고”

사회 전반이 디지털화되는 과정에서 통신은 국민들의 일상에 필수적인 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국내 통신시장은 오랜 기간 SK텔레콤(SKT)과 KT, LGU플러스(LGU+) 등 대형 통신 3사 과점체제로 유지돼 온 탓에 국민의 편익 저하가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에 정부는 이번 ‘통신시장 경쟁 촉진 방안’을 통해 ▲통신시장 경쟁구조 개선 ▲경쟁 활성화를 통한 국민 편익 제고 ▲유ㆍ무선 통신 인프라 투자 활성화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먼저 통신시장 경쟁구조 개선을 위해 신규 사업자와 알뜰폰 사업자 집중 육성을 통해 과점구조 개선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이를 위해 신규 사업자가 사업 초기에 원활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자가 네트워크가 구축되지 않은 지역에서도 타사의 네트워크를 공동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투자부담 경감을 위해 최대 4,000억원의 정책 금융과 세액 공제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신규 사업자의 신청이 있는 경우에는 시장 내 외국인 참여를 촉진할 수 있는 제도 개선도 검토한다.

시장 내 통신3사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통신3사의 자회사 점유율 규제를 개선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행 자회사 점유율 규제 중 ‘알뜰폰 시장의 50% 초과 금지’ 조항을 ‘완성차 회선을 제외한 알뜰폰 시장의 50% 초과 금지’로 바꾸고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산정 방식을 재검토한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통신시장 내 경쟁 활성화를 통해 국민의 편익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이를 위해 통신 요금과 관련된 각종 제도를 개선하고 소비자가 사업자와 단말기, 요금제 등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그간 소비자의 주된 생활 지역에 5G망 구축이 미흡함에도 불구하고 통신사향 5G 단말기를 구입할 경우 5G 요금제를 사용해야 했던 점을 지적하며, 단말기의 종류에 무관하게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 재선도 추진한다. 아울러 현재 판매 중인 요금제의 경우 최저구간 요금 하향과 세분화 등을 통해 소비자의 이용 패턴에 적합한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개선할 방침이다. 더불어 통신 분야 마이데이터를 활용해 통신 요금제 추천 서비스도 활성화할 계획이다.

휴대전화 구입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단말기 가격 부담은 추가지원금 한도를 현행 공시지원금의 15%에서 30%로 확대할 방침이다. 뿐만 아니라 현재 2년 중심으로 운영되는 선택약정 할인제도를 1년으로 개선해 소비자들의 위약금 부담을 줄이고 통신사 간의 경쟁을 촉진할 계획이다. 유통 업계는 이번 추가지원금 확대 및 선택약정 제도 개선으로 휴대 전화 교체를 망설이던 소비자들을 대거 대리점으로 불러들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종호 과기부 장관은 “이번 통신시장 경쟁촉 진 방안은 향후 통신정책의 로드맵으로 그간 통신시장의 고착화된 경쟁을 벗어나 근본적인 경쟁 환경 개선을 위해 마련됐다”며 “지금까지의 통신시장 경쟁구조를 뜯어고치고 요금·마케팅·투자 같은 시장 전반의 경쟁이 활성화돼 그 편익이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이번 방안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통신비 너무 비싸 vs 비싸다는 오명 억울해

정부의 통신비 관련 정책이 제시될 때마다 요금제를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비싸도 너무 비싸다”는 의견과 “그래도 우리나라는 품질 대비 싼 편”이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붙는 것이다. 일부 시민단체는 국내 통신시장을 대형 3사가 장악한 만큼 자발적인 요금 경쟁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이들은 “통신사들이 요금이나 서비스의 근본적인 개선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고객 유치에 급급해 마케팅 경쟁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꼬집으며 “통신사의 마케팅 경쟁이 뜨거워질수록 그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통신사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SKT와 KT, LGU+의 시장 점유율은 촘촘하게 이어져 있는 데다, 그 격차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 각 사의 경쟁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반박했다. 3사가 모두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하고 음악 스트리밍, OTT 등 부가서비스를 추가하며 차별화를 모색 중인 것은 다 이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통신사의 억울함에는 다른 이유도 있다. 소비자들은 매월 통신사에 납부하는 금액을 통신비로 인지하는 데, 이는 100만원을 호가하는 휴대 전화를 일시불로 구매한 경우가 아니라면 통신비의 상당 부분을 휴대 전화 할부금이 차지하기 때문이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서 국내 가계 통신비는 지난해 기준 12만8,000원으로 전년(12만4,000원) 대비 3.4% 증가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통신기기에 대한 지출이 7.2% 증가(27,000원→29,000원)하는 동안 통신 서비스는 2.5%(97,000원→99,000원) 인상에 그쳤다.

실제로 국내 통신 3사의 영업이익률은 2016년 이후 지난해까지 7년 연속 한 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했다. 2022년 이들 통신사의 영업이익률은 SKT 9.3%, KT 6.6%, LGU+ 7.8%다. 미국 대형 통신사 버라이즌과 AT&T가 각각 24.2%, 24.4%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3배 이상 차이 나는 셈이다.

불붙은 통신사 경쟁, 칼자루는 어디에?

정부가 부랴부랴 ‘통신시장 내 경쟁 활성화’를 외쳤지만, 알뜰폰 이용자의 증가는 이미 오랜 시간 이어져 오던 통신시장의 과점 체제를 위협하며 경쟁의 불씨를 당긴 상태다. 국내 사업 출범 후 줄곧 40% 이상의 점유율을 자랑하던 SKT는 지난해 처음 39.3%의 점유율로 내려앉았으며, 3위 LGU+(20.7%)는 2위 KT(22.3%)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 사이 알뜰폰 이용자도 꾸준히 증가해 17.6%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미 소비자 여섯 명 중 한 명은 요금을 기준으로 서비스를 선택하고 있으며, 통신사의 이름이나 규모는 그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시장 내 경쟁을 더욱 활성화해 그 편익이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게 하겠다는 정부의 장밋빛 청사진에 회의론이 제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추가지원금 한도 확대는 분명 소비자들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요소다. 다만 확대되는 지원금이 대리점을 비롯한 유통망이 결정하는 추가지원금인 만큼 소비자들이 매달 부담하는 실질 통신비 인하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통신 3사가 수익 보전을 목적으로 요금 인하를 망설인다면 정부의 든든한 지원을 등에 업은 신규 사업자와 알뜰폰 사업자에게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이들 대형 통신사가 요금 인하를 단행한다면 ‘가격’을 무기로 공룡과 싸우고 있는 알뜰폰 사업자들은 그 무기를 잃게 된다. 결국 시장 내 경쟁은 또다시 통신 3사의 선택에 달려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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