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이동지역 내 사고 늘어가는데, 지상조업사 제재 규정 無

항공기 이·착륙 수 증가로 복잡해진 공항, 안전지역서 사고 발생 빈번 국토부 권리 밖에 있는 지상조업자 안전관리 의무 규정 입법처 “공항시설법에 지상조업자 감독·처벌 규정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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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국회입법조사처(입법처)는 공항 이동지역 내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과제를 담은 ‘이슈와 논점’ 보고서를 발간했다. 최근 코로나19 엔데믹 전환 이후 항공 운행 편수가 늘어나면서 공항 이동지역 내 안전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데 따른 것이다. 입법처는 사고 원인 대부분이 작업자의 부주의로 발생하는 만큼 지상조업사에 대한 안전관리 의무 규정을 명문화하고 지상조업 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공항 이동지역 내 안전사고 증가, 인적·물적 피해 동반

항공기의 이·착륙 및 지상 이동을 위해 사용되는 공항 이동지역은 항공기의 안전한 운항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해당 지역에서 ▲항공기 입·출항에 필요한 유도 ▲항공기 탑재 관리 및 동력 지원 ▲항공기 운항 정보 지원 ▲승객 및 승무원의 탑승 또는 출입국 관련 업무 ▲장비 대여 및 항공기 청소 등의 지상조업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지상조업은 ‘항공 사업법’ 상 항공기 취급업에 해당하는 전문업으로 2023년 기준 서울 96명, 부산 5명, 제주 4명 총 105명의 지상조업사가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공항 이동지역 내 안전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법처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총 28건의 안전사고가 있었다. 그중 김포가 13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인천(12건), 김해(1건), 제주(1건), 양양(1건)이 뒤를 이었다. 올해도 지난 4월까지 총 7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3월에는 김해국제공항에서 항공사 보안업체 운전자가 지상조업 도로를 주행하던 중 우측 배수로에 바퀴가 빠지는 사고가 있었다. 해당 사고의 원인은 운전자의 부주의였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정차된 조업 장비가 강풍으로 인해 도로를 이탈해 주기 중인 항공기와 충돌하기도 했다. 인명피해로 이어진 사고도 있었다. 지난해 3월 김포공항에서 승객을 태우고 이동하던 램프 버스가 갑자기 나타난 장애물로 인해 급정거한 탓에 승객이 다친 사례다.

작업자 부주의 탓 크지만, 마땅한 규제 방안 없는 것도 문제

지난 2010년 국토교통부는 항공 안전사고 대비를 위해 ‘공항시설법’, ‘공항안전운영기준’ 등 지상 작업에 적용되는 안전관리 기준을 제시했다. 지상 작업 시 일어나는 사고 대다수가 큰 인적·물적 피해를 동반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공항운영자는 항공기 급유, 항공화물·수하물 하역 등을 담당하는 항공업무 수행자를 대상으로 안전관리 기준 및 위험방지대책 등을 담은 매뉴얼을 제공해야 하며, 사고 발생 시 필요한 조치를 시행하고 철저한 조사를 거쳐 행정처분을 실시해야 한다.

하지만 현행법에는 ‘지상조업사에 대한 안전관리 의무 규정’이 없어 각종 매뉴얼이나 행정처분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현재 국토부 장관은 지상조업사에게 서비스 개선 명령과 행정처분만 내릴 수 있다. 즉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안전관리 의무 규정은 국토부 장관의 권리 밖에 있는 사안이다.

이뿐만 아니라 국토부에서 지난 2021년 12월 지상조업 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도입한 ‘서비스 품질관리제’의 효과가 미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서비스 품질관리제는 공항운영자가 지상조업사의 안전 관리 체계 심사를 강화하고, 서비스 품질 제고를 위해 매년 우수자를 선발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다. 그러나 제도 도입 이후에도 지상 안전사고 발생 건수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나면서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인천국제공항의 지상조업 현장/사진=한진칼

지상조업사 제재안 마련 및 조업 환경 개선해야

이에 입법처는 서비스 품질관리제도의 실효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현행 공항시설법의 부분 개정도 제안했다. 지상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지상조업사에 대한 직접적인 제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구체적으로 ▲사업자의 안전관리 책임 강화 ▲사업개선 명령에 안전 관련 사항 포함 ▲지상조업사의 안전관리 규정 의무화 ▲노후된 장비나 시설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아울러 지상조업사의 안전을 위해 AI나 자율주행, 로봇 등의 첨단기술을 통한 공항 이동지역 시설 점검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지상조업사가 확인할 수 없는 영역까지 주기적으로 점검해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을 줄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편 맹성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월 공항 보호구역 내 지상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공항시설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국토부 장관이 항공업무 수행자의 안전관리 기준 준수 여부를 정기 또는 수시로 점검하도록 규정해 안전사고를 사전예방한다는 취지가 담겼다. 맹 의원은 “현행법상 항공기의 비행 안전을 위해서 공항주변에 일정 높이 이상의 항공장애물에 항공장애표시등을 설치해야 한다”며 “지난 2022년 연말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르면 서울지방항공청 소관 표시등‧표지 설치대상 중 미설치 비율이 약 55%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에는 국토부 장관이 장애물제한구역 안과 밖의 표시등‧표지 설치의무 이행에 대한 실태조사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관리 의무자에 대한 재정지원의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맹 의원은 “항공장애표시등이 설치되어 있지 않거나 등이 꺼져있으면 조종사의 장애물 인지가 불가능해 항공기가 장애물에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며 “국토교통부는 항공장애표시등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일이 없도록 관리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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