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카페 실내 온도 낮춰서까지 쫓아내야 하는 진상 ‘카공족’
카공족 몰아내려고 에어컨 온도 20도까지 내리는 카페 점주들 등장 ‘NO 20대존’까지 생겨, 민폐에 대한 개념 약한 이기주의 지적도 자신의 권리만큼 타인의 권리도 중요하다는 인식 일깨워야
MZ세대, 그중에서도 20대 청년들의 이기심에 대한 비난이 타 세대뿐만 아니라 20대 청년들 사이에서도 공유되는 가운데, 최근 들어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을 몰아내기 위해 카페 점주들 사이에서는 실내 기온을 심하게 낮추는 전략이 공유되고 있다.
지난 6월 ‘커피 1잔에 9시간 머문 카공족’ 관련 내용이 커뮤니티 등을 통해 일반에 확산된 가운데, 카페 점주들은 올여름 불볕더위가 계속되자 거꾸로 실내 기온을 영상 20도 이하로 낮추는 방식으로 카공족을 몰아내고 있다. 얇은 옷을 입은 카공족이 실내의 추위를 견디지 못해 자리를 비우도록 만드는 전략이다.
‘NO 20대존’까지 등장
지난 7일 자영업자들이 모여있는 한 온라인 카페에는 ‘카페에 새롭게 나타난 NO 20대존’이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20대 대학생 또는 직장인의 출입을 금합니다”라고 적힌 안내문이 올라왔다. 내용이 확산되자 대중들은 일부 카공족의 도를 넘은 태도 탓이라며 MZ세대의 이기심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평했다.
업주들 중 일부는 카공족을 쫓아내기 위해 에어컨 온도를 낮췄더니 실제로 가디건, 점퍼 등의 추가 준비를 하지 않은 고객들이 빠르게 자리를 비웠다는 사실을 공유했고, 해당 글이 입소문을 타면서 최근 다수의 카페들이 영상 20도 부근까지 실내 온도를 낮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20대 후반의 초년차 직장인 A씨는 “오전에는 집에서, 오후에는 카페에서 일을 했는데, 밖의 불볕더위에도 불구하고 실내가 너무 추워 겉옷을 챙겨 나온다”고 밝히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점주는 이용시간 제한, 콘센트 막아두기 등의 방법은 큰 효과를 보지 못했으나, 최근 에어컨을 이용한 카공족 몰아내기는 상당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오후 3시면 카공족 때문에 자리가 없는 상황이 반복됐지만, 실내 온도를 대폭 낮춘 이후로는 빈 좌석이 50% 이상으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어 점주는 매출액에 일부 타격이 있으나 카공족들이 보통 최저가 커피 1잔만 시킨 후 3~4시간 머물렀던 것을 감안하면 1일 20잔 미만 정도의 매출 손실을 겪고 있는 셈이라고 밝혔다.
민폐가 민폐인 줄 모르는 한국의 Z세대
1,300명 이상의 관리자와 비즈니스 리더를 대상으로 한 레주메 빌더(Resume Builder) 설문조사에 따르면, Z세대와 일하기 가장 어려운 이유를 의사소통 역량의 부재로 꼽았다. 구체적으로는 좋은 조직문화를 요구하지만, 정작 사내에서 대화하는 방법이나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역량 강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은 매우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레주메 빌더의 스테이시 할러 수석 커리어 어드바이저는 “코로나19로 인한 원격근무 결과, Z세대는 기성세대보다 성공할 기반이 부족할 가능성이 있다”며 “원격으로 배우고 일할 때 직장 내 의사소통 능력이 덜 발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리즈 C 투자 유치에 성공한 삼성역 일대의 한 스타트업 경영진은 “20대라고 모두 다 Z세대는 아니지만, M세대 위의 다른 세대가 Z세대에 불만을 가지는 가장 큰 이유는 원하는 것만 이야기하고 의무는 외면하는 태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식의 ‘타인에게 폐 끼치지 말자’는 문화가 개인 레벨에서는 잘 정착돼 있는 것이 장점”이라면서도 “조직에게 요구를 할 때는 자신도 조직에 합리적인 기여를 해야 한다는 것을 망각하고 있는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당시부터 재택근무가 활성화됨에 따라 직장 내에서 대면 대화, 상대방과 비교를 통한 평가 조정, 비언어적인 대화로 업무 역량을 쌓는 기회 등을 놓친 세대가 생긴 탓에 자신의 역량이 매우 뛰어나다는 착각 속에 빠지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을 내놨다.
‘카공족=민폐’, ‘민폐세대=Z세대’ 인식 만연
전문가들은 Z세대에 대한 인성 교육 실패, 책임감 주지 실패 등을 결국 인력 시장에서 기업들이 겪고 있으며, 사회 문화적으로는 ‘카공족’이라는 병폐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결국 ‘밥상머리 교육’이 실패했다는 것이다. 가정에서 자신의 권리만큼 타인의 권리도 소중하다는 것을 일깨워 주지 않은 탓에 조직에 대해 끊임없이 요구만 하거나, 인터넷에서 ‘좋아요’ 등을 통해 책임감을 회피하는 성향이 확산된 것도 지적됐다.
카공족들이 “카페도 못 가면 어디로 가야 하나?”라고 반문하는 것도 카페 점주에게 민폐를 끼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증거 중 하나라는 지적도 나온다. 커피 한 잔 값으로 4시간, 심지어는 9시간 동안 도로변 1층 공간을 써도 상관없다는 인식이 지나치게 이기적인 사고라는 것조차도 제대로 인지가 안 돼 있다는 것이다. 박은아 대구대 소비자심리학과 교수는 “개인의 선택, 소비자의 권리가 강조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을의 위치에 있는 업주들의 권리가 고려되지 않고 있다”며 “소비자로서 지켜야 할 공중 의식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시장 비용에 대한 교육이 좀 더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나의 카페를 운영하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임대료, 내부 설비 비용, 직원 인건비, 원재료 등에 대한 종합적인 정보가 지속적으로 제공돼야만 단순히 ‘커피 원재료’를 비용의 전부라고 고집부리는 Z세대 특유의 아집을 꺾을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