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퍼리스 시대’ 도래, 사회적 변곡점 대비 나선 정부

과기부 “전자영수증 이용성 제고 등 전자문서 활용성 증대할 것” 페이퍼리스는 ‘글로벌 추세’, 보조 맞춰 나가야 종이문서 위주 관행 넘어서야, 이번 시범사업이 도움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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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UTOIMAGE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디지털 전환의 일환으로 종이문서 사용량을 줄이며 국민들이 전자문서 활용성을 체감할 수 있도록 시범사업에 나선다. ‘페이퍼리스 시대’에 보조를 맞추겠단 취지다. 여전히 종이문서 위주의 관행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시행되는 이번 시범사업은 페이퍼리스 시대를 헤쳐나가기 위한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과기정통부, ‘전자문서 활용성’ 제고 시범사업 실시

과기정통부는 1일 한국인터넷진흥원과 함께 ‘2023년 페이퍼리스 촉진 시범사업’ 공모를 통해 디지털 전환 신뢰서비스 4개 과제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시범사업에는 ▲NFC 기반 전자영수증(올링크) ▲모바일 음성고지(제주도청) ▲디지털 원본증명(한국토지주택공사) ▲디지털 거래명세서(한국전자기술연구원) 등이 선정됐다. 선정된 과제들은 매칭펀드 방식으로 과제별 최대 1억5,000만원을 지원받아 올해까지 과제별 서비스 구축을 마치고 내년부터 시범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우선 올링크의 ‘NFC 기반 전자영수증’은 디지털 전환에 자력이 부족한 중·소·영세 매장에서도 간단한 절차만으로 손쉽게 전자영수증을 도입할 수 있게 지원한다. 기존 전자영수증은 대형마트 또는 대기업 계열 편의점·커피숍 등의 개별 앱에서만 발급이 가능해 불편이 많았다. 이에 올링크는 NFC 태크 터치만으로 전자영수증을 발급받고 공인전자문서 중계자의 전자문서 수신함을 통해 받아볼 수 있도록 해 전자영수증의 이용성을 제고할 계획이다.

‘모바일 음성고지’는 제주도청이 기획했다. 기존 모바일 전자고지 서비스는 종이 통지서를 전자문서로 대체하는 효과가 있으나 디지털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민의 정보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라 소외될 수 있는 어르신과 시각장애인 등 디지털 취약계층도 전자고지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주도청은 전자고지의 내용을 음성으로 변환해 안내함으로써 전자고지 활성화에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단 방침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의 ‘디지털 원본증명’은 종이문서의 내용증명 효력을 대체하는 전자문서 기반의 증명서비스다.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한국토지주택공사는 토지보상 등에서 송수신하는 문서를 전자문서로 전환하고 유통 사실을 증명하는 공인전자문서중계자제도와 전자문서의 무결성을 증명하는 공인전자문서센터제도를 연계할 계획이다. 종이문서의 내용증명 효력을 대체하는 전자문서 기반의 증명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전자기술연구원이 추진하는 ‘디지털 거래명세서’는 기업 간 거래증빙을 위해 종이형태로 보관하고 있는 거래명세서를 전자문서 형태로 송수신·보관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기업 간 거래에서 발생하는 계약서 등을 종이형태로 보관했으나 시범사업에서는 공인전자문서센터 등과의 계약을 통해 거래 관련 서류를 전자문서 형태로 송수신해 보관할 예정이다.

디지털 전환 가속한 팬데믹, 전자문서 보편화 이뤄졌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기업 및 기관들은 비대면 업무를 위한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회 전 영역에서 전자문서 활용이 급격히 늘어난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20년 6월 2일 전자문서 활성화를 위한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이 개정됐다. 이로써 전자문서의 법적 효력이 명확해지고 종이문서와 전자문서의 이중 보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전자문서로의 전환’이라는 4차 산업혁명의 기틀 마련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는 셈이다.

최근엔 공공기관뿐 아니라 민간 기업에서도 디지털 업무 환경이 필수적인 시대가 됐다. 특히 금융권에서의 전자문서 활용은 비용 절감, 업무 효율성 제고, 매출 증대 등 효과가 입증돼 100% 금융 전자화 시스템을 도입하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금융권 외에도 서비스업, 제조업 등 업종에서도 많은 기업들이 시스템을 도입하며 전자문서가 전 사회적으로 보편화되고 있는 추세다.

우리니라 전자정부 순위/출처=행정안전부

美中日의 전자문서 전환율은?

우리나라는 타국가 대비 전자문서 활용 비율이 높은 국가 중 하나다. 우리나라의 전자정부 순위는 2022년도 UN 전자정부평가에서 193개 회원국 중 3위를 차지할 정도로 높다. 다만 일각에선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이나 소상공분야는 전자문서 시스템 사용률이 비교적 낮은 편이란 지적이 나온다. 실제 디지털 강국으로의 전환에 힘쓰고 있는 중국 등 국가와 비교해 보면 상대적으로 뒤처지는 경향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2021년 중국 전자서명 산업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전자서명 플랫폼 시장 규모는 2016년 1억5,000만 위안(약 270억원)에서 2020년 36억 위안(약 6,485억원)으로 약 25배가량 늘었다. 전자계약 건수 역시 2020년 557억 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두 배를 상회했다. 2021년 ‘전자 노동계약 가이드라인’이 발표되면서 행정업무뿐 아니라 웹사이트 등에도 전자서명 도입을 늘리고 있다. 물론 전자서명 사용률은 아직 3%에 불과하지만, 성장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이다. 중국의 디지털 산업은 전통적 제조업 성장 속도의 3배 이상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 약 14억 명의 인구를 보유한 만큼 전자서명 시장의 잠재력 역시 어마어마하게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경우 상대적으로 이른 시기부터 전자문서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 왔다. 미국은 지난 2006년 민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소송 당사자 쌍방이 재판 개시 전 소송과 관련한 모든 디지털 증거를 제출하도록 하는 ‘E-디스커버리 제도’를 법제화했다. 증거자료의 제출 범위를 디지털 자료 영역으로 확대한 셈인데, 해당 법안 도입 이후 미국 기업들은 신속한 소송 대응을 위해 방대한 기업 자료들을 전자문서로 전환하고 나섰다. 제도 도입을 통해 전자문서 전환율 제고를 유도한 것이다.

‘아날로그의 정석’ 일본 또한 전자문서 전환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 정권이 ‘디지털화’를 핵심 정책으로 내세운 후부터다. 일본 기업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 도입이 활성화되자 전자서명이나 전자인감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한국, 미국, 중국 등 전자문서 활성화에 먼저 뛰어든 국가보단 여전히 떨어지는 수준이긴 하나, 그런 만큼 일본 내 전자서명 시장의 확장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오프라인상의 등기우편과 같이 송·수신 이력을 확인할 수 있는 전자문서 유통량은 2017년 294만 건, 2018년 440만 건, 2019년 1,380만 건, 2020년 2,700만 건 등으로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페이퍼리스 확산으로 내수용 인쇄용지 생산량은 2015년 167만1,500t에서 2019년 145만,1127t으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이번 과기정통부 시범사업을 통해 여전히 남아 있는 종이문서 위주의 관행을 넘어서 진정한 페이퍼리스 시대가 도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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