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칠 사람이 없다’ 무너지는 美 공교육, 우리나라도 ‘남일’ 아니다?

교사 결원에 시달리는 美 공교육, 전공·학력 무관 “일단 교단 채워라” 입시 중심 교육, 재정 구조, 마그넷 스쿨 등으로 인한 ‘교육 양극화’ 심화 교원 부족으로 처우 개선 나선 日, ‘사교육 성지’ 우리나라도 방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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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exels

교사 결원에 시달리는 미국에서 자격이 부족한 교사가 학생을 가르치는 경우가 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투안 응우옌 캔자스주립대 교육학 교수팀이 미국 37개 주와 수도 워싱턴DC에서 2021∼2022학년도에 교사 3만6,500명이 부족했던 것으로 집계했다고 전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미국의 공교육 붕괴가 ‘남일’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국내 교육의 주축이 ‘입시’로 옮겨가며 학습 수요가 사교육에 몰리는 가운데, 학교의 위상 추락 및 교권 침해 등 눈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공교육의 침몰이 가속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교사 결원 문제 심각, 무분별하게 채워지는 빈자리

응우옌 교수팀에 따르면 2022∼2023학년도 미국의 교사 결원은 4만9,000명으로 전년 대비 35% 증가했다. △낮은 봉급 △학생 테스트 등에 대한 부담 △높은 업무 강도 등에 부담을 느껴 대학에서 교육학을 전공하는 학생이 급감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미국 학사 학위 전공에서 교육학이 차지하는 비율은 1970년 21%에서 2020년에는 4%까지 급감했다. 교육학 전공 졸업자는 1970년 17만6,300명에서 2020년에는 8만9,500명까지 줄었다.

교사 결원 문제가 심각해지자 일부 주는 비상 대책을 강구해 급하게 교사를 충원하고 있다. 메인주에 위치한 찰스 M. 섬너 교육 캠퍼스의 잭슨 그린 교장은 자격이 충분한 교사를 찾지 못해 결원의 약 80%를 대학 학위나 교사 교육 수료증이 없어도 채용이 가능한 장기 임시교사로 채웠다. 지역 식당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는 고졸 여성을 수학 교사로 고용하는 사례마저 등장했다. 이처럼 ‘빈자리 메꾸기’에 급급하다 보니 교사가 전문성이 없는 분야를 가르치거나, 대학 학위 없이 교단에 서는 등 교육 현장의 혼란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충분한 자격을 갖추지 못한 교사들은 적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교육 현장을 속속 이탈하는 추세다. 응우옌 교수팀 조사 결과 2021∼2022학년도 미국 34개 주의 교사 이직률은 14%로 역대 최고 수준까지 늘었다. 교사뿐 아니라 일반 직원 구인 역시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WP는 미국 내 다수 학군에서 통학 버스를 운전할 기사가 부족해 학생들이 더 일찍 버스를 타야 하고, 수업을 마친 뒤 귀가 시간도 늦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망가진 미국의 공교육 현장

교사 결원 문제는 미국 공교육 체제의 붕괴와 연결돼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전역에 팽배한 ‘입시를 위한 교육’이 공교육 체계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미국의 입시를 좌우하는 SAT(대학 입학 자격시험)는 특정 집단과 부유층에게 유리한 시험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일부 부유층, 백인, 교육열이 높은 아시아 국가 이민자 등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소득·인종·부모 학력 등 ‘배경’과 SAT 점수 간 인과관계가 입증돼 있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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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재정 부족에 시달리는 대다수 공립학교는 이 같은 문제를 바로잡을 힘이 없다. 미국의 공립학교는 기초 재정을 지역 재산세에 의존하고 있다. 빈민층 구역의 학교가 부유층 구역 학교 대비 교육재정 마련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구조인 셈이다. 아울러 연방정부가 재산세를 세금 공제 대상으로 간주하면서 지역 간 교육 재정 격차는 한층 심화하고 있다.

사회 계층 간 불균형 해소를 위해 마련된 ‘마그넷 스쿨’이 오히려 교육 불균형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마그넷 스쿨은 전통주의 교육 방식을 개혁하자는 움직임에서 등장한 학교로 과학, 외국어, 예술 등 특정 교과에 집중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애초 인종 간 거주지 분리에 따른 교육 격차 해소 방안으로 도입됐으나, 특유의 ‘선발제’로 인해 최근에는 오히려 교육 불평등을 심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공교육 침몰, 우리나라도 머지않았다?

일각에서는 한국 역시 공교육 붕괴의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 교원 부족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인근 국가 일본은 최근 교원 처우 개선 방안에 대한 기본 계획을 추진 중이다. △교원의 급여 체계 개선 △학급 담임 수당 신설 △초등학교 고학년 교과담임제 내실화 △교원 업무 지원 인력 배치 확대 등 무너지는 공교육을 지탱하기 위해 각종 수를 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조만간 이 같은 공교육 붕괴의 징조를 마주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 교육열이 세계에서 제일 높은 국가로 손꼽히지만, 정작 공교육 현장은 학생과 학부모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입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고, 대다수 학생이 더 높은 시험 성적을 위한 ‘사교육’에 의존하면서다.

사교육 업체들의 문제 풀이 중심 교육이 보편적인 교육 형태로 자리 잡자, 학교 현장의 공교육 커리큘럼은 ‘비효율적’이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사교육 중심으로 교육 환경이 양극화될 경우, 교사를 비롯한 공교육 현장 처우 전반이 악화하게 된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경우 우리나라 공교육 역시 점차 쇠퇴할 위험이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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