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의 길, 돈 있어야 열린다? 고액 사교육으로 얼룩진 로스쿨

합격률 급락으로 초조해진 로스쿨생들, 고액 과외·학원 등 사교육 전전 “돈 없으면 변호사도 못해”, 다수 학생 사교육 비용으로 경제적 부담 가중 ‘변호사 시험 학원’ 된 로스쿨에 사교육까지 얹는다? 기형적인 인재 양성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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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exels

변호사 시험 합격률이 급감하며 법조인을 키우기 위해 도입된 로스쿨이 ‘돈 먹는 하마’로 전락했다. ‘응시 자격이 주어지는 5년 내로 합격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경쟁이 과열되자, 로스쿨 수업보다 ‘고액의 사교육’이 시험의 성패를 판가름하는 기형적인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이에 대다수 로스쿨생은 고액 과외, 학원 ‘뺑뺑이’ 등 과도한 사교육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추락하는 합격률, 과열되는 경쟁

최근 들어 변호사 시험 합격률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2012년 87.1%였던 변호사 시험 합격률은 올해 53%까지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변호사 시험 응시 인원은 1,665명에서 3,255명으로 11년간 95.4% 불어났다. 불합격자도 같은 기간 214명에서 1,530명으로 614% 늘었다.

로스쿨생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액의 사교육을 찾기 시작했다. 공교육만으로는 시험에 합격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매일 4~5시간씩 일대일 지도를 해주는 ‘족집게 과외’를 받기 위해서는 한 달에 500~2,000만원에 달하는 고액을 납부해야 한다. ‘잘 가르친다’는 소문만 나면 수업 비용이 천정부지로 뛴다는 전언이다. 고액 과외를 받을 여유는 없는 일부 학생들은 학원 뺑뺑이를 택했다.

로스쿨 수료와 고액 사교육을 병행하는 것이 일반적인 ‘합격 루트’로 자리 잡자, 일각에서는 법조인이 되기 위해서는 ‘경제력’을 최우선으로 갖춰야 한다는 푸념이 나온다. 실제 전국 25개 로스쿨 간 협의체인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법전협의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변호사 자격 취득에 들어가는 평균 비용은 입학 준비, 학비, 생활비 등을 합해 1억9,250만원에 달한다. 여기에 사교육 비용까지 고려하면 한 해에 드는 돈만 1억원에 달한다는 한탄이 나올 정도다.

5번 떨어지면 끝이다, 간절함이 부른 폐해

경쟁 과열의 원인으로는 다섯 번 안에 합격하지 못하면 응시 자격이 박탈되는 변호사 시험의 특성이 지목된다. 로스쿨 학위 취득 후 5년 내 변호사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더 이상 시험을 응시하지 못하는 이른바 ‘오(五)탈자’가 된다. 오탈자가 되기 전 합격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는 로스쿨생들은 결국 방대한 변호사 시험 범위 내에서 일정 부분을 짚어주는 족집게 과외를 찾아 거금을 납부하게 된다.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어둠의 강의(둠강)’라 불리는 불법 강의를 공유하는 학생들도 많다. 로스쿨 학생들끼리 교재 파일, 인터넷 강의 아이디, 강의 녹화본 등을 공유하는 것으로 시작된 둠강 문화는 최근 들어 전문 업자가 등장할 정도로 발전했다. 로스쿨 동기들이 암암리에 업자의 연락처를 공유하고, 업자가 값비싼 인터넷 강의 파일을 저렴하게 넘겨주는 식이다.

유독 법조계에서 고액의 사교육 문제가 두드러지는 이유는 성인 대상 학원이 사교육 관리·단속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초·중·고 보습 학원은 정부가 정한 교습비 조정 기준에 따라 교습비를 책정하고 공시해야 하지만, 성인을 대상으로 한 평생직업교육학원은 이 같은 기준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정규 교육과정이 없기 때문에 정형화된 교습비 산출 근거가 없고, 사실상 ‘부르는 게 값’인 기형적인 사교육 문화가 형성된 것이다.

사진=unsplash

변호사 시험에 안 나오면 ‘저질 수업’?

일각에서는 로스쿨이 시험 합격을 위한 ‘학원’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학생들이 합격만을 위한 공부를 하고, 시험에 중요하지 않은 선택 과목 등은 외면하면서 로스쿨 교육 자체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로스쿨생들은 변호사 시험에 자주 나오지 않는 내용의 수업을 기피하는 경향을 보인다. 변호사 시험과 로스쿨 교육 과정이 어긋나가면 결국 변호사 시험 준비와 학점 대비를 이중으로 해야 해 부담이 가중된다는 주장이다.

현장에서는 급기야 교수가 변호사 시험에 나오지 않는 개념이나 사례를 가르친다고 항변하는 학생들마저 등장하고 있다. 이들이 원하는 양질의 로스쿨 교육은 결국 ‘사교육 형태의 공교육’이다. 시험에 자주 나오는 개념만을 족집게 형식으로 가르치고, 그 외 법무 지식은 배우나 마나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나치게 정형화된 시험이 기형적인 인재 양성 구조를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로스쿨의 도입 취지에 맞게 변호사 시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경쟁 과열을 막기 위해 선발시험에서 자격시험으로 제도를 변경하거나, 정형화된 범위에서 벗어나 좀 더 폭넓은 분야의 법무 지식을 시험하는 등 기존 로스쿨 제도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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