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업 차원의 ‘순환경제’ 견인력↑, 개인 간 ‘중고거래’로 일상화도 착착
글로벌 대세로 떠오른 ‘ESG’, 순환경제도 물망 위로 “순환경제, 자원 순환·취업 등 다양한 부문에서 이익 얻을 수 있어” 중고나라, 당근마켓 등 개인 간 ‘중고거래’도 순환경제의 일환
2050년 순환경제 이행 등 순환경제 활성화를 위해선 폐기물 및 재활용 자원의 공급 안정이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도출됐다. 최근 ‘ESG’가 중요한 글로벌 추세로 떠오르면서 순환경제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기업, 정부 차원에서 순환경제로의 이행을 위한 준비를 진행해 나가고 있는 가운데, 중고거래 사이트 등을 통한 실생활 순환경제 생태계 또한 구축되기 시작했다. 순환경제의 일상화가 점차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순환경제란?
국회미래연구원(이하 국회미래연)은 21일 발간한 ‘순환경제가 가져올 기회와 도전과제: 전망과 중장기 전략’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방안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에선 순환경제 구조에 대한 개념적 이해 및 순환경제로의 이행에 따른 경제적 영향 전망을 바탕으로 순환경제로의 효과적 이행을 위한 중장기적 전략을 도출하고자 했다.
순환경제란 생산, 소비, 그리고 폐기 단계로 이어지는 선형적 시스템이 아닌 생산, 유통, 소비, 수거, 재활용 및 재제조 등으로 이어지는 순환적 생산 시스템으로의 근본적 전환과 제품 재사용, 제품 공유 및 책임감 있는 소비 등 수요 측면 변화도 함께 포괄하는 개념이다. 연구에 따르면 ▲생산량 증가로 인한 자원 소비 증가 ▲전반적인 생산비용 증가 ▲폐기물 발생 증가 ▲대기 배출량 증가 등의 선형적 구조가 소비-생산 증가에 따른 규모 효과를 부분적으로 상쇄했다. 대량생산·대량소비·대량폐기 등에 따른 부작용 등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생산-소비 구조 아래 발생하는 부가가치의 가치가 절하될 수 있다는 의미다.
순환경제 파급력↑, “자원소비 억제 등으로 이익 극대화”
이에 대해 국회미래연은 “부품 재사용 인프라 구축을 위한 투자 확대와 관련한 혁신활동 지원은 산업 전반에 재생연료 및 재제조 부품 확산을 이끌고 이를 통해 매립 및 소각으로 유입되는 폐기물량을 줄여 자원소비를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곧 신재생에너지 산업 등 전후방 산업의 성장과 고용 확대를 견인해 규모효과 증대를 이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순환경제의 파급력에 대한 설명인 셈인데,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순환경제 이행을 통한 경제적 효과는 2050년까지 생산유발효과 측면에서 약 482조원, 부가가치유발효과 측면에서 약 292조원, 취업유발효과 측면에서 약 411만 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 등이 있다.
이는 순환경제로의 이행이 단순히 환경오염 및 자원 고갈 문제에 대한 대응에 국한된 방안이 아님을 시사한다. 국회미래은 “순환경제로의 이행은 성장잠재력을 확대하고 일자리 창출효과를 확대 견인할 수 있는 잠재성을 지니고 있다”며 “순환경제로의 이행에 따른 기회와 잠재적 취약 영역을 고려한 정책 재설계 등 전략과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계단식 재활용 및 에코디자인 확대 등을 바탕으로 자원 투입 효율성 증대를 도모하면 자원소비 억제, 폐기물 배출 감소로 이어지는 파급 경로를 형성해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외에도 ▲재생연료 및 재제조 부품 확산에 따른 간접적 파급효과 증대 ▲생산 확대에 따른 이윤 창출 선순환 구조 형성 ▲소비자 행동 변화에 따른 산업 및 인프라 확대 도모 등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이 같은 시뮬레이션을 바탕으로 국회미래연은 “전략 개입에 따른 효과(영향) 평가 시 세 가지 범주(사회, 경제, 환경)를 통합하고 시간 경과에 따른 결과(단기, 중기, 장기)를 제시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지침돌로 삼아 순환경제로의 이행에 따른 기회와 잠재적 취약 영역 고려를 통한 정책의 재설계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ESG’와 순환경제 사이의 상관관계
순환경제는 최근 떠오르는 ‘ESG’와도 관련이 깊다. ESG란 환경(Enviro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앞 글자를 조합한 단어로, 기업 경영에서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달성하기 위한 3가지 핵심 요소를 의미한다. 순환경제에서 특히 강조되는 부문은 ‘E’다. 최근 산업계에선 ‘ESG 이노베이션’이 강조되고 있는데, 이는 순환경제와 비슷한 의미를 갖는다. 기업이 글로벌 사회적·환경적 요구를 어떤 비즈니스 모델로 해결할 것인가를 모색하며 찾아낸 연결고리가 바로 순환경제인 셈이다.
기업들은 각자의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순환경제를 이끌어가고 있다. 포스코는 굴 등 패각류 폐기물을 재활용했다. 1톤의 석회석을 패각 폐기물로 대체해 460kg의 탄소 배출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 후 사업화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新환경경영전략’을 발표하며 친환경 경영으로 전환했다. 초저전력 반도체 및 제품 개발, 공정가스 처리효율 신기술 개발 등 2030년까지 총 7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르노그룹은 리팩토리의 고압 개폐 장치에서 사용하는 대표적인 온실가스인 SF6를 사용하지 않기 위해 운영기술(OT) 기업 슈나이더일렉트릭의 SM AirSeT를 도입했다. 해당 제품을 통해 SF6 Free뿐만 아니라 온실가스의 재활용 비용 및 장비 유지 보수 및 교체 비용까지 줄일 수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순환경제 정책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정부는 지난 6월 순환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고품질 폐자원 공급망을 구축하기로 했다. 우선 유해성과 경제성 등의 기준을 충족하는 폐기물은 일괄 순환자원으로 지정·고시돼 폐기물로서 규제는 받지 않는다. 지금은 폐기물 배출자가 순환자원 지정을 신청하는 구조인데 앞으로 일정 기준만 충족하면 되도록 제도를 바꾼다는 것이다. 수도권 폐기물 공공선별장에 민간투자를 유치해 시설을 고도화하는 사업도 추진하기로 했다. 종량제봉투에 담겨 버려진 폐플라스틱 등을 회수하는 시설과 한 번 선별된 잔재물에서 폐자원을 추가로 추출하는 시설을 증설하겠다고도 밝혔다.
ESG, 순환경제라고만 하면 뭔가 어렵고 기업·정부·국가 차원에서만 실현 가능한 이야기일 것 같지만, 실제론 이미 우리 생활 곁에도 순환경제는 자리 잡고 있다. 과거 ‘아나바다 운동’도 순환경제의 대표적인 사례다. 중고나라, 당근마켓 등 중고거래 플랫폼 또한 순환경제의 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과거엔 안 쓰는 가전제품을 싸게 구입한다는 트럭 몇 대가 돌아다니는 정도였으나, 최근엔 IT 서비스로서 중고거래 플랫폼이 출현하면서 여러 물품들을 재활용할 수 있는 생태계가 구축됐다. 앞으로도 순환경제에 대한 커뮤니티형 생태계는 순차적으로 구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생활 공간에서의 순환경제가 점차 일상화되고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