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 지킴이’ 저작권 전문 경찰? “누누티비도 제대로 못 잡는데, 실효성 있나”
문체부 “저작권 전문 경찰 전국 확대할 것” 불법 도박 광고로 돈 쓸어담는 불법 사이트들, 정작 법은 ‘구멍 숭숭’ 끝 없는 ‘누누티비의 악몽’, “범죄수익 환수도 제대로 안 돼”
문화체육관광부와 경찰청이 이달부터 문체부 저작권보호과 지역사무소가 있는 수도권, 영남권, 충청권, 호남권, 강원권, 제주권 등 전국 4개 권역에 저작권 전문 경찰을 추가 지정해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선 저작권 전문 경찰에 대한 회의적인 의견이 쏟아진다. 애초 새로운 경찰 인력을 추가하겠다는 것도 아닐뿐더러 저작권 전문 경찰 증대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급성장’ 이룬 K-콘텐츠, 불법유통 역시 ‘폭발적 성장’
그간 K-콘텐츠는 전 세계적 인기를 구가하며 빠르게 성장해 왔으나, 강렬한 빛에 그림자가 드리우듯 K-콘텐츠 불법유통 역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해외에 서버를 둔 대규모 불법유통 사이트는 고도화된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저작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이에 문체부와 경찰청은 지난 2018년부터 저작권 침해 합동단속을 통해 저작권 침해 사범을 꾸준히 검거해 왔으나, 합동단속은 수사와 검거에 중점을 둬 저작권 침해 피해자들의 상담을 지원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결국 이렇다 할 성과가 나오지 않자 각 방송사, 제작사를 비롯한 K-콘텐츠 관련 업계들 사이에선 저작권 전문 수사관의 상담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기 시작했다. 이에 문체부와 경찰청은 서울, 부산, 대구 등 문체부 저작권 특별사법경찰과 헤비업로더·불법 사이트 운영자 검거 경험이 있는 광주시, 대전시, 강원도, 제주도 등 4개 시도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소속 수사관을 저작권 전문 경찰로 지정했다. 저작권 전문 경찰로 새롭게 선발된 수사관들은 지난달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저작권 제도와 침해 판단 및 구제, 판례 이해, 침해 쟁점사례, 수사상담 사례, 디지털포렌식 기술 활용방안 등 업무수행에 필요한 직무교육을 이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리자가 콘텐츠 불법유통 등으로 수사상담이 필요한 경우, 해당 저작권리자가 거주하는 지역의 상담 전화로 연락하면 저작권 전문 경찰과 직접 상담할 수 있다. 특히 저작권 전문 경찰은 저작권 침해 사안별로 상담 또는 형사 절차를 안내하고 필요한 경우 수사까지 신속히 진행함으로써 저작권리자의 저작권을 더욱 공고히 한다. 이와 관련해 임성환 문체부 저작권국장과 최현석 경찰청 사이버수사국장은 “저작권 전문 경찰 지정·운영을 계기로 저작권리자 보호에 신속하게 앞장서고 K-콘텐츠 불법유통 등 저작권 범죄를 근절할 수 있도록 엄정하고 단호하게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저작권 전문 경찰? 인식 개선이 먼저”
다만 일각에선 저작권 전문 경찰이 현실에서 큰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저작권 분쟁이 벌어질 경우 법원에 의해 약식명령이 떨어지면서 분쟁이 종료되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상 저작권 전문 경찰에 의해 도움받을 수 있는 사안은 그리 많지 않고, 결국 법정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짙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상품 사진 무단 사용 등 사안에 대해선 경찰 단계에서 사건이 종결된 경우가 몇몇 있긴 했으나, 이는 매우 드문 경우에 불과했다. 저작권 전문 경찰 증대의 실효성에 의구심이 드는 이유다.
저작권의 법적 권리에 대한 구체적인 인식 개선이 우선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저작권이란 권리는 별도의 등록 절차를 거쳐야 제대로 발휘될 수 있는 권리다. 그러나 별도의 등록 절차 없이 자동적으로 발생하는 권리라 착각하고 이를 방치했을 경우 저작권과 관련된 법적 분쟁사건에서 권리자가 저작권, 저작인접권, 출판권 등 모든 사실을 권리자가 직접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사전에 저작권 등록을 해두지 않았다면 저작권 침해 민사소송의 경우 피해자가 실제 발생한 손해에 대해 직접 입증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저작권에 대한 국내 인식은 여전히 저조한 수준이다. 국가 차원에서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퇴치 우선돼야”
누누티비 등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를 먼저 퇴치해야 한다는 의견도 일각에서 나온다. 저작권 침해의 온상이라 할 만한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서 저작권 전문 경찰만 늘린다고 문제가 해결되겠냐는 비판이다. 물론 정부가 손을 놓고만 있었던 건 아니다. 정부는 주요 저작권 침해 해외사이트의 접속을 차단하거나 모니터링을 실시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이어왔으나, 대체사이트가 지속적으로 생성되면서 차단 효과가 저조해져 사실상 차단에 ‘실패’했다. 1일 이내인 대체사이트 생성 주기를 평균 2주 정도인 추가 접속 차단 주기가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속적으로 대체사이트가 생성되는 경우에는 정부가 사이트 운영자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지만, 수사 과정에서 일부 사이트의 운영자가 운영을 중단하고 잠적하는 사례도 있었다. 또한 폐쇄 사이트의 이용자들이 당초 집중단속 대상이 아니었던 신규 유사사이트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앞서 최초 접속 차단과 국내 최대 불법 웹툰사이트였던 ‘밤토끼’의 검거에 따라 네이버 웹툰 등의 합법사이트 이용자가 잠시 증가하는 경향이 보이긴 했으나, 이후 유사사이트의 등장으로 다시 제자리 수준으로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끝없는 논란 끝에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의 대표 격이던 누누티비는 서비스를 종료했으나, 저작권 침해 피해는 여전히 심각한 상황이다. 실제 구글에서 ‘누누티비’를 검색하면 ‘누누티비 대체’, ‘누누티비 새 링크’, 같은 연관 검색어들이 줄줄이 뜨게 되고, 해당 검색어 링크를 클릭하면 누누티비처럼 드라마, 예능, 영화 등을 불법 제공하는 사이트에 그대로 접속할 수 있다. 결국 불법 사이트 운영자를 직접 검거하기 어렵다는 점이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의 존속을 유지하고 있다고 업계는 말한다. 이와 관련해 누누티비를 형사 고소한 국내 콘텐츠연합체의 안상필 MBC 법무팀 차장은 “누누티비 등 불법 사이트 운영자들은 보통 가상사설망(VPN)을 써서 자신의 스마트폰 위치가 담긴 IP를 노출시키지 않고, 도메인 소유자 정보도 가려 놓기 때문에 추적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누누티비 같은 사이트 운영자를 검거해도 범죄 수익금을 제대로 환수하지 못해 범죄 재발 방지가 미흡하다는 비판도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완주 의원은 누누티비가 불법 도박 광고로 333억원 이상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하면서 “현행 표시·광고법은 불법 마약류·도박 광고 처벌 규정을 제대로 두지 않고 있어 범죄 재발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누누티비 같은 사이트는 불법 도박 배너광고를 전면에 노출해 수익을 올리는데, 이런 불법 이익을 환수하거나 과징금을 제대로 물리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검거된 웹툰 불법 유통 사이트 밤토끼는 웹사이트에 불법 도박 광고 배너를 걸고 9억6,000만원가량의 수익을 얻었으나 범죄 수익 환수금은 6억원에 불과했다. 저작권 전문 경찰 이전에 법률 개선이 우선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