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포럼] 싱가포르의 권력 승계가 스캔들로 좌초되고 있다
리콴유-리셴룽-리홍이 3대 세습 계획 싱가포르 권력 승계 좌초 조짐 보여 치명타 입힌 7월 스캔들 홍수, 권력 승계의 향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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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세습을 준비 중인 리셴룽(Lee Hsien Loong) 싱가포르 총리의 후계자 승계가 집권여당인 인민행동당(PAP)의 스캔들로 어려움에 봉착했다. 이로 인해 현재 리셴룽 총리가 후임으로 지목한 로렌스웡(Lawrence Wong)부총리 겸 재무장관의 지지율은 10%에 불과하다. 앞서 리셴룽 총리는 2019년에도 헹스위킷(Heng Swee Keat) 당시 부총리 겸 재무장관을 후임자로 지목해 권력 승계를 시도했으나 총선 패배로 실패한 바 있다.
싱가포르 권력 승계의 역사
최근 리센룽 총리의 권력 승계의 성공 여부와 동남아시아 권력 지형 변화에 전문가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권력 승계’라는 단어의 어감은 민감하고 다소 폭력적으로 느껴지지만, 싱가포르 역사 속 권력 승계는 타국에 비해 비교적 안전하고 온건하게 진행돼 왔다. 정치 전문가들은 싱가포르의 온건한 승계 과정에 대해 PAP의 안전한 정치력이 주요하게 작용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리셴룽 총리의 권력 승계 과정엔 잡음이 관측된다.
의원내각제 국가인 싱가포르는 대통령이 아닌 총리가 국가 실권을 가진다. 현 싱가포르 총리인 리셴룽은 31년간 장기 집권한 싱가포르 초대 총리 리콴유(Lee Kuan Yew)의 아들이다. 리셴룽은 1984년 불과 30세의 나이에 싱가포르 육군 준장으로 전역했고, 당해년 싱가포르 국회에 입성해 통상산업부 정무장관(차관), 국방부 정무장관을 역임했다. 1987년에는 통상산업부 장관 겸 국방부 장관을 역임했으며, 1990년엔 리콴유 총리와 2세대 PAP 내각이 고총통(Goh Chok Tong) 부총리를 2대 총리로 선임한 즉시 36세의 나이로 싱가포르 부총리 자리에 올랐다. 직책은 부총리였지만 사실상 싱가포르 권력의 핵심으로 통했다.
당시 정치 전문가들은 고총통 2대 총리 선임이 사실상 독재정권으로 평가받던 싱가포르 정부의 선전용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고총통은 리콴유가 아들 리셴룽에게 권력을 세습하기 위한 징검다리 혹은 바지 사장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같은 전문가들의 예측은 정확했다. 리셴룽은 고총통 총리가 집권한 14년간 착실히 정치 수업을 받았고, 2004년 3세대 PAP 내각 지도자들이 모인 점심 식사 자리에서 3대 총리로 결정됐다.
선진적 독재국가 싱가포르, 세습의 굴레
리셴룽의 총리 승계는 전형적인 독재정권의 세습 방식이었다. 그런데도 리셴룽의 권력 승계가 비교적 안정적일 수 있었던 것은 집권당의 강력한 통치력과 더불어 ‘독재일 수 있지만 선진적이며 부패하지 않았다’는 PAP에 대한 국민적 인식에서 기반했다. 싱가포르 독립 후 비약적인 국가 발전이 그 증거였다. 초대 총리 리콴유는 1당 독재 체제에서 공산국가와 친분을 유지하면서도 영연방에 가입하는 등 일종의 중립적 줄타기 외교를 벌이며 실리를 취했다. 영어와 중국어를 공통어로 지정해 다인종, 다문화 화합에 이바지했고 기록적인 경제 성장도 일궈냈다.
리셴룽 역시 카지노를 도입하는 등 보다 유연하고 실용적인 운영 정책을 펼치며 경제 성장에 주력했다. 중립국 노선을 강화해 싱가포르가 아시아 지역의 이념적 완충지대임을 선전하며 비즈니스 및 관광 활성화 정책을 펼쳐 경제 발전에도 힘썼다. 정치 전문가들은 리콴유와 리셴룽의 성공적인 경제 발전 정책엔 PAP의 강력한 정치 영향력도 한몫했기 때문에 1당독재에 대한 반발 여론이 그리 크지 않았다고 평가한다.
현재 리셴룽 총리는 아버지 리콴유와 마찬가지로 후계자에게 권력 승계를 준비 중이다. 싱가포르 정치 전문가들은 리콴유–고총통–리셴룽으로 이어졌던 전례를 들며 혈육 승계를 위한 ‘징검다리 총리’를 후임자로 내정하리라 예측했다. 실질적 혈육 승계자로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졸업 후 싱가포르 기술관료로 재직 중인 리셴룽의 아들 리홍이(Li Hong Yi)가 거론된다. 전문가들의 예측대로 2019년 리셴룽은 공개적으로 총리 은퇴 의사를 밝힌 뒤, 4세대 PAP 내각과 함께 헹스위킷 재무장관을 후임 총리로 지명했다.
연이은 승계 시도 좌초, 헹스위킷-로렌스웡
그러나 헹스위킷으로의 권력 승계는 쉽지 않았다. 시기적 어려움이 닥친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창궐하자 리셴룽 총리는 팬데믹 기간 동안 정치적 안정을 이유로 은퇴 연기를 선언했다.
코로나19 외 정치적 문제도 발생했다. 후임 총리로 지목된 헹스위킷이 2020년 총선에서 53%라는 낮은 지지율을 보인 것이다. 추가로 제1야당 노동당이 전략적 선거구에서 승리를 쟁취하는 악재도 발생했다. 이에 PAP는 2020 싱가포르 총선에서 득표율 61.24%를 거두며 사실상 총선 패배를 선언했고 헹스위킷도 건강상의 이유로 총리 후계자에서 물러났다.
총리 승계에 실패한 리셴룽은 지난해 두 번째 총리 후임으로 부총리 겸 재무장관인 로렌스웡을 지목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후임 총리 로렌스웡 지목을 적절한 판단이라 평가했다. 미국 유학파 출신에 문화·공동체·청년부 장관과 재무부 장관을 역임한 엘리트 정치인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싱가포르 정부 합동 코로나19 대응 TF에서 공동의장으로 활동한 덕분에 대중적 인지도도 높았다. 로렌스웡은 후임 총리 지목 후 싱가포르 통화청 의장과 싱가포르 최대 국부펀드인 싱가포르투자청의 투자전략위원회 의장으로 임명되며 승계 구도를 본격화했다.
하지만 또다시 문제가 닥쳤다. 지난 7월 싱가포르 정치권에 대형 스캔들이 연이어 터진 것이다. 부패행위조사국이 국가 보유 부동산 임대 사업과 관련해 샨무감(Shanmugam) 내무부 장관과 비비안 발라크리쉬난(Vivian Balakrishnan) 외무부 장관을 부패 혐의로 수사에 착수한 것이 발단이었다. 수사 결과 무혐의로 종결됐지만 집값 상승으로 싱가포르 국민들이 부동산 문제에 예민했던 시기에 발생했기에 혐의 유무와 별개로 PAP는 큰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됐다.
아울러 지난 7월 7일 리셴룽 정권의 핵심이었던 타르만 샨무가라트남(Tharman Shanmugaratnam) 수석 장관이 싱가포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의회에서 사임한 사실도 악재로 작용했다. 스캔들은 아니었으나 리셴룽 정권 주요 인물의 사임은 PAP의 행정적 공백에 대한 우려를 사기에 충분했다.
이어 7월 11일엔 부패행위조사국이 이스와란(Iswaran) 교통부 장관을 부패 관련 혐의로 체포했다. 장관이 체포된 것은 1987년 이후 처음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야당 의원에게 ‘망할 포퓰리스트’라고 발언해 공개 사과문까지 발표한 탄 추안 진(Tan Chuan Jin) 국회의장이 사과 일주일 후 동료 국회의원 청 리후이(Cheng Li Hui)와의 불륜 관계가 드러나 국회의장직에서 사임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싱가포르를 강타한 7월의 스캔들 홍수는 ‘부패하지 않았다’는 PAP의 이미지에 치명타로 작용했다.
후계자를 위한 리셴룽의 숙제
싱가포르의 정치 전문가들은 최근 발생한 PAP 정치 리스크가 리셴룽 총리의 권력 승계는 물론 향후 선거에도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한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2일 PAP계 타르만 샨무가라트남 전 부총리가 싱가포르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PAP 측은 “싱가포르 국민은 여전히 우리를 지지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타르만 대통령이 기록한 70.4%의 득표율은 PAP에 대한 지지도가 아닌 타르만 개인의 지지도에 기반했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실제로 올해 싱가포르 대선을 앞두고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리셴룽이 지목한 로렌스웡을 지지한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1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이 타르만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을 PAP에 대한 지지율로 착각해선 안 된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9일 리셴룽 총리는 싱가포르 독립기념일 연설문에서 PAP의 잦은 스캔들로 인해 권력 승계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로렌스웡과 PAP에 신뢰를 가져 달라는 그의 외침은 계속된 PAP 스캔들로 신용을 잃고 있다. 리셴룽 총리가 계획한 권력 승계가 성공하기 위해선 그럴듯한 자기 정화 행위가 아닌, 구체적이고 명확한 정치적 개혁안이 필요하다.
Singapore’s Prime Minister that couldn’t retire
Succession is a delicate and potentially violent topic for leaders. In Singapore, succession planning is quite the opposite. It showcases the stability and predictability of the ruling People’s Action Party (PAP). Yet it appears to be an unusually difficult challenge for current Prime Minister Lee Hsien Loong.
After 31 years in power, the first prime minister Lee Kuan Yew announced that the second-generation of PAP cabinet leaders unanimously chose his deputy Goh Chok Tong as his successor. This was despite Lee making it clear that among his three deputies, he preferred Tony Tan over Goh and Ong Teng Cheong. Tan and Ong both later served as president.
The decision over Goh’s successor was even more uneventful. The PAP’s third-generation leaders decided that Lee Hsien Loong, Lee Kuan Yew’s son, would be the new princeling-in-waiting over a working lunch in 2004.
Having been prime minister for almost two decades, Lee has openly discussed his retirement, announcing finance minister Heng Swee Keat was chosen by the fourth generation of PAP cabinet ministers as his deputy in 2019.
But succession was paused when Lee cited the need for stability and delayed stepping down during the COVID-19 pandemic.
Within the year, a stunningly weak electoral win in Heng’s constituency and an opposition Workers’ Party gain in a strategic Group Representation Constituency in the 2020 general election dealt a major blow to Lee’s succession plans. Heng withdrew himself from the successor nomination, citing health concerns. The uneventful orchestration that defined Singapore’s previous transitions was in doubt.
In late 2022, the PAP’s fourth-generation leaders named Deputy Prime Minister and Finance Minister Lawrence Wong as Lee’s second successor. Wong was subsequently appointed Chairman of the Monetary Authority of Singapore and Chairman of the Investment Strategies Committee of Government of Singapore Investment Corporation, Singapore’s largest sovereign wealth fund.
Just when a succession plan was coming into view, Lee’s most challenging hurdle appeared. In July, a slew of scandals sent shockwaves through parliament.
It began when the Corrupt Practices Investigation Bureau opened an investigation into allegations of corruption relating to rentals of state-owned heritage bungalows by Minister for Home Affairs K Shanmugam, and Minister for Foreign Affairs Vivian Balakrishnan. This issue came at a particularly sensitive time, given ordinary Singaporeans are grappling with increasingly expensive house prices. While the allegations were found to be untrue, the investigations soured the PAP’s brand.
On 7 July senior minister Tharman Shanmugaratnam resigned from parliament to run for the Singaporean presidency. While not a scandal, the loss of Tharman was another blow to Lee’s cabinet. On 11 July, Minister for Transport S Iswaran was arrested and released on bail in connection with a corruption investigation by the Corrupt Practices Investigation Bureau. This was the first time a minister was arrested since 1986. Lee instructed Iswaran to step down and take a leave of absence, though retaining his S$8500 monthly salary — a move that attracted considerable attention.
That same day, former speaker of Parliament Tan Chuan Jin issued a public apology for calling opposition Member of Parliament (MP) Jamus Lim a ‘fucking populist’. Beyond unparliamentary language, this undermined Tan’s impartiality and signalled the PAP’s further detachment from the concerns of most Singaporeans. In contrast, Lim advocated for further support for lower-income Singaporeans in his speech. Within the week, Tan resigned from Parliament for a different reason — for having an inappropriate relationship with fellow former PAP MP Cheng Li Hui, who also resigned.
The July scandals add to myriad of known troubles. While each of these issues individually might not carry significant weight, their collective presence casts a shadow over the PAP’s reputation for incorruptibility.
This comes after concerns over the appointment of PAP MP Tin Pei Ling, who sits on the parliamentary committee overseeing the communications and information sector, to head of government relations at Grab, one of the region’s biggest tech giants. There was also PAP MP Christopher de Souza’s guilty charge, and later appeal, for professional misconduct while he was acting for clients.
If Lee’s succession planning relies on stability, the recent volatility in the PAP could affect future elections.
But the extent to which the 2023 presidential election served as a litmus test for the PAP’s popularity was constrained by Tharman’s personal popularity, with a 2016 survey indicating 69 per cent of Singaporeans would back him as prime minister. The same survey revealed only 10 per cent of respondents expressed a preference for Lee’s newest successor, Lawrence Wong. A credible assessment of the PAP’s support might only happen in the next two years, when the scheduled general election is held no later than November 2025.
In his National Day Rally, Lee acknowledged his succession planning was disrupted by COVID-19 and by ‘several controversial issues [that] have drawn Singaporeans’ attention’. His call for trust in the Wong and his PAP team is a particularly tough ask, considering the recent scandals surrounding his team’s highest-ranking members. Lee will need to clean up his party’s act and find a more convincing assurance of integrity than ‘ownself check ownself’.
원문의 저자는 호주 시드니 소재 국제 경영 컨설팅 기업에서 공공정책 컨설턴트로 근무하며 아시아, 국제 관계 및 국제 정치에 대한 글을 기고하는 카지미어 림(Kazimier Lim)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