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먹는 하마 ‘경기도 청년기본소득’ 성남시에서 시작하고 성남시에서 끝나나?
재원 부족한 성남시, 결국 ‘청년기본소득’ 3분기 신청 중단 만 24세 경기청년이라면 누구나 현금 100만원? 묻지마 현금성 복지의 한계 복지 포퓰리즘의 끝판왕, 보다 효율성 있는 예산 정책 필요하다
일명 ‘이재명 표 복지’라는 말까지 붙은 경기도 ‘청년기본소득‘이 사업 출발지인 성남시에서 전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경기도에서 성남시에 청년기본소득 관련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은 탓에 사업에 쓰일 예산이 부족해졌고, 이에 따라 성남시에서 3분기 신청접수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일종의 ‘보편복지 실험’인 청년기본소득이 지방자치단체 예산 부족과 현금 살포성 복지 등의 논란으로 존폐기로에 놓였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성남시 청년기본소득, 3분기 지급 중단
청년기본소득은 지난 2016년 이재명 당시 경기도 지사에 의해 도입된 경기도의 청년지원 정책이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만 24세 청년을 대상으로 분기별 25만원(연 100만원)씩 지역화폐로 지급한다. 예산은 경기도가 70%, 시·군이 30%를 부담한다.
하지만 지난 4일 사업 출발지였던 성남시에서 3분기 청년기본소득 신청 접수를 중단한다고 밝히며 지속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성남시 관계자는 “경기도가 올해 성남시에서 편성한 청년기본소득 관련 예산 105억500만원 중 70%에 해당하는 74억원을 지원하지 않았다”며 “그동안 자체 예산으로 사업을 진행해 왔지만 3분기부터는 예산이 부족해 사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경기도는 억울하단 입장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원래 성남시에서 2023년 본예산안에 청년기본소득 관련 예산을 편성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데다 해당 사업을 폐지하겠단 움직임까지 보여 보조금을 마련하지 않은 것”이라며 “이슈가 없는 다른 지자체에는 정상 지급 중”이라고 반박했다.
실제로 성남시는 2023년도 본예산안에 관련 사업비를 포함하지 않았다. 성남시의회 다수당인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이 올해부터 청년기본소득을 폐지하기로 당론을 모은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성남시의회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며 ‘준예산 사태’가 벌어졌고, 국민의힘에서 한발 물러서면서 여야 합의가 이뤄졌다. 이에 올해 1월 성남시는 관련 예산 31억여 원을 뒤늦게 편성해 자체적으로 1분기 청년기본소득을 지급했으며, 2분기에는 30%가량 지원한 바 있다.
특정 연령층에 주어지는 단순 복지, 재원 부족해 계륵으로 전락
한편 지난 7월 18일 열린 성남시의회 본회의에서 ’청년기본소득 지급 조례 폐지조례안’이 가결됨에 따라 오는 2024년부터 청년기본소득이 폐지될 전망이다. 이외에도 여당 단체장을 둔 남양주·구리 역시 청년기본소득 사업의 효용성을 재검토하고 있다. 청년기본소득이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기본소득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여론의 관심을 받았던 때와 달리 재원의 기반이 되는 세수가 급격히 감소하며 경기도와 산하 지자체의 계륵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경기도 지방세는 당초 예산안보다 1조9,000억원가량 덜 걷힐 전망이다. 전국 광역지자체 중 제일 큰 감소 폭에 경기도는 연말까지 31개 시·군에 지원할 일반조정교부금도 5조764억원에서 4조3,324억원으로 7,439억원을 줄이기로 결정했다.
이에 일각에선 경기도 차원에서도 청년기본소득 사업을 폐지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또한 재정전문가인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당선 이후 “김동연식 기회소득과 (이 대표의) 기본소득은 다르다”고 꾸준히 밝혀온 점도 이러한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현재 경기도에선 이 대표 시절 경기도에서 제정한 농민·농촌기본소득 등의 사업을 장애인·라이더 기회소득 사업으로 바꾸는 작업도 추진 중이다.
복지 전문가들은 이같은 사태를 두고 ‘복지 선명성’ 경쟁이 낳은 지자체발(發) 포퓰리즘 정책의 예정된 수순이라고 지적했다. 청년기본소득 폐지를 결정한 신상진 성남시장 역시 “한정된 재원을 만 24세 청년이라는 기준도 모를 특정 연령층에 무조건 주는 게 아니라 청년의 실질적 취업 준비에 도움이 되는 혜택을 제공하는 게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7년간의 청년기본소득 시행, 재원은 어디서?
또다른 일각에서는 경기도에서 2016년부터 지금까지 약 7년간 현금 살포성 복지를 시행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경기도 등이 체결한 ‘성남 판교지구 공동 시행 기본협약’이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당시 LH가 경기도에 성남 판교지역 벤처·업무지구 약 14만 평(45만4,964㎡)을 평당 611만1,000원에 이관하며 경기도에 막대한 수익을 안겼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기도는 입주 기업들에 평당 평균 876만원에 분양하며 순수익 4,649억원을 취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최대 3조5,539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성남 판교지구 개발사업의 초과 이익 역시 성남시에 계류 중인 점도 주장에 무게를 실었다. 본래 협약에 따라 초과 이익은 자족기능시설 지원과 판교 및 그 주변 지역의 간선시설 등에 재투자돼야 하지만 LH와 성남시에서 의견을 좁히지 못해 11년이 넘도록 답보 상태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난 2012년 성남 판교지구 사업비 정산 및 개발이익 추정 연구가 최종 중단된 이후 현재까지 개발이익 산정을 위한 공식적인 협의도 진행되지 않았다. 이에 한 누리꾼은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를 통해 “경기도는 돈 퍼주기에 불과한 ‘청년기본소득’을 당장 폐지하고, 성남시에 계류된 초과 이익 환수금이나 제대로 조사하라”는 글을 게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