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 계획’ 발표, 공공기관 부채비율 2027년까지 189%로 개선
‘35개 중장기 재무관리 계획 수립 기관’의 자산 및 부채, 모두 상승할 전망 부채 많은 14개 재무위험기관 대상으론 ‘42조원 규모’ 부채감축 추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의 실효성 떨어져 ‘전문기관 사전검증’ 필요하단 지적도
한국전력공사·한국가스공사 등 부채가 많은 14개 공공기관이 2026년까지 42조2,000억원 규모의 재정 감축에 돌입한다. 정부는 이들 14개 기관을 포함해 35개 중장기 재무관리계획 수립대상 공공기관의 부채비율을 올해 214.3%에서 2027년 188.8%까지 낮출 계획이다. 일각에선 각종 ‘꼼수’로 부채감축 실적을 부풀린 공공기관 사례를 들며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4개 기관 재정건전화 목표치 ‘8조1,000억원’ 상향
기재부는 지난 1일 ‘2023~2027년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 계획’을 국회에 제출했다. 해당 계획에 따르면 기재부는 한전과 발전5사 등 14개 재무위험기관의 ‘2022∼2026년 재정 건전화 목표’를 기존 34조1,000억원에서 42조2,000억원으로 8조1,000억원 늘렸다.
14개 재무위험기관의 재정 건전화 작업은 자산매각, 사업조정, 경영효율화, 수익확대, 자본확충 등을 통해 이뤄질 예정이다. 기재부는 재정건전화의 효과로 이들 기관의 부채비율이 2026년 26.6%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35개 중장기 재무관리 대상 공공기관의 자산과 부채는 2027년까지 모두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자산은 2027년 올해 전망치(985조1,000억원)보다 152조6,000억원 증가한 1,137조7,000억원, 부채 규모는 올해 전망치(671조7,000억원)보다 72조원 늘어난 743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자산 규모 확대는 공공임대주택·고속도로 투자, 원자력발전소 건설, 송배전설비 확충, 정책금융 확대 등 정책 소요를 반영한 결과다. 같은 이유로 부채 규모 역시 상승할 전망이지만, 내년부터는 국제 에너지 가격 안정과 재정 건전화 영향으로 향후 4년간 부채비율이 25.5%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올해 계획은 지난해 수립된 계획에 비해 부채 비율 전망치가 연평균 28.2%포인트 상승했다. 이에 기재부는 “공공기관 관리체계 개편 등으로 재무건전성이 양호한 기관들이 중장기재무관리계획 대상 기관에서 제외됐다”면서 “또한 최근 영업실적이 부진한 한전과 가스공사의 부채 전망이 지난해 계획보다 증가한 점이 원인”이라고 밝혔다.
한전 등 ‘에너지 공기업’의 재정건전화 적극 추진
공공기관 재정건전화를 위한 정부 계획 가운데 눈에 띄는 부분은 에너지 공기업이다. 에너지 부문의 올해 예상 부채 비율은 673.8%로 2027년까지 414.1%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 정부 목표다. 이는 지난 5월 발표한 한전·가스공사의 자구 노력 방안과 재정 건전화 계획 발표 이후 추진한 실적 등을 반영한 결과다.
세부 계획을 살펴보면 한전은 2023∼2027년 부채비율이 779.0%에서 459.0%로, 가스공사는 432.8%에서 203.9%로 하락할 것으로 예측됐다. 또 한전·가스공사를 제외한 기관들의 2023~2027년 부채비율은 150% 수준에서 관리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공공기관의 지속적인 재무개선 노력을 유도하고 공공기관 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재무위험기관의 재정건전화계획 등 자구노력 이행실적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공공기관의 실질적인 재무지표 개선 정도, 다각적인 재정건전화 노력 등을 경영평가에 반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기재부는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부채가 불어난 한국전력·한국가스공사를 제외할 경우 33개 공공기관의 부채와 부채비율이 대폭 하락한다고도 강조했다. 실제로 부채는 2023년 418조4,000억원에서 2027년 489조3,000억원으로 늘어나지만,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156.8%에서 151.1%로 개선된다.
‘방만 경영’ 없도록 감사 철저히 해야
기재부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매년 주요 공공기관의 중장기 재무 관리 계획을 수립해 국회에 제출해 왔다. 그러나 매년 계획이 수립돼 왔음에도 공공기관의 재정 악화 문제는 매해 거론되고 있다.
특히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로 2015년 국회 예산정책처가 공공기관 재무관리평가를 통해 밝힌 내용에 따르면 각종 ‘꼼수’로 부채감축 실적을 부풀린 사례가 적발된 바 있다. 당시 사례를 살펴보면 처음부터 예산을 높게 설정한 후 남은 돈으로 부채를 갚아 감축수치를 높이는 기관들이 많았다.
이는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찾는 노력보다 당장 눈에 띄는 단기 처방에만 급급한 결과다. 이에 따라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공기관이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수립할 때 전문기관의 사전검증과 진단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2021년 기획재정부가 실시한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 등 재무상황평가에 따르면 한국전력을 포함한 대다수 에너지 공기업이 재무위험 기관으로 선정되며 강력한 개혁을 요구받았다. 사실상 정부가 방만하게 운영되는 공공기관을 콕 짚어 지적한 셈이다. 그러나 현상에 대한 개선도 중요하지만 국가 재정을 추가로 낭비하지 않기 위한 예방이 우선돼야 한다.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을 사전 차단하기 위한 강도 높은 감사제도를 도입하는 등 관련 정책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