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고령층 진료비 44조원, 사실상 의료기관 지원금 혹평도

지난해 건강보험 지료비 합계액 100조원 돌파 고령층만 44조원, 10년 사이 2배로 증가한 것 “고령화 가속화 될 경우 대비해 지급요건 재정비해야” 목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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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5세 이상 고령층에 대한 진료비가 전년 대비 4조원 가까이 오른 44조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4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에 따르면 지난해 요양급여비는 76조7,250억원으로 전년 대비 9.3% 증가했다. 요양급여비와 건강검진, 암검진비 등으로 공단이 지출한 현물급여비도 9.3% 증가한 78조7,094억원으로 집계됐다. 고령환자 진료비 상승 등의 영향으로 공단과 환자가 부담한 진료비 합계는 지난해 102조4,277억원에 달해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섰다.

고령층 진료비 증가에 건강보험 진료비 합계액 100조원 넘어

건보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 환자와 공단이 부담한 진료비는 44조1,187억원으로 전년(40조6129억원)보다 8.6% 늘었다. 고령층의 진료비는 전체의 43.1% 수준이었다. 65세 이상 환자의 1인당 월평균 진료비는 42만9,585원으로 전체 평균인 16만6,073원보다 2.6배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현물급여비는 7.7% 늘어난 2조8,166억원으로 나타났다. 당뇨병의 소모성 재료 사용이 늘고 요양비 지급 범위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임신·출산진료 지원금이 한 아이 기준 6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상향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임신·출산진료비는 2021년 1,537억원에서 지난해 3,349억원으로 117.9%나 늘었다.

방역완화 조치로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와 그외 호흡기 질환 등이 유행한 것이 진료비 증가에 일조했다. 작년 코로나19 진료비는 5조7,206억원으로 전년(1조3,033억원)보다 급증했다. 이외 호흡기계 질환 진료비는 37.3% 오른 6조2,003억원이었다. 방역조치가 완화되며 의료기관을 직접 방문한 경우도 늘었다. 외래나 입원으로 찾은 전체 입·내원 일수는 10억5,833만 일로 1년 만에 10.5% 늘었다. 2020년과 2021년 각각 11.5%, 0.5% 감소한 뒤 급증한 것이다.

건보 적립금 고갈 우려 커져

건강보험 진료비가 100조원을 넘으면서 당장은 건보 적립금 규모가 안정적인 편일지라도 고령화가 심화될 경우 현재와 같은 속도로 증가하는 것을 가정했을 때 수년 이내 적립금이 바닥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이 늘어남에 따라 노인 진료비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고령화율)은 2012년 11.0%에서 작년 17.0%로 10년 새 가파르게 커졌고, 그 사이 노인 진료비는 16조3,401억원에서 44조1,187억원으로 2.7배 불어났다. 여기에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이 맞물리며 총 진료비 역시 2012년 47조8,312억원이었던 것이 작년에는 102조4,277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고령화율은 앞으로 더 빠르게 높아질 전망이어서 총 진료비도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건강보험 재정은 최근 수년간은 코로나19 유행의 영향으로 의료 이용이 줄어들면서 흑자를 기록했지만, 조만간 적자로 돌아서 악화일로를 걸을 가능성이 크다. 건보재정은 2021년 2조8,229억원, 작년 3조6,291억원 흑자를 기록했는데, 건보 당국은 올해도 1조9,846억원 흑자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당장 내년부터는 적자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1~2030년 중기재정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건보 당기 수지 적자 규모는 2024년 4조8천억원, 2025년 7조2천억원, 2028년 8조4천억원, 2030년 13조5천억원 등으로 갈수록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급 준비금으로 불리는 건강보험 누적 적립금은 올해는 25조8,547억원에 이를 전망이지만, 적자가 계속 이어지면서 2028년에는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우려된다.

‘건강보험료 추가 납부’ vs ‘지원 축소 필요’ 팽팽

건강보험법은 건강보험료율을 월급 또는 소득의 8%까지로 제한하고 있는데, 이미 7%대로 상한선의 턱밑까지 오른 상태다. 올해 건강보험료율은 7.09%로, 정부는 경제적인 여건을 고려해 내년도 보험료율을 동결하기로 정한 바 있다. 준조세 성격를 갖는 건강보험료의 특성상 국민연금 인상과 함께 가계 가처분 소득 감소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면 보건의료단체연합, 참여연대,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40여 개 단체가 참여하는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지난달 성명에서 법정 기준대로 지급하지 않은 미지급금이 32조원에 이른다고 지적하며 정부가 약속했던 지원을 이행하지 않는 것이 건강보험료 인상의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건강보험법과 건강증진법에 따르면 정부는 2007년부터 해당 연도 ‘건보료 예상 수입액의 20%’에 상당하는 금액을 일반회계에서 14%, 담뱃세(담배부담금)로 조성한 건강증진기금에서 6%를 각각 충당해 지원해야 한다. 그러나 세수 부족 등으로 재정에 어려움을 겪는 정부 사정상 한 번도 기준액인 20%를 충족한 적이 없었고, 올해도 14.4%에 그칠 전망이다.

때문에 재원 고갈이 예상되는 만큼 단계적으로 지원 축소를 계획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정부는 이미 건보 재정 건전화 방안으로 자기공명영상(MRI)·초음파 등 보장성 강화 항목을 재점검하고 외국인 등의 가입자격을 정비하는 등의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현 상태라면 노인 복지보다 자칫 의료기관에 대한 암묵적인 지원금 지급이라는 오명을 피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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