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두고 ‘노란봉투법 논쟁’ 재점화, 巨野 민주당 몸짓에 국힘은 ‘무력’하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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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반발 쏟아지는데, 노란봉투법 강행 처리 방침 재확인한 민주당
"독소 조항 다수 포진한 노란봉투법, 불법파업 제재 힘들어져"
필리버스터 시사한 與, 민주당 막긴 힘들 듯
5월 23일 경제 6단체가 국회 소통관에서 ‘노동조합법 개정안 본회의 상정 중단 촉구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있다/사진=한국경영자총협회

더불어민주당이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해 강행 처리하겠단 방침을 내놓자 경제·산업계가 극심히 반발하고 나섰다. 노란봉투법은 산업 생태계를 무너뜨리고 미래 세대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악법이 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총선을 앞두고 노란봉투법이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법안 처리 여부가 총선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

경제 6단체 “노란봉투법은 불법 파업 조장법”

8일 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무역협회·한국경제인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국내 경제 6단체는 국회에서 ‘노동조합법 개정안 입법 중단을 촉구하는 경제 6단체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경제 6단체는 성명에서 “그간 경제계는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산업 현장은 극도의 혼란 상태에 빠지고 더 이상 우리 기업이 정상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없음을 수차례 호소해 왔다”며 “그런데도 야당이 다수의 힘을 앞세워 법안 처리를 강행하려 하는 상황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계는 노란봉투법의 모호한 사용자(원청) 개념으로 원·하청 모두 1년 내내 교섭·파업 분규에 시달릴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예를 들어 현대차의 경우 350여 개 1차 협력사 아래 2~4차 벤더와 그 하청 업체까지 5,000여 개의 협력사를 두고 있는데,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면 현대차는 수천 개 협력사의 교섭 요구나 파업에 일일이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재계는 “이것이 현실화될 경우 자동차·조선·건설 등 국내 주요 산업이 1년 내내 노사 분규에 대응하다 생산 차질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란봉투법이 노조의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는 것에 대해서도 “불법 파업 조장법”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현행법에 따르면 노조가 직장점거를 하는 과정에 CCTV를 가리는 등의 불법행위를 한 경우 그 손해에 대해 노조·간부·조합원이 연대책임을 져야 하는데, 법이 개정되면 배상 의무자별로 소를 제기하고 조합원 개개인의 불법행위와 손해 규모를 일일이 입증해야 하는 불합리가 발생한다.

野 “노란봉투법은 ‘합법 노조 활동 보장법'”

야당 측은 해당 법안을 ‘합법 노조 활동 보장법’이라 명명했다. 법 개정을 통해 원청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함으로써 노동자의 활동을 지원하겠단 것이다. 환경노동위원회 간사인 이수진 민주당 의원은 노란봉투법의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책임 강화 내용을 부각하며 “해당 법안은 진짜 사장과의 교섭을 통해 우리 산업 현장에 만연해 있는 원·하청 간 이중 구조와 불평등 문제를 실제로 해결할 수 있는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본질을 호도하고 있는 건 결국 재계의 강력한 요청 때문 아니냐”며 “법인세는 그렇게 안 거두면서 왜 이런 건 그렇게 하려 하나”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정부여당이 주장하는 혼란, 파업 만능주의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는 합리적 토론을 무너뜨리는 선동정치”라고 역설했다.

반면 여당 측은 노란봉투법이 불법파업을 조장하는 법안이라는 사실을 거듭 강조하며 재계의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환노위 여당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노란봉투법이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한다는 점에 대해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를 보호하는 악법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법률 명확성·과잉 금지 원칙을 위배하며, 평등권을 침해하는 반헌법적이고 민주노총만을 위한 악법”이라고 힘줘 말했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 출신인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도 “극심한 이중구조의 노동 약자, 5인 미만 사업장 문제를 해결해야 할 판에서 노란봉투법은 그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총선 전 노동계 푸쉬 나선 野, 정권 교체 청사진 그리나

노란봉투법은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논의된 법안이나, 실제로 해당 법안이 추진된 바는 거의 없었다. 국회 차원의 논의도 한번 뜨겁게 타오른 이후론 사실상 이뤄지지 않았다. 노란봉투법에 독소조항이 그만큼 많았다는 의미다. 가장 큰 문제는 법안의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 개념이 모호하단 점이었다. 이에 대해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사용자가 노조의 교섭 요구를 거부하면 형사처벌을 받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헌법상 죄형 법정주의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불법파업에 따른 손해배상과 관련해 기업의 입증 책임을 강화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수사권이 없는 기업이 파업 참여자 한 명 한 명의 행위를 규명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결국 불법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자체를 막는 결과를 낳는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문제에도 어느 순간 노란봉투법 처리에 힘을 싣기 시작했다. 바로 정권 교체 이후다. 실제 문재인 정부 시절 3건에 그친 관련 법안 발의는 윤 정부 들어 7건으로 늘었다. 이에 일각에선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노동계 여론을 의식해 정권 교체의 발판을 마련하려는 전략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6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을 찾아가 “노사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변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언급하며 법안 처리를 약속한 점도 이와 맞물린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문재인 정부 때 사실상 포기했던 노란봉투법을 지금 띄운 건 총선에서 노동 세력 지지를 이끌어내려는 정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 분명한 만큼 ‘근로자 대 재벌’ 구도로 지지층을 확장하겠다는 의도도 읽힌다”고 분석했다.

그간 여야의 노란봉투법 논쟁은 ‘민주당의 법안 본회의 직회부, 날치기 폭거 비판 여론 확산, 국민의힘의 투표 거부 및 반발, 법안 통과 무산’ 등 과정을 거치며 유야무야돼 왔다. 그러나 이번엔 여야 간 대립이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음에도 국민의힘이 ‘거야(巨野)’ 민주당을 이기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애초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막을 수단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우선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의사진행 방해)로 맞선다는 계획이지만, 168석을 지닌 민주당의 독주를 막아서기엔 역부족이다. 노란봉투법은 ‘위헌’, ‘민주노총 방탄법’ 등 각종 비판에 직면해 있는 상태다. 민주당 측은 “재계가 ‘독소조항’이라 지적해 온 부분은 입법과정에서 이미 조정됐다”는 입장이나 현장 기업들의 볼멘소리는 여전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민주당의 노동계 푸쉬 전략이 총선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정계의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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