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에 반기든 가자지구 주민들 “하마스, 사실상 통제력 잃었나”
일부 가자지구 주민, 하마스 대원 향해 공개 모욕이나 폭행 행사 전 세계서 인구 밀도 가장 높은 가자지구, ‘민간인 사상자 폭증’의 배경 ‘비극’ 지속되는 결정적인 이유, 내년 대선 앞둔 미국 상황과 관련 깊어
가자지구 내 인도주의 위기가 악화되자 하마스에 대한 현지 주민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각종 자원 출입이 통제되면서 음식과 식수 부족에 허덕이는 가운데 하마스가 테러를 위해 주민들을 인간 방패로 이용하고 있어서다. 이에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제하는 이슬람 급진주의 무장 정파 하마스가 사실상 힘을 잃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흘간 가자 주민 20만 명 남부로 대피
11일(현지 시간)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에 따르면 최근 사흘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20여만 명의 민간인이 가자지구 북부에서 남쪽으로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군은 주민 이탈이 지속되자 하마스가 사실상 가자지구에서 통제력을 잃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가자지구에 인도주의 위기가 악화하면서 이곳을 통치하는 하마스에 대한 현지 주민의 불만이 고조된 것으로 보인다. 하가리 소장은 또 “가자지구의 최대 병원인 알-시파 병원을 이스라엘이 공습했다는 하마스의 보도는 거짓말”이라며 “병원의 환자와 의료진은 물론, 가자 북부의 비전투 인력이 남쪽으로 대피하도록 계속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요 외신들의 보도에도 하마스에 반기를 드는 일부 주민의 모습이 포착됐다. 이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지난주 손목에 붕대를 감은 한 가자지구 주민이 하마스 내무부 대변인의 연설을 공개적으로 방해했다”며 “당시 남성은 상처 입은 손을 흔들며 ‘신이 너희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외쳤다”고 보도했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가자지구 내 식량, 식수, 의약품 등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자 물을 얻으려던 주민이 줄에 끼어들려던 하마스 대원에게 돌을 던지고 이들을 공개 모욕하기도 했다. 또 빵을 배급받으려고 새치기하다 하마스 대원의 지적을 받은 한 주민은 의자로 해당 대원의 머리를 가격하기도 했다.
민간인을 이용해 이스라엘군과 접전을 벌이는 점도 하마스가 통제력을 상실한 배경으로 지목된다. 이스라엘군이 이날 별도로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지상 작전을 개시한 뒤 가자지구 내 터널 갱도 130곳이 발견됐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북부의 대학과 놀이공원 대관람차 인근에서 터널 갱도와 무기가 노출돼 바로 파괴했다”며 “이 모든 것은 하마스가 테러를 위해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이용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사망자 1만 명 이상, 이스라엘이 ‘학살’을 멈추지 않는 이유
이스라엘은 지난달 7일 전쟁 발발 이후 하마스 근거지인 가자지구 봉쇄를 강화했다. 이로 인해 가자지구 주민들은 음식과 식수 부족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이 같은 상황이 한 달 넘게 지속되자 민간인 사상자도 크게 늘어 1만 명을 넘어섰다. 특히 이 가운데 70%는 어린이와 여성인 걸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민간인의 피해가 지속되는 이유로 가자지구의 높은 인구밀도를 꼽는다. 가자지구는 가로 10㎞, 세로 40㎞에 달하는 도시로 서울의 약 1/3 토막에 달한다. 여기서 다시 3분의 1이 채 안 되는 면적을 차지하는 가자시티에 대다수 인구가 몰려있다.
가자시티 주변으로 이스라엘군이 만든 높이 6m의 담이 둘러져 있는 점도 사상자가 폭증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담 안쪽으론 이스라엘군의 집중 폭격이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다. CNN 방송은 “(이스라엘군은) 특정 건물에 무장세력이나 테러리스트가 있다는 첩보가 돌면 민간인이 있어도 무차별 폭격을 가하고 있다”면서 “지상군을 투입해 무장세력만 제거하고 철수했던 기존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 전략의 성격과 달리 이번 군사작전의 목표는 궤멸에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지난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급히 중동 현지를 방문해 긴장 완화에 나섰다. 여기에 유엔 등 국제기관도 지속적으로 휴전을 촉구하고 있으나 민간인 사상자 증가 추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국제사회의 억제 조치에도 그 효과가 미약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의 결정적인 원인으로 지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와 확연히 달라진 미국의 태도를 꼽았다. 국내 P 기업 정책연구원 관계자는 “민간인 사상자가 쏟아지고 있음에도 약화된 국제 여론에 반전될 기미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미국의 상황과 아주 관련이 없지 않다”며 “대선을 앞둔 현 정권이 정치와 경제 등 국가 권력을 꽉 잡은 미국의 유대계 표심을 의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