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무풍지대’ 된 OTT 업계, ‘미디어 법제 개편’ 논의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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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TV 업계 "미디어 콘텐츠 영향력 확장, 법제 개편 필연적"
발 넓어진 넷플릭스, 국내 유료 방송 업계 '고사'하나
'불균등 규제'에 불만 터진 업계, IPTV는 '총체적 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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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MeCon 2023 참가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사진=IPTV방송협회

유료 방송 업계 사이에서 정부 차원의 미디어 성장 지원과 법제 개편이 필연적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우리나라는 내수 시장이 작으면서도 콘텐츠 가치가 높고 콘텐츠 시장이 직간접적으로 수출효과에 기여한다는 이유에서다. 높은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상대적으로 규제에서 자유로운 OTT의 모습에 볼멘소리를 쏟아내는 이들도 늘었다. 이 같은 규제의 불균등이 결과적으로 IPTV의 ‘고사’를 가속시키고 있다는 인식이 커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韓 콘텐츠 비율 높아, 출혈 경쟁 심화”

한국IPTV방송협회는 29일 제5회 지속가능한 미디어 생태계 콘퍼런스 GeMeCon 2023을 열고 한국IPTV 시장을 조망했다. 이날 콘퍼런스에선 황유선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15주년을 맞이한 IPTV와 미디어 산업의 현주소’를 주제로,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소장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미디어 법제 개편 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황 연구위원은 우선 넷플릭스의 비영어권 TV 시리즈물 중 한국 콘텐츠 시청 시간이 차지하는 비중이 올해 상반기 현재 38.5%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어권을 포함한 전체 TV 시리즈물 중에서도 한국 콘텐츠 시청 시간은 14.6%를 차지, 단일 국가로는 매우 높은 수준을 보였다”며 “이처럼 국내 콘텐츠 시장 내 넷플릭스의 영향력이 높아질수록 플랫폼 사업자들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결국은 무슨 콘텐츠를 갖고 있느냐를 논하는 콘텐츠 차별성이 중점이 되니 출혈 경쟁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도 덧붙였다.

이어 발표를 진행한 노 소장은 “현재까진 유료방송을 포함한 국내 레거시 미디어가 공고히 버텨줬지만 미디어 산업 B2C 시장이 거의 포화 상태에 가깝고 시장 저변의 확대가 힘든 상태”라며 “아직까지 방송법 체계 유지 등의 이유로 정책 개편이 어려워 법 개편이 미뤄지고 있다. 콘텐츠 사업의 글로벌화, OTT 발전이 이뤄지려면 레거시 미디어 생존이 담보된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유료방송과 OTT가 추구해야 할 가치는 비슷한 지점에서 만나야 하며 중요한 점은 미디어 산업 활성화의 공정 가치 제고”라는 말을 덧붙이며 유로방송 재허가 제도 폐지, 유료방송 진입 규제에 대한 중장기적인 개선 방향 마련의 필요성, 자율성 증진 기반 혁신 유도, 채널 구성 자율성 강화, 기금 제도 개선 등의 개편 방향성에 대해 제언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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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OTT와 IPTV 사이의 ‘기울어진 운동장’

IPTV 부진의 근본적 원인은 지나치게 불균등한 ‘규제’에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현재 OTT의 전 세계 가입자 수는 유료 방송 가입자 수를 넘어선 상태지만, 정작 인터넷 기반의 OTT는 각종 방송법 규제로부터 매우 자유롭다. 공공재 성격의 전파를 사용하는 유료 방송과 달리, OTT는 인터넷 기반으로 별도의 채널로 규정돼 있기에 과도하게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콘텐츠를 쏟아낸다 하더라도 큰 규제를 받지 않는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OTT가 방송사업자가 아닌 부가통신사업자에 해당돼 방송법 규제를 일절 적용받지 않고 있다. 규모가 확대된 만큼 OTT에도 공적 기여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IPTV 업계는 “OTT들은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을 적극 활용해 각종 자극적인 콘텐츠를 만들어 냄으로써 시청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마약과 관련된 드라마는 IPTV에선 규제상 내보낼 수 없지만, OTT에선 자유롭게 유통되고 있다. 유료 방송이 채워줄 수 없는 니즈를 OTT는 충족시켜 줄 수 있단 의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OTT의 유료 방송 추월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글로벌데이터는 SVOD 시장 규모는 지난해 1,030억 달러(약 135조원)에서 2027년 1,550억 달러(약 203조원)로 1.5배 커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반면 같은 기간 유료 방송은 이탈자가 늘면서 시장 규모가 2,180억 달러(약 285조원)에서 1,940억 달러(약 253조원)로 줄어들 것으로 봤다. 한 방송 업계 관계자는 “SVOD를 대표하는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대기업들이 영화·드라마·다큐멘터리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투자해 콘텐츠 경쟁력을 갖춘 상황에서 가입자 수 감소, 광고 매출 감소 등 총체적 난국에 빠진 유료 방송 업계가 반격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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