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관에 봉착한 美 녹색경제 전략, 공화당 필두로 반 ESG 움직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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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바이든 정부 드라이브에도 친환경 산업 흔들
수익 악화에 '포드' 시가총액 절반 이상 주저앉기도
트럼프 전 대통령, 바이든 행정부 친환경-전기차 정책 작심 비판
ESG-폴리시

기후변화 정책으로 탄소중립과 경제성장을 유도하겠다는 바이든 정부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략이 수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난관에 봉착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내에선 공화당을 중심으로 ESG가 기업의 비용 부담만 가중시키고, 국가 경제에까지 악영향을 끼친다며 ‘안티 ESG’ 정서가 형성되고 있다.

실적 부진에 사업 중단하는 기업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몇 년간 워싱턴과 월스트리트는 탄소중립으로의 전환이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을 갖기 시작했지만 올해 그 환상은 끝났다고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기후변화 대응을 정책 최우선 과제로 제시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중산층에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제공해 중산층을 강화하면 더 강력한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의 강력한 드라이브에도 불구하고 수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ESG 산업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전기차 시장의 실적 부진은 녹색경제 위기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정부 보조금 지원을 등에 업고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미국 전기차 시장은 올해 2분기 들어서부터 생산과 수요가 동시에 삐걱거렸다. 이에 제너럴모터스(GM)는 전기차 수요 감소를 이유로 일본 혼다와 추진하던 50억 달러(약 6조4,950억원) 규모의 새 전기차 공동 개발 계획을 철회한 데 이어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한 테네시주 배터리 공장과 미시간주의 전기 픽업트럭 생산 일정을 연기했다. 다른 자동차 제조업체들도 생산 증설 대신 재고 처리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이는 전기차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진 영향이 크다. 초창기에는 번거로운 충전과 높은 판매가에도 불구하고 친환경을 이유로 전기차를 구매했으나 지금은 보조금을 받더라도 굳이 전기차를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많지 않다고 WSJ은 전했다. 전기차 전환에 제동을 거는 전미자동차노조(UAW) 등 노조 리스크도 전기차 수익성 확보의 걸림돌로 꼽힌다. 이에 포드는 지난해 초만 해도 전기차 모델들을 내놓으며 시가총액 1,000억 달러(약 130조원)를 돌파했지만 현재는 420억 달러(약 55조원)로 주저앉았다.

신재생에너지 부문도 금리 인상이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난관에 부딪혔다. 그간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낮은 시장금리를 바탕으로 성장했지만 2021년부터 발전 단가가 오르자 시장에서 외면받기 시작헀다. 실제로 지난 10월 덴마크 해상풍력기업 오스테드(Orsted)가 뉴욕주와 맺은 해상풍력발전 계약을 취소하는 등 여러 프로젝트가 좌초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클리어뷰에너지파트너스에 따르면 미국 주 정부가 계약한 해상풍력발전 용량의 약 30%가 취소됐고 나머지 25%만 재입찰 예정이다. S&P 글로벌 청정에너지 지수도 올해 들어 30%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녹색경제가 위기를 맞은 이유는 공공정책이 친환경 전환을 주도한 탓에 수익성 향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유럽 금융탱크인 브뤼겔의 장 피사니-페리 소장은 지난 10월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친환경 전환이 요구하는 투자는 생산 능력을 증가시키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정을 조달해야 한다”며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 투자에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것은 부정적인 공급 충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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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정가, 반 ESG 정서 커져

각국 정부의 정책 기조가 바뀌고 있다는 점과 공화당을 중심으로 한 미 정치권의 반 ESG 움직임도 녹색경제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그간 ESG 정책을 표방했던 국가들은 올해 들어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하나둘 정책을 완화하거나 예산을 삭감하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EU)은 2025년 7월 시행 예정이던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인 ‘유로7’을 일부 완화할 방침이다. EU집행위원회는 지난해 11월 타이어와 브레이크에서 나오는 미세입자 배출에 대한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으나,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이 반대하자 규제 완화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미 정치권에서도 ESG 정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 공화당 대선 후보인 론 드 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는 플로리다 연기금의 ESG 고려를 금지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데 이어 ESG 투자에 적극적인 블랙록이 관리하는 20억 달러(약 2조6,000억원)를 회수하기도 했다. 이 같은 반 ESG 움직임은 제도화로도 이어지는 추세다. 올해 상반기 발의된 법안 가운데 156건이 반 ESG 법안으로, 이 중 22건이 법률로 승인됐다.

공화당 내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바이든 대통령의 전기차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며 미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부품 수가 적어 전동화 전환이 확대될 경우 생산인력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로 자동차 노동자들의 표심을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는 지난 9월 27일 미시간주의 자동차 부품 공장을 방문해 ”미국의 자동차 산업이 살해당하고 있다”며 “바이든은 자동차 산업을 중국에 넘기며 항복하고 있다. 나는 가솔린 엔진을 허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기차 생산 라인이 가솔린차에 비해 적은 인원을 필요로 하는 만큼 앞으로 자동차 산업 일자리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이어 “그(바이든)는 여러분을 중국에 팔고, 환경 극단주의자와 극좌 인사들에게 팔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미국에는 가솔린이 무한하며, 다른 어느 나라보다 많다”며 자신이 집권할 경우 친전기차 정책에서 벗어나 내연기관 자동차 정책을 되살릴 뜻임을 거듭 천명했다.

이와 관련해 자동차책임연구원의 이호 책임연구원은 “전기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시장은 정부 정책에 많은 영향을 받는 특징이 있다”며 “내년에 예정된 정치 이벤트(미 대선) 등으로 정책 변화 가능성이 존재해 불확실성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어 “최근 바이든 정부의 낮은 지지율을 고려할 때 내년 11월로 예정된 대선을 전후로 그간의 정책을 크게 강화하거나 역으로 크게 후퇴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유럽에서는 최근 중국 전기차의 중국 전기차의 영향력 확대에 대한 우려 때문에 자국 산업보호를 위한 정책이 추진되면서 전반적인 시장과 경쟁 구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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