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통제 심화에도 정부는 “아직 물량 충분”?, 핵심 아젠다는 ‘대중 수입 의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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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소수 수출 제동 건 中, 우리 정부는 "아직 괜찮다"
요소수 대란의 뿌리는 '수입 의존도', "국산화 등 대책 마련 필요해" 
헛물만 켜는 정부, 중국식 '韓 길들이기'에 '속수무책'
추경호-기재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러미 헌트 영국 재무부장관과 화상 면담을 하고 있다/사진=기획재정부

중국이 차량용 요소수 수출에 제동을 걸면서 요소수 대란의 재발 가능성이 제기됐다. 특히 2년 전 요소수 대란 당시보다 요소수의 중국 수입 의존도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난 만큼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정부는 요소수 국내 생산 재검토에 나서기로 했지만, 세간에선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진다. 이전에도 한 차례 실패한 바 있는 만큼 이번에도 헛물만 켜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추경호 “요소 대체 수입처 발굴 지원할 것”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최근 요소·인산이암모늄·흑연 등 우리 경제의 핵심산업과 민생에 직결된 품목들의 공급망 리스크가 중국의 수출 통제로 인해 확대하고 있다”며 “올해 종료 예정인 요소 할당관세를 내년까지 연장하고 요소의 국내 생산 시설 구축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요소수의 국내시장 안정을 위해 중국 외 해외로부터의 반입 물량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외교부와 각 부처의 대(對)중국 소통 채널을 가동해 중국 세관에서 검역이 완료된 물량의 수출을 조속히 재개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우선 국내 요소수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내년까지 할당관세를 연장한다. 추 부총리는 “중국,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요소 할당관세를 내년까지 연장하고, 내년 4월까지 국내에 반입되는 물량에 대한 해상 운송비 일부를 한시적으로 재정 지원하겠다”고 알렸다. “조달청이 보유한 요소 비축 물량 1,930t의 긴급 방출을 이달 중 시행하는 동시에 공공 비축 규모를 확대하고 중소기업 공동구매를 추진할 것”이라며 “요소의 국내 생산시설 구축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라고도 덧붙였다.

추 부총리는 농업용 비료의 원료인 인산이암모늄와 관련해서는 “현재 완제품 1만t, 원자재 3만t 등 총 4만t의 재고를 확보해 내년 5월까지 안정적으로 국내 공급이 가능한 상황”이라면서도 “정부는 수급 안정화를 위해 모로코·베트남 등 제3국에서의 공동구매를 지원하고, 수급 불안이 있는 경우 현재 국내기업(남해화학)이 생산·수출하는 물량의 내수 전환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이차전지의 핵심 재료인 흑연의 경우도 현재 업체별로 3~5개월 치 재고를 확보한 상황이지만, 국내 흑연 생산 기반 구축과 제3국(탄자니아 등) 대체 수입을 지원해 나가겠다”며 “반도체·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갈륨·게르마늄의 경우 중국 정부의 수출 허가가 진행중에 있으나, 수급 상황을 살펴보면서 필요시 비축 물량 확대·R&D·대체 수입처 발굴 등을 지원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정부 “요소 확보 물량 4.3개월, 지난달 대비 오히려 늘어”

정부에 따르면 주유소 현장 판매와 달리 온라인 시장의 경우 요소 전체 매출의 1% 미만 수준의 가격 상승과 배송 지연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요소 가격은 지난 7일 기준 ℓ당 평균 1,602원으로 2021년 요소수 사태와 비교하면 안정적인 상황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이날 기준 국내 요소 확보 물량 또한 총 4.3개월로, 지난달 30일 대비 1.3개월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사회 불안 정도는 여전히 높다. 2년 전 요소수 대란 당시 지적된 문제점이 여전히 곳곳에 산재한 상태기 때문이다. 정부가 관련 대책 마련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비판론도 늘었다. 요소수 대란의 핵심 논제는 ‘대중국 수입 의존도’인데 정작 정부는 단기적인 요소수 수급 상태에만 목을 매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우리나라는 요소수의 원료가 되는 요소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그중 97.6%를 중국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요소 공급의 전량을 중국에 기대고 있는 셈이다. 과거엔 국내에서도 요소를 생산하는 기업들이 있었지만 2010년대 초 모두 사라졌다. 국내 요소 생산은 지난 2011년 한국비료(현 롯데 정밀화학)가 마지막이었다. 국내 요소 생산이 중단된 가장 큰 이유는 채산성 악화였다. 국내 기업은 중국, 러시아 기업과의 가격 경쟁 심화에 따른 채산성 악화 및 순도 높은 요소수 생산에 소요되는 비용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줄줄이 생산을 중단했다.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 효율을 최우선시하는 우리 정부와 기업의 태도 역시 중국 의존도를 높이는 원인이 됐다. 그간 우리나라는 이윤이 높은 생산 체계를 강화하는 한편 채산성이 좋지 않거나 제조 기술력이 충분치 않은 분야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해 왔다. 그 결과 마그네슘, 알루미늄, 망간, 흑연 등 사회 인프라에 필수적인 원자재의 해외 수입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졌다. 효율성과 단기적 이윤 창출에 치중한 결과 국가 경제에 구조적 결함이 발생한 셈이다.

가격 경쟁력에 따라 요소 채산성이 낮은 국가는 우리나라 외에도 많다. 일본이나 유럽 등 여타 선진국들 또한 관련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형국이다. 그러나 일본이나 유럽은, 경쟁력 저하에도 불구하고 자급자족이 가능한 요소 공급 체계를 구축했다. 물류, 운송 등 사회 인프라 유지를 위한 필수 원자재인 요소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해 국가 차원에서 꾸준히 노력한 결과다. 우리나라 또한 요소수 대란 발생 직후부터 요소 국산화를 위한 장밋빛 청사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022년 11월, 요소수 대란이 일어난 지 꼬박 1년이 지난 시점까지 정부가 공언했던 요소 등 필수 품목 국산화 대책은 전혀 추진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요소수 대란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의 일환으로 구성된 정기회의 또한 단 두 차례만 열렸을 뿐, 실질적인 정책 마련은 일절 해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랴부랴 국산화를 시작한다 하더라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앞서도 언급했듯 우리나라의 요소 채산성은 중국 대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생산 체계 강화를 위해선 정부 차원의 재정적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의미지만, 재정 악화에 따라 R&D 예산 삭감까지 단행한 우리 정부가 요소 생산 체계 강화에 얼마나 투자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국의-전체핵심-품목-연간-수입액-상위-5개국-추이

대중 수입 의존도 높은 韓, “수입처 다변화 필요하다”

요소 등 품목을 당장 국산화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 만큼 전문가들은 우선 수입처를 다변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 중 대중국 중간재 수입 의존도가 가장 높은 국가는 우리나라였다.  2020년 기준 부품·소재의 대중 수입 의존도는 한국(29.3%), 일본(28.9%), 미국(12.9%) 순이었고, 중간재의 경우 2019년 기준으로 한국(27.3%), 일본(19.8%), 미국(8.1%) 순이었다. 2020년 기준 전체 품목의 전 세계 대중 수입 의존도가 14.3%임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의 대중국 의존도는 매우 높은 수준이다. 특히 의약품·의약원료품(항생 물질)에 대한 우리나라의 대중 수입 의존도는 52.7%로 미국과 일본에 비해 1.5~1.7배 수준으로 높았고, 핵심 금속·소재 수입 의존도는 52.4%로 1.2∼1.3배 높았다.

물론 대중 수입 의존도는 미국도 높은 수준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4년간 미국의 중국 수입 의존도 자체는 하향했지만 공급망 핵심 품목의 의존도는 오히려 심화했다. 한국무역협회는 ‘미국의 공급망 핵심 품목 리스트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전체 중국 수입 의존도는 2019년 18.1%에서 작년 1∼8월 16.9%로 하락했지만 공급망 핵심 품목 의존도는 같은 기간 19.5%에서 19.8%로 상승해 여전히 최대 수입국을 지키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보고서에 따르면 핵심 품목 2,409개 가운데 156개는 중국 수입 의존도가 70% 이상이었고, 46개는 중국에 100% 의존하고 있었다. 특히 텅스텐, 백금족 금속, 천연흑연 등 다양한 산업에 활용되는 핵심 광물의 대중 의존도가 높았고, 업종별로는 통신·네트워크, 컴퓨터 장비 등 ICT 분야의 중국 수입 의존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미국은 핵심 품목 리스트에 대한 대중국 의존도까지 낮춰 나가겠단 의지를 공개적으로 피력한 상태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상황이 근본적으로 다른 이유다. 미국은 앞서서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을 통해 ‘탈중국’ 정책을 전면에 내건 바 있다. 앞으로 미중갈등의 심화 여부와 관계없이 미국 등 선진국의 탈중국 현상은 더욱 가속할 전망이다. 미국의 급진적인 공급망 재편 정책 아래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피해 가기 어려울 것이란 의미다. 이에 전문가들은 “민관이 힘을 합쳐 공급망 관련 연구개발 강화 및 다자간 협의체 참여에 힘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방국가의 탈중국이 가속할 경우 중국 정부 특유의 ‘한국 길들이기’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정부 차원의 공급망 관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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