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물 켜는 韓 앞서가는 日, 자성 없는 저출산 정책의 ‘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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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합계출산율, 日 대비 '반토막'? "대책 마련 시급해"
한발 앞서간 日? "韓, 선심성 현금 살포부터 그만둬야"
"저출산 골든타임 지났다, 저출산 문제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眠る赤ちゃんを見守る両親
사진=Adobe Stock

야마다 마사히로 일본 주오대 문학부 교수가 한국 저출산 문제에 대한 견해를 제시했다. 야마다 교수는 가족사회학 전문가로 ‘패러사이트 싱글(기생충 독신)’, ‘결혼활동’ 등 용어를 제시해 일본 사회에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야마다 교수는 한국의 저출산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그만큼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는 의미다. 다만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선 골든타임은 이미 지났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한국이 지닌 저출산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 나가야 할 시점이다.

“韓 저출산, 가장 큰 원인은 ‘체면 의식'”

야마다 교수는 한국 저출산 문제의 가장 큰 원인으로 젊은 세대의 과도한 체면 의식을 꼽았다. 수입이 적어 자녀를 낳을 경우 가족이 중산층의 생활을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이 되면 출산을 아예 포기한다는 것이다. 야마다 교수는 “이 같은 현상이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특별한 현상은 아니다”라면서도 “한국에서 더 극심하게 나타나는 경향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 젊은이의 3분의 1이 자녀의 해외 유학을 원했다”며 “한국 부모들은 자녀에게 요구하는 학력 수준이 일본보다 평균적으로 높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로는 경제성장 속도를 꼽았다. 일본인 지난 30년간 다소 정체된 모습을 보인 반면 한국은 꾸준히 고도성장을 하면서 ‘뒤처지면 안 된다’는 인식이 상대적으로 더 커졌을 것이란 의견이다.

야마다 교수는 일본 저출산 문제의 뿌리에 대해 “일본에선 출산 포기를 넘어 결혼과 연애 자체를 포기하고 부모와 함께 사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80대 부모와 함께 사는 50대 미혼 자녀가 한 가구를 구성하는 모습이 점차 보편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제시한 개념인 이른바 ‘기생충 독신’이 바로 이를 일컫는 말이다. 야마다 교수는 “이들은 생활비용의 상당 부분을 부모에게 의존하고 아르바이트를 통해 번 소득으로 게임이나 아이돌 팬 활동, 유흥업소 방문을 통해 행복감을 찾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생충 독신자들이 더 많은 수입을 얻게 만들어 연애와 결혼을 할 수 있게 하는 게 정책의 핵심이 돼야 한다”며 “세금 등 인센티브를 주기보다는 정규직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저출산 문제의 대책으로 거론되는 이민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야마다 교수는 “일본은 정치권에서 이민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어려운 상황이지만 한국은 이 부분에서 더 나은 상황이 아닌가 한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저출산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당장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한일-합계출산율-추이

저출산 정책은 실패했지만, ‘자성’ 의식 높은 日

일본은 현재 세계적으로 저출산 정책에 실패한 국가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다. 그만큼 일본의 정책적 실패가 다른 나라에도 크게 다가왔단 의미다. 다만 ‘대실패’를 겪게 되면서 일본 내부적으로 자성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는 점은 괄목할 만하다. 원인 분석도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야마다 교수는 ‘일본의 저출산 대책은 왜 실패했는가? : 결혼·출산을 회피하는 진짜 원인’이라는 저서를 통해 “일본 저출산 정책의 실패 원인은 지나친 서구중심주의에 있다”고 강조했다. 자국민의 사회적 가치관과 문화적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유럽의 저출산 정책을 무차별적으로 수용하면서 정책의 효용성이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야마다 교수는 “체면문화와 리스크 회피성향이 강한 일본 사회의 특성상 자신이 ‘평균보다 못한 사람이 된다’는, 중류사회 이하로 떨어지는 데 대한 불안을 해결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을 구성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국의 상황은 다소 어렵다. 일본보다 출산율 감소세가 더 심각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일본만큼의 ‘자성’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일본의 출생아 수는 79만 명대로 역대 최소를 기록하는 등 마지노선에 도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마지노선을 넘었다는 일본의 합계출산율이 1.27명인 시점에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이다. 정책 수립에 있어서도 한국은 다소 후진적인 성향을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일 양국은 비슷한 시기에 저출산 대책을 발표했다. 양육 지원을 강조했단 점에선 공통점이 있었지만, 일본은 아동수당을 고등학생까지 지원하고 사회 인식 변화를 강조하는 등 한국엔 없는 정책을 술술 내놓으면서 한국과 양상 자체가 다름을 스스로 증명했다. 기시다 정부가 이름 붙인 ‘차원이 다른 대책’이라는 게 마냥 허상인 건 아니었던 셈이다.

일본은 ‘차원이 다른 저출산 대책’에서 남성 육아휴직 확대, 방문육아돌보미 사업 등 양육 부담을 덜기 위한 제도를 확대했다. 저출산 정책을 총괄하는 어린이가족청을 신설해 11개 부처에 흩어져있던 기능도 통합했고, 지난 5월엔 육아 시간을 늘리기 위한 정책을 추가로 내놨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 후생노동성은 3세 이하의 아이가 있는 직원은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성령(省令)을 개정하기로 했다. 6월에도 재원 조달 방안을 발표하는 등 대응책을 끊임없이 내놓는 모양새다.

공통분모로 들어 있는 아동수당 수급 문제에서도 일본은 한 발 앞서가는 모습을 보였다. 일본은 출산 시 지급하는 일시금을 42만 엔에서 지난달부터 50만 엔(약 485만원)으로 상향했다. 현재 1인당 월 1만 엔(3세 미만은 1만5,000엔)씩 중학교 졸업 때까지 주는 아동수당의 지급 기한을 고등학교 졸업 전까지 늘리겠다고도 밝혔다. 반면 한국은 내년부터 만 0세에 월 100만원, 1세엔 50만원의 부모급여를 지급하는 정도에 그쳤다. 월 10만원을 지급하는 아동수당이 따로 있긴 하나, 지급 기한이 만 8세에 머물러 있어 실질적인 의미가 있냐는 비판이 적지 않다.

“韓, 저출산 정책 패러다임 바꿔야”

물론 일본의 정책을 무조건 선진적이라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일본 내부적으로도 반발이 나오는 정책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일본 정부는 다자녀 가구의 대학 입학·등록금을 무상화하는 내용을 담은 저출산 대책을 강행하고 나섰지만, 일본 국민들 사이에선 지나친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해당 정책의 재원 마련을 위해 고령자의 의료보험 자부담률을 높이기로 하면서 사실상 저출산 문제를 고령층에 떠넘겼다는 비판도 나왔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번 대책을 시행하기 위한 재원 마련 대책으로 △의료·돌봄 요양 등 사회보험 세출 개혁 △고용 보험료 등 기존 예산 활용 △각종 지원금 제도 등을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일정 소득이 있는 고령자는 요양 보험 자기 부담률이 10%에서 20%로 인상된다. 저출산 대책이 오히려 고령자를 사지로 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아사히신문은 “노인의 경우 의료비 부담이 늘면 통원을 자제할 수밖에 없다”며 “육아 지원은 이해하지만 부족한 재원을 고령자의 부담으로 충당하는 정책은 이상하지 않은가”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처럼 일본의 정책이 무조건 선진적인 것도, 무조건 옳은 것도 아니다. 애당초 사회적 배경 및 문화적 가치관 자체가 다른 일본의 정책을 무작정 따라 한다 해서 해결될 문제인 것도 아니다. 다만 한 가지,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저출산 대책 마련에 한 발 앞서나가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일본은 이미 ‘단순한 돈 뿌리기’ 정책을 넘어 근본적인 시스템 재정비에 나서기 시작했다. 반면 일본보다 저출산 현상이 더욱 심각한 한국의 정책은 여전히 선심성 현금 살포 수준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여자가 아이를 더 많이 낳아야 한다’는 식의 단순한 인구 공학(demographic engineering) 정책이 큰 효과가 없음은 이미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청년 세대가 아이를 갖지 않는 근본적인 결정 요인을 이해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펼쳐 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야마다 교수는 한국의 저출산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언급했지만, 안타깝게도 골든타임은 이미 지났다. 정책적 패러다임을 바꿔 인구 감소 시대에 대한 적응과 장기적 관점에서의 저출산 해결을 도모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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