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특례 대출’부터 논란의 ‘혼인 증여 공제’까지, 내년 바뀌는 부동산 제도
부동산R114, 2024년 달라지는 부동산 제도 발표 공공-민간분양 우선 공급, 최저 1%대 금리·최대 5억 대출 ‘결혼·출산’ 3억원 증여세 공제는 부자 감세라는 비판도
정부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가계부채 축소와 주택 시장 정상화 사이에서 줄타기를 이어갈 전망이다. 올해 시행된 특례보금자리론 등의 부동산 정책이 일몰을 앞둔 가운데 내년 주목할 정책으로는 ‘신생아 특례 구입 및 전세자금 대출 도입’, ‘혼인 증여재산 공제 도입’ 등이 꼽힌다. 다만 혼인 증여재산 공제에 대해서는 비판이 적지 않다. 혼인을 앞둔 청년 중 경제력을 갖춘 부모를 두지 않은 경우라면 세제 지원의 실질적 효과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1월부터 출산 후 집 사면 1%대 대출 가능
13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년 달라지는 부동산 제도는 세금, 청약, 대출 등 분야에서 총 28개에 이른다. 가장 관심이 높은 것은 저출생 대책의 일환인 신생아 특별공급과 신생아 특례대출이다. 내년 5월부터 신설되는 신생아 특별공급은 공공분양주택에서 나올 예정이다. 입주자 모집 공고일 기준 2년 이내에 임신·출산을 한 가구가 대상이며 혼인 여부는 무관하다. 민간분양에서도 생애최초·신혼부부 특공 물량 중 20%를 출산 가구에 우선 공급한다.
내년 1월부터 실시되는 신생아 특례대출은 대출 신청일 기준 2년 내에 출산한 가구에 주택 구입과 전세 자금 융자를 지원한다. 주택 구입 자금 대출(주택가액 9억원 이하)은 연 1.6∼3.3% 금리로 최대 5억원까지, 전세 자금 대출(보증금 수도권 5억원, 지방 4억원 이하)은 연 1.1∼3.0% 금리로 최대 3억원까지 빌려준다. 또 출산 가구가 실거주 목적으로 주택을 구매할 때 취득세를 500만원 한도 내에서 100% 감면한다. 단, 취득 날짜가 출산일 1년 전부터 출산 후 5년 이내인 1가구 1주택자에 한한다.
청약 관련 제도도 대폭 바뀐다. 먼저 내년 상반기 중으로 신혼부부의 주택 청약 횟수가 기존 부부 합산 1회에서 각각 1회(총 2회)로 확대된다. 같은 날 당첨자가 발표되는 아파트 청약에도 부부가 각자의 청약통장으로 신청할 수 있게 되며, 주택청약저축 납입액의 소득공제 한도도 연 240만원에서 300만원까지 늘어난다. 단, 관련법 개정이 필요해 법 통과 이후 내년 초 납입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재건축 관련 규제도 완화된다. 최근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내년 3월부터는 재건축 조합원들의 초과이익이 8,000만원을 넘어야 부담금이 부과되며, 부과 구간단위 역시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완화된다. 기존에는 3,000만원만 넘어도 부담금 대상이었다. 이어 연 최대 3.3% 우대금리를 주는 ‘청년우대형 주택청약종합저축’의 비과세 적용 기한도 2년 연장된다. 총 급여액 3,600만원 이하 혹은 종합소득금액 2,600만원 이하 무주택 가구주인 청년은 500만원 한도로 주택청약종합저축 이자 소득 비과세를 받을 수 있다.
전세사기와 임대차 분쟁 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공인중개사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도 시행된다. 내년 초부터 전월세 계약을 신고할 때 계약을 중개한 공인중개사의 인적 정보를 함께 기재해 신고하도록 의무화될 예정이다. 신고해야 할 인적 정보는 부동산 중개 사무소 소재지와 명칭, 등록번호, 전화번호, 대표자명, 소속 공인중개사 등이다. 아울러 내년부터 사업계획 승인을 신청하는 민간 공동주택(30채 이상)에는 제로에너지 건축이 의무화된다. 제로에너지 인증제는 5대 에너지(냉방, 난방, 급탕, 조명, 환기) 등을 정량 평가해 건물 에너지 성능을 인증하는 제도다.
신혼부부 3억원, 미혼 출산 가구 1.5억 ‘증여세 공제’도
혼인 증여재산 공제도 도입된다. 신혼부부가 양가에서 결혼자금을 증여세 부담 없이 3억원까지 받을 수 있게 되며, 내년 1월 1일 증여분부터 적용된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지난 7월 27일 혼인신고 전후 각 2년 총 4년간 직계존속으로부터 증여받은 경우 기본공제 5,000만원(10년간)에 더해 1억원을 추가 공제하는 ‘2023년 세법개정안’을 확정한 바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결혼 시 혼인 신고일 전후 각 2년 이내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 1억원에 대해 추가로 증여세를 면제해 준다. 현행법은 부모나 조부모가 자녀에게 재산을 증여할 경우 10년에 걸쳐 최대 5,000만원까지 과세하지 않는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결혼한 자녀 1인당 1억5,000만원씩, 양가 총 3억원까지 증여세를 면제받을 수 있다. 미혼 가구에도 공제한도 상향은 동일하게 적용되며 최대 1억5천만원까지 증여세 없이 지원받을 수 있다. 이때 증여 재산의 사용처는 특별히 제한하지 않기로 했다.
또 비혼 출산인 경우도 자녀 출생일로부터 2년 이내 직계존속으로부터 증여받을 경우 최대 1억5,000만원까지 증여세를 물지 않게 된다. 기획재정위원위원회 여당 간사이자 조세소위원장인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은 “혼인 기존 5,000만원은 이미 공제되는데 신규로 1억원이 됐다”며 “출산 관련된 사항을 민주당에서 주장했고 이 부분도 받아들여 1억원 추가 공제하게끔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부부가 전세를 얻을 때 2억8,000만원 정도 되기 때문에 3억원 정도면 주택 마련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혼인 증여 재산 공제, 부의 대물림 조장하는 꼴
하지만 일각에서는 혼인 증여재산 공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세금 부담을 낮춰 혼인을 장려한다는 취지인데, 혼인율 제고 효과가 불분명한 데다 되려 자산 격차만 대물림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혜택을 볼 계층은 극히 적을 것으로 보인다. 혼인을 앞둔 청년 중 경제력을 갖춘 부모를 두지 않은 경우라면 세제지원의 실질적 효과는 없기 때문이다. 청년들 사이에서도 부모의 경제 능력에 따라 혜택 여부가 달라지는 만큼, 형평성 논란도 피해 갈 수 없다.
앞서 국회 예산정책처 또한 보고서를 통해 혼인 공제 신설은 최근 부의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부의 무상 이전으로 그 차이를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꼬집은 바 있다. 이미 상속증여세법 시행령에 따라 결혼 축의금과 혼수용품비 등 통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비용은 비과세되고 있는 만큼, 이번 개정안으로 세금 감면 혜택을 볼 대상은 신혼집 마련을 지원해 줄 수 있는 계층에 한정될 것이란 지적이다.
결혼자금 증여공제의 혜택이 가구 자산 상위 13%에게만 집중된다는 분석도 나왔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가계금융복지조사 마이크로데이터(MDIS)를 기반으로 분석한 바에 따르면, 혼인에 따른 증여재산 공제 제도 신설이 통과된다면 해당 제도의 혜택은 최상위 계층에게 집중된다. 장 의원은 “우선 현행 증여세 제도로도 평균적인 가구는 증여세를 내기 쉽지 않다”며 “주택과 차량의 구입자금이 아닌 혼수 및 결혼식 비용은 애초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는데, 이 비용이 평균적으로 5,073만원에 달한다”고 역설했다. 즉 현재의 증여재산 공제한도 5,000만원과 합산하면 결혼자녀 1인당 1억원 이상 증여할 수 있는 가구여야만 겨우 증여세를 낼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장 의원은 또 “가구주가 5060세대인 가구 중 증여할 수 있는 저축성 금융자산을 2억원 이상 보유한 가구는 상위 13.2%였다. 다시 말해 하위 86.8%는 애초에 자녀의 결혼으로 증여세를 낼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공제 확대 혜택에서 제외된다는 의미”라며 “상위 13.2%는 전체 저축성 금융자산의 56.1%를 점유한다. 3억원 이상 보유한 가구(상위 7.4%)정도가 돼야 금융자산을 모두 소진해 자녀 둘의 결혼 시 1억5,000만원씩 증여할 때 각 500만원씩의 증여세 감면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소득 상위 10% 가구가 비과세인 혼수 비용을 빼고 결혼하는 자녀에게 증여한 재산은 평균 7,950만원으로, 전체 가구 평균인 약 2,100만원의 4배 수준이다. 여기에 증여세 비과세 범위를 1억원 더 확대하면, 그만큼 세금 없는 부의 세습을 정부가 용인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