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2년 유예 가시화, “전면 재검토 필요” 목소리 힘 얻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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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해 감소 효과보다 폐업 등 부작용 우려 커”
안전대진단 등 산업안전 4대 분야 10대 과제 제시
‘위헌적 요소 가득한 과잉 입법’ 지적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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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이 내년 1월 27일 시행을 앞둔 50인 미만 중소기업에 대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 적용을 2년 유예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들 기업에 중대재해법을 적용하면 폐업과 일자리 축소 등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당정은 2년의 유예 기간 동안 산업안전대진단을 비롯해 관련 교육, 컨설팅 등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야권에서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열악한 인력·예산, 정부 지원 확대 선행돼야”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27일 오전 국회에서 진행된 ‘중대재해 취약분야 지원 대책 당정협의회’ 종료 후 기자간담회에서 “다음 달 27일부터 50인 미만 중소기업에 중대재해법이 확대 적용되면, 지금보다 대상 사업장이 83만7,000여 개가 늘어난다”며 “이들 소규모 사업장은 열악한 인력과 예산 등으로 준비가 부족한 점을 들어 적용 유예와 정부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점을 꾸준히 요청해 왔다”고 말했다.

유 정책위의장은 중대재해법 적용 유예 이후 2년에 걸친 정부의 컨설팅, 교육, 기술지도 등을 통해 50인 미만 사업장의 재해 발생 건수와 사망자 수가 큰 폭으로 줄었다는 점을 들며 “당장 유예가 끝나면 재해 감소의 효과보다 폐업 같은 부작용이 클 수 있다”고 강조했다. 2년 동안 적용 유예를 연장하되, 80만 개 이상 대상 기업의 준비를 충분히 지원하는 게 법의 취지인 중대재해 감소는 물론 경제 활성화에도 더 큰 기여를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당정은 이와 함께 산업안전을 위한 4대 분야 10대 과제를 제시했다. △산업안전대진단 실시 및 기업별 맞춤형 지원 대책 마련 △안전·보건·관리 역량 확충을 위한 컨설팅 교육 및 기술지도 지원 △작업환경 개선 및 안전 사업장 구축(9,300억원 투입) △민간 주도 산업안전 생태계 조성 지원 등을 통해 산업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중대재해를 획기적으로 줄여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유 정책위의장은 “관계 부처와 공공기관 및 협력 단체, 협회 등으로 구성된 민간합동추진단이 50인 미만 사업장들이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충분히 구축했는지 진단하는 ‘산업안전대진단’을 실시할 예정”이라며 “진단 결과 중대재해 위험도가 높은 사업장은 중점 관리 대상으로 선정해 맞춤형 컨설팅과 시설개선, 전문 인력 배치 등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계도 중대재해법 적용 유예 연장의 필요성에 목소리를 높였다. 정윤모 중기중앙회 상근부회장은 같은 날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83만 곳이 넘는 50인 미만 사업장 대다수가 만성적 인력난과 재정난 등으로 중대재해법 시행에 준비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법 적용을 2년만 늦춰주면 추가 유예를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 부회장은 많은 사업주가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의도치 않은 사고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극심한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전하며 “앞으로 2년이 중대재해 감축을 위한 골든타임이라는 심정으로 정부, 근로자들과 함께 안전한 일터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동계도 ‘사업주를 처벌해야만 중대재해를 막을 수 있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노사 협력을 통한 산업안전을 함께 이뤄나가길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처벌보다 안전 강화에 방점 둔 개선 시급

야권에서는 즉각 반발의 목소리가 나왔다.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법 적용을 2년 추가 유예를 추진한다는 당정의 발표 직후 김준우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차별의 대상으로 삼는 중대재해법 유예 시도에 단호하게 반대한다”며 올해 선고된 중대재해 사건 중 실형이 선고된 사례가 불과 1건에 그치는 만큼 적용 유예가 아닌 강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대재해법의 도입이 과잉 입법이었던 만큼 전면 재검토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법의 구성 요건이 명확하지 않고 모호해 위헌적 요소가 많은 데 반해, 입법 당시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일방적 강행으로 충분한 준비가 되지 않은 채 시행에 들어갔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중대재해법은 형법의 틀을 갖춘 동시에 행정 법규의 성질을 강하게 띠고 있는데, 정작 행정 법규의 필수 구성 요건인 행정 기능적 조항은 다루지 않고 있다.

산업안전 관리체계의 구축 및 이행 점검과 관련한 시정 명령, 중대재해법의 교육 실시, 영업 정지 등 행정적 기능을 담당하는 주체조차 정의하지 않은 채 광범위한 적용 대상과 처벌 내용만 나열하고 있는 셈이다.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예기치 않은 사고의 책임자를 찾아내 처벌하는 것이 아닌, 사고 예방과 안전 강화를 모색한다는 법의 취지에 많은 이가 공감하고 있는 만큼 철저한 사후 검토와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 또한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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