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관세에 10% 추가하는 ‘보편적 관세’, 트럼프 재선 성공 시 세계 무역 질서 혼란 예상
미국과 FTA 체결한 국가에도 적용할지 여부는 아직 미정 트럼프 측 "대통령은 일방적 관세 부과 권한 있어” 적용 시 한국·일본 등 동맹국 보복 조치 불가피할 전망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 시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보편적 관세 10%’가 기존 관세율에 그만큼을 추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보편 관세가 적용될 경우 미국으로 수입되는 대부분의 외국 생산품에 관세 10%가 추가될 전망이다. 아직 해당 관세 부과 대상에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를 포함될지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으나, 만일 포함될 경우 미국을 주요 수출시장으로 둔 우리나라와 일본 등 동맹국들의 보복 조치에 따른 세계 무역 질서 혼란이 예상된다.
‘보편적 관세’에 대한 입장 밝힌 트럼프 전 행정부의 무역대표부 담당자
26일(현지 시간)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밝힌 ‘보편적 관세 10%’는 기존 관세에 이를 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령 현재 5%의 관세가 붙는 수입산 제품에 보편적 기본 관세 정책이 시행되면 관세율이 15%로 올라간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8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외국산 제품에 대해 10%의 ‘보편적 기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다만 기존 관세에 10%p의 세율을 추가하는 것인지, 모든 외국산 제품의 최종적인 세율이 10%가 되는 것인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인 2017년 5월부터 2021년 초까지 USTR 대표를 맡아 관세 정책을 총괄했던 인물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면 재차 중책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보편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과 관련해 “관세법과 국제긴급경제권한법에 따라 미국의 무역적자 규모 등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대통령이 단독으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명백한 권한이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이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향후 정치 상황에 따라 후임자가 쉽게 철회할 수 없도록 의회에 새로운 법을 제정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며 “내가 아는 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직 어떤 방식으로 할지 결정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미국과 FTA 체결한 나라에도 적용될까?
트럼프 전 대통령 측근이 NYT에 밝힌 내용에 따르면 새로운 보편적 기본 관세가 미국과 FTA를 체결한 24개국에 대해 적용할지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만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해 FTA 체결국도 보편적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할 경우 미국을 두 번째 수출시장으로 둔 우리나라도 타격을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수입산에 매기는 관세를 높이면 그만큼 미국산 제품 수요가 늘어 미국 내 제조업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특히 중국에 대한 최혜국 대우를 박탈하고, 전자 제품, 철강, 의약품 등의 필수품을 중국에서 수입하는 것을 중단하는 4개년 계획을 공약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런 무역 공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과도한 무역 정책에 따른 추가 비용을 미국 소비자 및 생산자가 부담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 동맹국으로부터 소외될 위험 요인도 있다는 지적이다. 조지 W 부시 정부에서 국제경제 분야 보좌관을 지낸 대니얼 프라이스는 NYT와 인터뷰에서 “지난번 트럼프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동맹국에 관세를 과도하게 부과했을 때 한국, 일본 등과 같은 핵심 동맹은 ‘그가 곧 정신 차릴 것’이라고 보고 보복을 자제했다”면서 “그러나 이번에는 그런 환상에 빠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내부적 타격을 우려하는 지적도 제기된다. 미국의 일부 기업들이 수입 재료의 비용 상승에 노출될 수 있는 만큼 물가 상승 압박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 각국 정부의 조세정책을 연구하는 택스파운데이션은 “보편적 관세가 도입된다면 미국 소비자와 기업의 세금 부담이 3,000억 달러(약 390조원)가량 늘어날 전망”이라며 “여기에 관련 일자리마저 50만 개 가까이 줄면서 미국 경제 성장률이 0.5%로 위축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