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3구 ‘로또 청약’에 시장 관심 최고조, 충분한 물량 확보는 과제로
연내 서울 분양 물량 4만7,559가구
‘최소 수억원’ 시세차익 기대에 수요 심리↑
후분양 검토 단지 늘며 물량 확보에 제동
지난해 공급을 미뤘던 단지들이 올해 대거 분양에 나서면서 이른바 ‘로또 청약’이라 불리는 강남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강남·서초·송파구에 위치한 이들 단지는 지하철과 학교 등 입지 여건이 뛰어나다는 점 외에도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최소 수억원의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청약을 비롯한 부동산 시장의 활기가 예상되는 가운데, 그간 금융 시장 전반을 위협하는 주범으로 지목되던 부동산발(發)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이슈도 말끔히 해결될 것이라는 낙관론이 힘을 얻는 모양새다.
서울 아파트 분양 40%는 강남·서초·송파구에 집중
2일 부동산 데이터 분석 기관 부동산R114를 비롯한 건설 및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는 4만7,559가구가 분양을 앞두고 있다. 이는 지난해(2만2,332가구)와 비교해 두 배 이상 많아진 수치며, 2017년(4만1,528가구) 이후 최대 분양 물량이다.
이 가운데 약 40%는 강남 3구로 불리는 강남·서초·송파구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강남·서초·송파구에서는 16개 단지에서 1만8,792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자치구별 분양 물량은 서초구가 8개 단지에서 1만588가구를 공급해 가장 많고, 이어 송파구(3개 단지·5,848가구)와 강남구(5개 단지·2,356가구)와 송파구(3개 단지·5,848가구) 순을 보였다.
가장 빨리 분양에 나서는 단지는 서초구 잠원동의 신반포메이플자이(신반포4지구 재건축·3,307가구)로 이달 분양을 시작한다. 해당 아파트의 분양가는 3.3㎡당 6,705만원으로 역대 아파트 분양가 기준 최고가다. 하지만 이는 인근 단지 시세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가까워 높은 청약 경쟁률이 예상된다. 실제로 신반포메이플자이의 전용면적 59㎡ 기준 환산 분양가는 16억원 후반대로, 인근에 위치한 신축 아파트 래미안원베일리(전용 59㎡)의 최근 실거래가(29억원)과 12억원 이상의 차이를 보인다.
이 외에도 서초구 방배동의 래미안원펜타스(신반포15차 재건축·641가구), 래미안원페를라(방배6구역 재개발·1,097가구), 강남구 도곡동의 래미안레벤투스(도곡 삼호 재건축·308가구), 대치동 디에이치대치에델루이(282가구), 청담동 영동한양빌라 가로주택정비사업(44가구) 등이 상반기 분양을 앞두고 있다. 상반기 공급되는 단지들의 경우 지난해 청약을 추진하다가 공사비 및 분양가 재조정을 이유로 정비사업이 지연돼 분양이 미뤄진 경우가 주를 이룬다.
하반기에는 방배동 아크로리츠카운티(방배삼익 재건축·766가구) 분양을 시작으로 디에이치방배(방배5구역 재건축·3,065가구), 청담동 청담르엘(청담 삼익 재건축·1,261가구), 송파구 신천동 잠실르엘(미성크로바 재건축·1,865가구), 가락동 송파가락프라자 (재건축·1,305 가구) 등 대규모 재건축 단지들이 분양을 앞두고 있다.
하반기 청약을 준비 중인 강남 3구 아파트들은 재건축 또는 재개발이 대부분인 탓에 일반 분양 물량이 상대적으로 적고, 일부 단지는 저층이나 소형 평수 위주의 공급이 예상된다. 하지만 막대한 시세차익이 기대되는 만큼 시장의 관심은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올해 나오는 강남 3구 분양단지는 로또 청약이라 불리는 만큼 경쟁률도 100대 1을 가뿐히 넘길 것”이라며 “다만 전체 소형 면적도 최소 15억원을 넘는 등 최종 분양가 측면에서는 수분양자들의 부담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재건축 수익성 확보에 발목 잡힌 시장 활성화
서울 중심 입지에서 신축 물량이 대거 풀릴 것으로 예고된 가운데 부동산 업계에서는 한동안 얼어붙었던 청약 시장에 훈풍이 돌며 시장이 활기를 띨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공급된 송파구 힐스테이트e편한세상문정이 152.56:1의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며 시장 회복의 가능성을 보여준 바 있지만, 공급 물량이 턱없이 부족해 본격적인 시장 활성화로는 이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14개 동·1,265가구 규모로 신축된 해당 단지의 일반분양 물량은 299가구에 불과했으며, 1순위 청약에는 184가구가 풀렸다.
로또 청약에 대한 시장의 수요 심리를 확인한 만큼 충분한 공급 물량이 받쳐주는 올해는 훨씬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나아가 시장에 유동성이 확보되며 건설사들의 부실 위험이 줄어 경제 전반을 위협하는 요소로 지적되던 부동산 PF 이슈도 말끔히 해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일부 재건축 단지가 수익성을 이유로 ‘후분양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재건축의 경우 인건비와 원자잿값 등 공사에 투입되는 비용에 비해 일반 분양 물량이 적고, 그마저도 분양가상한제의 적용을 받아 사업의 수익성이 턱없이 낮게 예상되기 때문이다. 후분양은 공정률 80% 이상인 상태에서 분양하는 것으로, 공사 진행 중 상승한 택지비와 원자재 가격 등을 분양가에 반영할 수 있어 일반적으로 선분양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분양가가 책정된다.
이 때문에 공사비를 감당할 여력이 있는 조합에서는 적극적으로 후분양을 검토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한 분양 업계 관계자는 “강남은 분양가상한제 적용에도 특수 지역이라는 점을 감안해 갈수록 분양가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입주 시기가 정해져 있어 분양을 미룰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수익성을 위해 분양 일정을 최대한 미루는 단지는 갈수록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