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보다 16배 이상 늘어난 ‘1월 전국 분양 아파트’, 수도권 물량 절반 이상은 ‘정비사업’ 통해 공급
이달 수도권 분양 절반, 도심 정비사업에서 나와 수도권 1.1만여 가구 중 6,000여 가구가 재건축·재개발 통해 공급 분양시장 흥행에 따라 전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 엇갈릴 듯
1월 전국에서 분양 예정인 아파트 가구 수가 1년 전에 비해 16배 이상 늘었다. 특히 수도권에만 1만4천여 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며, 이 중 6천여 가구는 그간 분양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던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통해 공급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증가한 정비사업 분양 물량이 최근 침체 조짐을 보이는 부동산 시장의 회복을 주도할 것이란 주장이 나오는 한편, 공사비 급등 등으로 인한 고분양가 논란으로 시장 반등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올해 전국 분양 아파트 총 2.7만여 가구 공급 예정
2일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 등에 따르면 이달 전국 분양 아파트는 총 2만7,7761가구로 전년(1,708가구) 대비 16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일반물량도 같은 기간 1,490가구에서 2만2,237가구로 15배 이상 늘었다. 특히 서울의 분양 물량은 535가구에 그친 반면, 경기도와 인천 등 수도권 지역의 분양 물량은 1만4,729세대(임대 포함, 1순위 청약 기준)로 집계됐다. 이 중 일반 분양 물량은 1만303세대며, 전체 43%에 해당하는 6,405세대는 재건축 등 정비사업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서울에선 GS건설이 신반포4지구 재건축 시공을 맡은 서초구 ‘신반포 메이플자이(전용면적 43~165㎡ )’가 대장주로 꼽힌다. 총 3,307가구 가운데 162가구가 일반분양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이 밖에도 경기 의정부시 ‘e편한세상 신곡 시그니처뷰’(815세대)나 ‘광명자이힐스테이트SKVIEW’(2,878세대) 등의 신축 아파트가 정비사업을 통해 공급된다.
수도권에선 제일건설과 GS건설이 함께 시공하는 인천 연수구의 ‘송도자이풍경채 그라노블’의 일반분양이 가장 많다. 총 2,728가구 모두 일반분양으로 공급된다. 또 GS건설과 현대건설, SK에코플랜트가 경기 광명에 짓는 ‘광명자이힐스테이트SK뷰’ 639가구, 대우건설이 경기도 부천 송내동 일원에 짓는 ‘송내역 푸르지오 센트비엔’ 1·2단지 각각 504가구와 541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정비사업 아파트의 인기 원인
그간 분양시장에선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아파트가 스테디셀러로 꼽혀왔다. 지난해 역시 정비사업 단지들이 분양시장을 주도한 바 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2023년 전국 청약 경쟁률 상위 20개 단지 중 12개 단지가 정비사업 아파트였다. 대표적으로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롯데캐슬 하이루체’(242.3대 1, 3위), 영등포구 ‘영등포자이 디그니티’(198.76대 1, 4위)가 있다.
정비사업 단지들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대다수 정비사업 대상지가 선별된 입지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정비사업은 개발 연식이 오래된 건물과 지역을 재정비하는 만큼 일반적으로 원도심 입지에서 사업이 진행된다. 특히 개선된 주거 여건과 높은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일반분양 수요층이 두터운 것이 특징이다.
정부가 재건축 규제를 완화한 점도 정비사업 단지에 지속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월 ‘재건축 안전진단 합리화 방안’을 발표하며 안전진단 평가항목 중 구조안전성 점수 비중을 50%에서 30%로 낮췄다. 또 주거환경과 설비노후도 점수 비중을 각각 현행 15%와 25%에서 모두 30%로 상향하면서 재건축 기대감을 키웠다.
이에 따라 건설 업계는 올해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정비사업 분양 실적이 향후 수도권 분양 행보를 결정지을 것으로 보고 있다. W 건설 관계자는 “지난해 분양시장을 주도한 정비사업 단지들의 강세는 올해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가 안전진단 기준 완화 등 지속적으로 재건축과 같은 정비 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만큼 미리 선점하는 전략을 고민해 볼 만한 시기”라고 전했다.
침체 조짐 보이는 부동산 시장, 시장 반등 나올까
다만 일각에선 수익성이 기대되는 정비사업 분양 물량의 증가가 침체 조짐을 보이는 부동산 시장 반등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당초 계획된 물량이기에 현 상황에서 주택시장에 큰 영향을 주기보다는 미래를 대비해 주택 공급의 바닥을 다지는 기초 단계에 불과할 것이란 지적이다. 국내 부동산 관련 투자자문 대표는 “재건축·재개발 아파트 분양 물량이 늘었지만 여전히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기에 설령 계획된 물량이 전부 분양된다고 하더라도 전체 부동산 시장의 반등을 기대하긴 어렵다”며 “특히 정비사업 물량은 주택 가격이 상승 국면에 있을 때 전체 시장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지만, 지금처럼 하향 국면에 있을 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고 분석했다.
반면 정비사업 물량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꾸준했던 만큼 분양가격이 중대 변수로 작용할 거란 분석도 제기됐다. 국내 민간 부동산연구소 소장은 “정비사업을 통해 공급되는 아파트의 분양가격은 조합원들의 수익성 확보를 위해 대부분 높게 책정돼 왔다”며 “여기에 지속 급등해 온 공사비 부담까지 더해질 경우 고분양가 논란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에 예상보다 분양 성공률이 저조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