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보다 죽음 택하는 청년들” 10대~20대 자해·자살 시도 급증
최근 5년 새 20대 청년 자해·자살 시도 50% 가까이 증가 자해·자살 시도가 실제 ‘자살’로 이어질 가능성 높아 체계적 관리 필요 복지부, 2013년부터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사업 시행 중
2022년에도 자해·자살 시도로 응급실에 방문한 이들이 4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 가운데 10대~20대가 절반가량 차지하면서 청년 자살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조명받고 있다. 취업난, 생활고 등 여러 문제가 겹치면서 청년층의 정신건강이 위태롭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가 생명안전망 역할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해 4만 건 넘어서는 자해·자살 시도자 수
3일 국립중앙의료원과 중앙응급의료센터가 발간한 ‘2021-2022 응급실 자해·자살 시도자 내원 현황’에 따르면 2022년 전국 응급실 이용자 769만4,472건 가운데 자해·자살 시도자는 4만3,268건으로 0.56%를 차지했다. 2019년 4만2,968건을 기록한 뒤로 4만 건을 넘어선 상황이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성별로는 남성 1만5,675건, 여성 2만7,593건으로 여성이 더 많았다. 연령별로는 20대가 1만2,432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10대(7,540건)와 30대(6,071건)가 뒤를 이었다. 전체 시도자 중 10∼20대 비중이 46%를 차지했다. 또한 자해·자살 시도자의 상태를 보면 모든 연령대에서 중독(음독 등)이 가장 많았다.
특히 10대~20대 자해·자살 시도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자해·자살을 시도한 10대는 2018년 인구 10만 명당 95.0건에서 2022년 160.5건으로 5년간 68.9% 늘었다. 같은 기간 20대도 127.6건에서 190.8건으로 49.5% 늘었다. 이에 대해 이해국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유행을 거치며 외부와의 관계는 단절된 반면, SNS와 같은 디지털 미디어에 접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상대적 빈곤, 자존감 하락으로 인한 우울감 증가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자살시도자의 자살위험, 일반인 대비 ‘25배’ 가까이 높아
청년들의 자해·자살 시도 증가세는 자살률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은 만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8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2년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자살시도자의 자살위험이 일반인 대비 약 25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자살 재시도 예방을 위한 정책 지원에 힘써왔다. 먼저 정부는 청년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인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2020년 청년기본법을 제정했다. 과거에는 청년 연구를 전담하는 국책연구기관이 없어 정책의 초점이 노인과 청소년에게 쏠려 청년들이 상대적으로 조명받지 못했다. 그러나 청년기본법이 제정된 이후 국가 지원 범위가 규정되면서 직접적으로 빈곤 청년에 대한 지원을 보완하고 수혜자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2013년부터 시행한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사업도 청년층을 비롯한 자살시도자의 자살위험을 막는 대표적인 정책이다. 해당 사업은 병원 응급실에 정신건강전문요원 등 사례관리 전담인력을 배치해 내원 자살시도자에게 적절한 치료와 상담을 제공함으로써 자살 재시도 예방을 목적으로 한다. 2013년 이후 10년 동안 사업 수행병원이 3배 이상 증가(2013년 25개소→2022년 80개소)했으며, 지역별 자살시도자 분포와 의료기관 접근성을 고려해 수행병원을 확대함에 따라 현재 센터급 이상 응급의료기관의 48%가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개인별 맞춤 자살시도자 사례관리(case management)는 전반적으로 효과를 보였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사례관리 서비스를 완료한 1만1,321명을 대상으로 서비스 효과를 분석한 결과, 전반적 자살위험도가 높은 사람의 비율이 약 60% 감소(15.6%→6.5%)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우울감(18.8%p↓), 불안/초조(10.0%p↓), 자살사고(11.4%p↓), 충동성(12.0%p↓) 등의 자살위험요인이 감소한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복지부 곽숙영 정신건강정책관은 “자살시도자 사례관리 등 응급실에서의 적극적인 초기 개입과 서비스 제공이 자살위험 감소에 효과적임을 확인했다”며 “2013년 이후 10년간의 사업 성과를 토대로 응급실에서 적절한 치료와 상담을 바탕으로 생명안전망 역할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