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에 물든 중국 공직사회, 끝나지 않는 ‘부패와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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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군 현대화' 주역이었던 로켓군, 부정부패에 잠식당했다
로켓군·방산기업 수뇌부 대규모 숙청, 前 국방부장도 명단에
끝나지 않는 반부패 운동, '횡령'에 좀먹히는 중국 공직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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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인민해방군 산하 핵미사일 부대를 관할하는 로켓군(軍) 내에서 각종 부정부패 정황이 포착됐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미 정보기관 분석을 인용, “로켓군 전력에 잡음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반부패 운동’이 10년 이상 이어지고 있음에도 불구, 사회 전반에 만연한 비리 문제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양상이다.

“미사일에 물 채웠다” 軍 현대화 실패 조짐

미국 측은 중국 인민군, 특히 2016년 창설한 로켓군의 내부 부패 정도가 매우 심각하다고 진단한다. 군대의 전투 수행 능력에 대한 신뢰 자체가 훼손된 상태라는 평가다. 실제 중국 로켓군에서는 연료 대신에 물을 채운 미사일, 규격이 맞지 않는 뚜껑으로 인해 쓰이지 못한 다량의 미사일 등이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보기관은 이 같은 부정부패가 시진핑 주석의 ‘대규모 숙청’을 야기했다고 본다.

지난 5일 블룸버그는 6개월 새 15명의 로켓군과 방산 국유기업 수뇌부가 숙청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불룸버그에 따르면 리상푸(李尙福) 전 국방부장을 비롯한 고위 인사들이 숙청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나, 중국 당국은 아직 해임 사실 외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고위 공직자가 대거 숙청되며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돌자, 일각에서는 시진핑 주석이 꿈꾸던 ‘군 현대화 시도’가 부정부패로 인해 좌초될 수 있다는 분석마저 제기된다.

실제 시진핑 주석은 ‘2027년까지 군 현대화’를 목표로 내걸고 로켓군 등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해 왔다. 창설 초기 로켓군은 △핵미사일 운용 △전략핵잠수함 △전략폭격기 부대 △우주방어부대 등을 통합한 형태로, 중국군의 강력한 미래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로켓군 안팎을 좀먹은 부정부패로 전력 기반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결국 시진핑 주석의 군 현대화 계획은 힘없이 무너질 위기에 놓였다.

10년 이상 지속되는 ‘비리와의 전쟁’

공직사회의 부패는 비단 인민군 내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2012년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시작된 반부패 운동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지만, 중국 곳곳에서는 여전히 비리 문제가 시한폭탄처럼 도사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반부패 사정 작업을 총괄 지휘하는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가 “우리는 아직 부패의 진상을 파헤치지 못했는데, 새로운 종류와 색깔의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부패 문제의 심각성을 시인하기도 했다.

부정부패의 ‘스케일’ 역시 점차 커지고 있다. 2022년 네이멍구(내몽고)자치구 소속 공무원 리젠핑이 6,000억원 이상의 거액을 횡령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중국 당국이 ‘부패와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최대 횡령 규모다. 그는 2009년부터 2014년까지는 민간기업의 회장 지위 및 당 실무위 서기 직책을 악용해 기업들을 부당 지원하고, 2016~2018년까지는 네이멍구 후허하오터 경제기술개발구 당 실무위 비서직을 이용하며 국가 자금을 횡령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지 법원은 리젠핑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반부패 운동이 시작된 이후 중국은 ‘자기 혁명’을 통한 부패 근절을 강조하고 있다. 자기 혁명은 계급 투쟁이 끝난 사회주의 국가에서 투쟁의 주인공이 ‘혁명의 대상’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공산당과 정부가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갈고닦아야 한다는 개념이다. 국민 신뢰를 지키기 위한 무의미한 ‘반부패 운동’이 이어지는 가운데, 시진핑 국가주석은 국방 분야까지 침투한 비리의 굴레를 끊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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