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칭더 민진당 후보 대만 총통 당선, 계속되는 반중 노선에 한국도 ‘예의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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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총통 출신 총통 탄생, 정책 일관성 예상
中 “하나의 중국”, 대만해협 긴장감 고조
한국 반도체 산업으로 확대된 위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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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칭더 대만 총통 당선인이 1월 13일 당선 소식을 전하며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사진=라이칭더 X(옛 트위터)

친미(親美)·반중(反中) 성향을 짙게 드러내 온 라이칭더 대만 민주진보당(민진당) 주석이 총통에 당선되면서 국제 정세에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대만을 무력 침공할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가운데, 중국이 힘에 의한 일방적 현상 변경을 시도할 경우 한국 경제·산업에도 막대한 타격이 예상된다.

‘차이잉원 노선’ 민진당, 3연속 정권 유지

13일 치러진 대만 총통 선거에서 라이칭더는 40.05%의 득표율로 국민당 허우유이(득표율 33.49%)를 누르고 차기 총통에 당선됐다. 이로써 4년에 한 번 치러지는 총통 선거에서 대만 국민들은 지난 2016년과 2020년에 이어서 또 한 번 민진당의 손을 들어 줬다. 민진당은 “중국과 대만은 서로 예속되지 않는다”는 기조의 ‘차이잉원 노선’을 고수하는 대표적 반중 정당이다.

대만은 2000년 이후 8년 주기로 민진당과 국민당이 번갈아 정권을 잡아 왔지만, 이번 라이칭더의 당선으로 민진당의 장기 집권이 예고됐다. 라이칭더 당선인은 부총통 출신의 총통으로 정책의 연속성이 보장된다는 평가를 듣는다. 중국 입장에서는 민진당이 집권한 2012년 이후 약화한 대(對)대만 영향력을 되찾을 기회가 약해진 셈이다.

라이칭더 당선인은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대만은 앞으로도 국제 민주주의 동맹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며 서방과 끈끈한 결속을 다짐했다. 대만 내부에서 선거를 기점으로 중국의 압박이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진 데 따른 것으로,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해 중국의 압박에 전면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라이칭더 당선인의 앞길도 순탄치만은 않은 상황이다. 라이칭더는 1996년 이후 당선된 대만 총통 중 천수이볜을 제외하면 유일하게 득표율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며 ‘약세 총통’의 불명예를 안았다. 여기에 맞서야 할 상대인 중국은 “하나의 중국”을 외치며 흩어진 대대만 영향력을 한데 모으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오는 3월 열리는 양회를 계기로 각종 경제·외교·군사 수단을 총동원해 대만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양회는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통칭하는 말로, 이를 통해 정부의 운영 방침이 정해지기 때문에 중국 최대의 정치행사로 꼽힌다. 궈위런 대만 국책연구원 부원장은 “선거가 끝난 만큼 5월로 예정된 총통 취임식까지 대만해협 정세도 빠르게 요동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도체 굴기’는 대만에서도? 韓 위기관리 능력 시험대

이처럼 대만해협의 정세가 요동치며 한국 산업계에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달 9일(현지 시각) 블룸버그 이코노믹스가 발표한 ‘중국의 대만 침공 시나리오에 관련 주요국의 국내총생산(GDP)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과 대만이 무력 충돌을 빚을 경우 한국의 GDP는 23.3% 감소해 전쟁의 당사자가 된 대만(40.0%)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경제적 피해 규모가 예상됐다. 특히 반도체 산업은 17.85% 추락해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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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라이칭더 당선인과 민진당이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 TSMC의 해외 투자에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 나가고 있다는 점도 한국 반도체 산업의 위기론에 불을 지핀다. 타이난시장 재임 시절 타이난을 TSMC의 핵심 도시로 거듭나게 했다는 평가를 듣는 라이칭더 당선인은 그간 대만 반도체 산업을 전 세계로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혀 온 바 있다. 시장조사 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TSMC의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약 60% 수준으로, 특히 인공지능(AI)에 활용되는 7나노 이하 공정 최첨단 반도체의 점유율은 90%에 달한다.

이와 관련해 홍성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혁신시스템연구본부장은 “2024년은 한국의 위기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오르는 해로, 대외기술전략 특임 정부 조직의 한시적 운영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하며 “글로벌 산업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처하고, 향후 정부 지원 연구개발(R&D) 예산을 글로벌 혁신 환경의 변화에 기민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탄력적으로 편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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