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불처럼 번진 세계 분쟁, 시한폭탄 된 한반도 남북(南北)과 양안(兩岸)
美 군함에 미사일 발사한 예멘 후티 반군 후티, 새로운 중동전쟁 불씨 당기나, 미국vs이란 확전 가능성 부상 美 전쟁 억지력 잃으면 국제사회는 대혼란을 맞이할 것, 결단 필요
국제사회가 테러단체로 간주하는 3H(하마스·Hamas, 헤즈볼라·Hezbollah, 후티·Houthi)가 세계를 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트리고 있다. 3H가 이란과 러시아 등의 지지를 업고 미국, 유럽 등 서방과 대치 국면을 넓히고 있단 얘기다. 문제는 전쟁이 저강도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며 미국의 전쟁 억지력에 적신호가 켜졌단 점이다. 이런 가운데 잠재적 분쟁국으로 분류되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대만 등도 긴장 고조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슬람 무장정파 ‘후티’, 미 구축함에 미사일 발사
지난 14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과 더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친이란 예멘 반군인 후티가 홍해 남부에서 작전 수행 중이던 미국 구축함 라분호에 순항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날 미 중부 사령부는 엑스(X, 옛 트위터)에 “14일 오후 4시 45분께 후티 반군의 대함 순항 미사일 한 발이 미 구축함으로 발사됐다”며 “미사일은 예멘 서부 호데이다 해안 부근에서 미 전투기에 의해 격추됐고, 현재까지 보고된 피해나 부상자는 없다”고 전했다.
지역 전문가들은 후티의 공격이 지난 12~13일(현지 시각) 미국과 영국이 포격을 가했던 예멘공습에 대한 보복성 대응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후세인 알-에지 후티 외무 부장관은 “최근 예멘에 떨어진 폭격은 예멘에 대한 미국, 시온주의자 그리고 영국의 공격”이라며 “이제 미국과 영국은 높은 대가를 치르고 이 노골적인 침략의 모든 끔찍한 결과를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후티의 공격으로 인해 액화천연가스(LNG)를 싣고 홍해를 거쳐 수에즈 운하로 운항할 예정이었던 선박은 현재 오만 해안 등에서 발이 묶인 상태다.
한편 후티는 이슬람 시아파의 분파인 자이드파 무장단체로 지난 1992년 자이드파 성직자인 후세인 알 후티에 의해 결성됐다. 이들은 같은 무장단체인 헤즈볼라를 저항 모델로 삼아 반미·반이스라엘 기치를 내걸고 활동했으며, 지난 2015년 예멘 내전에서 하디 정부를 밀어내고 수도를 장악해 국제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전쟁 휘말리는 미국, 이란과의 분위기도 심상찮아
일각에선 미국이 예멘에 있는 후티 반군 시설을 ‘직접 타격’한 탓에 중동에서 이란과 미국의 확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주장이 나온다. 후티를 지원하는 이란이 보복을 명분 삼아 본격적인 군사 대응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단 이유에서다.
당초 이란은 후티가 지난해 11월 하마스 지지를 명분 삼아 홍해를 항해하는 민간 선박을 공격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후티 배후설’을 부인해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직접적인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달 31일 알리 아크바르 아흐마디안 이란 최고국가안보최고회의의(SNSC) 의장이 후티 대변인과 공식 만남을 가진 데 이어 지난 11일에는 이란 해군이 오만만 해역에서 미 유조선 세인트 니콜라스 호를 나포한 것이다.
이에 최근 있었던 미국과 영국의 예멘 공습이 이란으로 하여금 이번 갈등에 개입할 명분을 부여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만일 이란이 이번 갈등에 직접 개입하게 된다면, 미국이 관여하는 전쟁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이어 이란과의 전쟁까지 무려 3개로 번지게 된다.
힘 빠지는 미국, 국제사회 안보 위협 심각해지나
그간 미국은 세계의 경찰로써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목적하에 국제 분쟁에 참여해 왔다. 미국은 지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되자 우크라이나에 대한 물자 지원을 위해 유럽 등의 동맹국들로부터 동참을 끌어냈으며, 지난해 10월 이스라엘 전쟁이 발발한 직후부터는 ‘America Stand with Israel(미국은 이스라엘과 함께 서 있다)’이라는 표어를 내걸고 이스라엘을 공개 지지했다.
문제는 전쟁이 장기화되고, 헤즈볼라·후티 등과 얽힌 분쟁 횟수가 잦아지면서 미국의 전쟁 억지력이 점점 빠지고 있단 사실이다. 이미 미국은 지난해 11월부터 가자지구 내 민간인 희생을 막기 위해 이스라엘에 ‘인도주의적 휴전’을 요구했지만 끝내 이스라엘을 설득하는 데 실패한 바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우크라이나에 이어 중동까지 바이든 대통령 집권 기간 동안 무려 두 차례의 전쟁이 발발했다. 심지어 미국은 헤즈볼라, 후티 등 이슬람 무장 정파들이 하나둘 분쟁에 참여하는 것도 막지 못했다”면서 “역사에서 ‘팍스 아메리카나’(미국 주도의 세계 평화)가 지워질 위기에 놓였다”고 평가했다.
이에 세계의 화약고(Powder Keg, 전쟁 발발 가능성이 높은 지역)라 불리는 우리나라-북한과 중국-대만 사이에도 긴장이 고조되는 모양새다. 미국과 동맹을 맺어 안보를 강화해 온 대만과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의 전쟁 억지력이 약화된다면 안보 위협이 심각해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서 한 전문가는 “지금 국제사회 전쟁은 미국과 러시아·이란의 소리 없는 전쟁”이라며 “미국은 서방 국가들과 연합해 러시아·이란을 경제적으로 압박하고, 러시아·이란은 이슬람 단체에 재래식 무기 등을 제공해 미국 힘 빼기 중”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만약 미국이 러시아·이란의 계략대로 전쟁 억지력을 잃는다면 그 즉시 국제사회는 혼돈에 빠질 것”이라며 “미국이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전했다.